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와 나 : 마흔 다섯 어느 소설가의 자아찾기.

케네디와 나
장폴 뒤부아 지음, 함유선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9월

'케네디와 나'는 프랑스의 소설가 장폴 뒤부아의 소설이다. 열번째 소설을 집필하고나서 작가를 초청하는 텔레비전 방송에 나갔다가 갑자기 인터뷰를 하지 못하게 된 그.. 그 날 방송에서 완전히 입을 닫아버린 것은 엄청난 방송사고였으리라.. 그 날 이후로 절필을 하게 된 주인공은 몇년째 집에서 빈둥거리게 되었고 가족의 생계를 그 아내가 책임지게 되었다. 그래도 언어치료사로서 적지 않은 월급을 받고 있는 아내 덕분에 그들의 중산층적인 삶은 유지가 되고 있다. 하지만 가장의 권위나 여유로움을 잃게 되어서 일까? 마흔 다섯살의 이 남자는 사사건건 시니컬하고 무기력한 상태이다. 자신만을 생각하는 편협적인 사고에 사로잡혀 있다. 자신의 쌍둥이 아들들에게서나 장성하여 치과치료를 하려는 딸에게 시큰둥하고 도무지 자신의 자식들인지 쌍둥이를 특히 이상한 나라에서 온 생물들인 양, 부성애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말과 행동에 사실 어이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현대인의 삶 속에, 물질적인 것은 채워지지만, 가까이 하지 않고 각각 자신의 삶을 바쁘게 살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 그 어디에도 속할 수 없다면...이 남자의 심리도 이해가 간다. 게다가 천성이 아마도 지독한 에고이스트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그 즈음 장 폴 뒤부라도 실제로 열번째 책을 내었으니 약간은 자서전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책날개의 그의 사진을 보고 이 책을 읽으며 내내 작가의 약간은 신경질적이며 섬세한 얼굴을 떠올리며 읽고 있었다. 어느새 내겐 작가의 이야기로 들렸다.
 
주인공이 권총을 사게 되는 것에서부터 이 소설은 시작이 된다. 그리고 아내가 부정을 저지르고 있는 병원에 간다. 이비인후과의 의사인 아내의 정부에게 괜히 진찰을 받으며 슬쩍 자신이 알고 있다는 것처럼 행동을 한다. 소심한 또 다른 가정의 가장인 이비인후과 의사는 혼비백산을 하고 식은땀을 흘리듯 소심한 그의 모습에 슬며시 웃음이 난다. 내가 사랑한 사람이 이런 사람이었다면 나라도 실망했을 듯 싶다. 주인공의 아내인 안나는 이런 사람에게 실망하고 다시는 그의 품에 안기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그가 다가와 집요한 사랑을 할 땐 이내 또 빗장이 풀리고 만다. 안나는 또한 남편에게도 갑자기 새로운 활력을 느꼈는지 관계를 하게 된다. 남편인 주인공 역시 안나와의 관계회복에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권총을 앞마당에 묻어버리게 된다. 여기서 의문점. 이 권총으로 그는 자살을 하려 했을까. 아내와 정부를 죽이려고 했을까. 그의 무기력한 상태와 자포자기한 상황으로 보았을때 자살에 더 무게가 기운다. 자살을 포기하자 그는 갑자기 욕망이 생긴다. 그의 심리치료사가 늘 바지 앞 쪽 주머니에 넣어두고 손으로 늘 만지고 있는, 케네디가 사망 당시 차고 있었다는 진품이라는 시계를 욕심내고 그 시계의 뒷면에 케네디의 이름 옆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고 싶어 안달한다. 결국 그는 심리치료사에게서 시계를 뺏을 요량으로 그를 위협하는데 앞마당에 묻었던 권총을 꺼내어 위협하고 시계를 뺏어버린다. 그는 이 일로 자살을 영원히 예방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그는 '어제 나는 권총을 샀다.' 라는 한 줄로 새로운 소설을 드디어 쓰기 시작했다. 어딘가 읽기 불편할 수도 있는 소설이었지만 현대인의 채워지지 않는 갈증과 욕망, 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대한 각성들을 하게 된 소설이었다. 내겐 그 어떤 책들에게서도 희망을 발견하는 재주가 있나보다. <케네디와 나> 라는 제목도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