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눈동자
알렉스 쿠소 지음, 노영란 옮김, 여서진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청어람주니어의 하늘파란상상 1013은 10세부터 13세 아동들에게 잘 맞는 책을 모아놓은 시리즈이다. 할머니의 죽음은 이 시기의 어린이들에게 곧잘 찾아온다. 나 역시 초등학교때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그리고 중학교때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외할머니때는 더 커서였을까,기억이 생생하다. 서둘러 전라남도 순천으로 내려가서 할머니를 보았다. 주무시듯 눈감은 할머니의 얼굴...엄마께선 할머니시다 만져보라고 하셨다. 그래도 우리 할머니니까 볼을 쓰다듬었다. 너무나 차가와서 흠칫 놀랐다. 이것이 죽음이구나...처음으로 대면한 죽음의 얼굴.. 그런데 그렇게 무섭지 않았다. 다만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실 할머니를 생각하니 슬폈다. 그런데 눈물도 다른 사람이 울어야 다른 사람들이 우는 걸 보고 눈물이 났다. 왜 그랬을까.

이 책 노래하는 눈동자를 보자. 어느날 밤 가족들이 잠든 후에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열세살인 주인공 남자아이는 할머니의 죽음에 꾹꾹 눈물을 속으로 흘리는 거라고 여섯살난 여동생에게 말한다. 그렇게 노닥거릴때가 아니라고. 동생은 오빠역시 겉으론 울지 않으면서 자신에게만 뭐라 하는 것 같아 심통이 난다. 시리얼을 말아주려고 우유를 볼에 부어놓은 오빠는 갑자기 날아든 말벌에 쏘일까봐 그리고 동생이 쏘이면 말벌이라서 큰일이 나니까 잡아서 죽여버린다. 죽이지 말라고 할머니께서 벌이 되어서 날아든 거라고 동생은 그제야 철철 눈물을 흘린다. 할머니였던 벌을 묻어주자고 오빠는 동생을 위로한다. 할머니께서 다녔다는 고무줄을 만드는 공장으로 가기로 한 두 남매. 남매에게 할머니는 젊은 시절 여러나라를 여행하고 다닌 언제나 북을 치는 댄서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매일같이 고무줄 공장에서 일을 하셨던 틀에 박힌 일상을 사셨던 분이다. 그러면 어떠랴.. 두 손주들에게는 언제나 상상력이 넘치는 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멋진 할머니셨다. 이제 할머니가 돌아가셨으니 누가 우리들에게 이야기를 해줄까..아이들은 언제나 현실적인 생각이 먼저 든다. 하지만 이렇게 가까운 할머니의 죽음을 겪으면서 내적으로는 엄청난 변화를 느끼게 되고 한층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죽음은 늘 삶의 한 면이다. 더 열심히 살게 하고 교훈을 주며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추억을 남긴다. 아이에서 사춘기 소년소녀로 성장해 나가는 어린이들에게 한층 가깝게 다가갈 좋은 성장소설이다. 초등학교 4학년 딸에게 읽혀주고 싶다. 자신이 읽어왔던 책들보다 재미없다고 말할까. 아니면 꼭 내 마음 같다고 말할까. 아직은 좀 어렵지 않을까..딱 육학년 아이들이 읽으면 제 나이와 똑같은 주인공에게 더욱 동화되어 멋진 책을 읽는 즐거움, 잔잔한 독서의 재미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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