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의 뇌에게 말을 걸지 마라 - 이제껏 밝혀지지 않았던 설득의 논리
마크 고울스톤 지음, 황혜숙 옮김 / 타임비즈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마크 고울스톤은 정신과 의사이다. 그가 이 책에서 제시하는 설득의 논리들은 전혀 새롭지 않지만 그가 적어 내놓은 책의 예로 든 내용은 새롭기 그지 없다. 이론적으로 무장한 책일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는 인간의 뇌는 뱀의 뇌같은 파충류의 뇌, 포유류의 뇌, 영장류의 뇌(인간의 뇌)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는 3개의 뇌, 편도체 납치, 거울 신경세포만 알고 있으면 어떤 사람이라도 잘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여 책을 읽는 처음엔 어렵게 느껴졌다. 하지만 바로 다음 장을 넘겨 읽자마자 놀라운 일들이 일어났다. 편도체 납치는 우리가 울그락불그락 이성을 잃게 되는 상황에서 편도체가 부글부글 끓어 넘치는 단계를 바로 편도체 납치라고 한다는 것이며 거울 신경세포는 공감 능력 즉, 미러링처럼 거울을 통해 자신을 보듯 타인을 통해 자신을 보는 능력을 말하는 것일 뿐이라는 사실. 이렇게 용어를 알았으면 이 책에서 어려운 부분은 이제 끝이다. 오로지 수많은 편도체 납치의 순간들, 거울 신경세포의 발동, 3개의 뇌 중에서 뱀의 뇌의 상태일 때는 어떤 설득도 되지 않으므로 그 경계를 깨야 한다는 사실들이 공감 백프로, 요즘 흔히들 말하는 싱크로율 백프로로 다가온다.
 
정신과 의사로서 그가 수많은 환자를 본 사례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 주었던 사례들은 하나같이 보석처럼 주옥같은 예가 많았다. 어떤 경영인은 자신의 회사에서 자신을 밀어내려 하는 위기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으며 자신의 15살 난 아들은 공부에 흥미를 잃고 방황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크 고울스톤은 그 경영인에게 뭐라고 조언을 했다. 며칠 뒤 경영인에게서 다급한 문자가 날라왔다. 당장 전화를 달라는.. 당황해서 전화를 했지만 다행히 그는 감격을 하고 있었다. 회사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아들의 이야기라면서...아들의 방에 찾아가 네가 머리는 좋은데 주변에서 기대를 많이 해서 힘들었지..나도 다 안다 이런 이야기를 하자마자 아들이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그저 아들의 상태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공감해 주었을 뿐인데 아빠로 인해 힘들었다고 한바탕 분노를 쏟아내고 아들은 바로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전화로 이야기 해주었을 때 나는 소름이 끼쳤다. 이렇게 간단한 사실을 나 역시 잊고 살고 있기 때문에 얼마나 큰 딸에게 상처를 주었을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또 다른 예는 한 사람이 상담을 시작하기 전에 알려야 할 사항이 있다면서 자신의 윗집이 밤새 소란스럽게 해서 미칠 지경이라는 것이다. 덧붙여 한 말은, 사실 자신은 맨 꼭대기층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럴 때 수많은 사람들과 정신과 의사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고울스톤은 그를 지나쳐간 4명의 의사들이 했을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다만, "나는 당신의 말을 믿습니다." 한 마디를 했을 뿐인데 찾아 온 그 사람은 동물처럼 엉엉 울었다고 한다. 얼마나 그는 이런 말을 고대했을 것인가. 그리고선 "미친 소리로 들렸죠?" 하며 자신의 망상을 인정하고 치료의 첫 발을 내딛었다는 사실은 정말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어쩌면 제목 때문에 뱀의 뇌가 뭐? 이럴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그보다는 공감의 능력에 관한 책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모든 치료의 첫발이 될 수 있는,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능력.. 설득의 논리..이 책은 정말이지 인간적이고 감동적이다. 그 사실을 알고 읽기 시작하길 바란다. 끝장을 덮고 나면 나에게도 큰 변화가 생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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