어쩌자고 우린 열일곱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42
이옥수 지음 / 비룡소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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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수님의 전작인 <키싱 마이 라이프>를 읽어보았었다. 정말 재미있게 읽혔고 나의 청춘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중학생 여조카에게 빌려주었더니 가져올 생각을 안한다. 또 한번 읽고 싶은데...정말이지 중학생이 읽어도 재미있지만 성인이 읽어도 재미가 있다. 그래서 <어쩌자고 우린 열일곱>에 대한 기대를 많이 하게 되었다.

 

어쩌자고 우린 열일곱...나에게도 열일곱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아직 수험생이 아니기에 시간적 여유도 있으면서 막연한 불안감이 많은 나이. 막상 뭘 해야할지 몰라 시간을 허비하기 딱 좋은 나이이며 감수성이 제일 발달했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수업중에도 창문옆에서 불어 오는 바람과 바람의 향기에도 숨막혀 이상한 기분이 들어 센티멘탈해지기 일쑤였던 시기..

 

이옥수님의 열일곱은 88올림픽때 봉제공장에서 불이 나서 아까운 청춘 22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마의 이야기에서 구상이 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수많은 참사들은 다 안타깝지만 안타깝게도 조명되지도 못한 채 잊혀져가는 사건들이 있다. 나는 88올림픽때의 이 사건을 전혀 들어 본 적도 없다. 나보다 어른이었던 분들은 알지 모르겠다. 미성년자의 나이도 속인 채 돈을 벌기 위해서 인화성 물질로 가득한 지하에서 창문에 철창까지 있는 어두운 곳에서 청춘을 바쳐야 했던 열일곱 열여덟 소녀들...바로 그녀들의 이야기를 한 것이 두 번째 이야기였다.

 

시골의 어느 마을에서 동갑내기 세 소녀는 죽고 못사는 사이였다. 하지만 동생들도 줄줄이 있고 집안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장녀인 그녀들이 희생하게 되는데 서울에 올라 가서 공장에서 일하는 소위, 공순이가 되었던 것이다. 순지는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친구인 은영이와 정애를 따라 서울에 가서 세련된 아가씨가 되고 싶었고 돈을 벌고 싶어 엄마를 졸라 서울로 떠나게 된다. 순지의 어머니는 돈 벌어 오라는 소리는 안 했는데 시골에서 농사를 같이 짓자고 농사일을 시키니 순지는 차라리 서울에서 야학을 다니며 돈을 벌고 픈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친구인 정애의 친오빠인 정태오빠는 책을 좋아하고 공부를 좋아해서 서울의 대학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이 오빠를 어려서부터 짝사랑했던 순지는 오빠에게 당당한 처자가 되고 싶었던 것이리라.

 

소설은 그녀들의 공장에서 살아가는 공장기와 현실의 순지의 이야기가 교차한다. 현실의 순지는 친구들을 화재로 모두 잃고 혼자 살아 남은 아이이다. 과거의 그녀들은 어려운 공장환경에서도 서로가 의지가 되어주는 그런 친구들의 모습과 공장의 여러가지 사건들이 기록된다. 마지막쯤에 이르러서는 정말 안타까워 견딜 수가 없었다. 그녀들은 그저 열심히 산 죄 밖에 없는데...지금의 88만원 세대들과 겹쳐보인다. 사회가 적어도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젊은 아...들에게 기회를 주고 열심히 일한 만큼의 댓가를 주도록 해야할텐데...아이구 억울해라...원통해라...

 

순지와 순지의 친구들과 순지의 첫사랑과 순지의 가족과 공장에서의 일들 모두 한편 너무나 재미있어서 술술 페이지가 넘어간다. 이옥수님의 장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청소년문학에 그치지 않고 아예 성인용으로 썼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그리고 대화체가 너무 많이 나와서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속도가 와다다다 하는 듯이 나가곤 한다. 호흡이 약간 힘들다. 앞으로 박완서님 같은 대 작가를 기대한다면 너무 이른 판단일까.. 오랜만에 좋은 소설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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