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표 받은 날 내인생의책 작은책가방 2
진 윌리스 지음, 토니 로스 그림, 범경화 옮김 / 내인생의책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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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표 받은 날>은 성적표를 받은 날 절망하는 아이들의 심리를 재미있게 표현한 책이다. 아직 여섯살난 아들은 이해를 못하겠기에 초등학교 4학년인 딸에게 읽어보라고 주었더니 단숨에 읽고는 너무너무 재미있다고 낄낄댄다. 그리고는 다시 찬찬히 읽어나간다. 삽화도 너무 재미있고 내용도 군데군데 너무 웃기다는 것이다. 엄마인 나도 읽어보니 아하, 전에 어디선가 읽은 얘기였다. 하지만 그 알려진 얘기를 그려낸 솜씨는 정말 대단하다. 표지에는 불량스러워 보이는 학생으로 보이는 토끼 하나가 다리 하나를 꼬아 선 채로 어딘가를 노려보며 마치 껌이라도 씹는 불량소년같은 이미지로 당근을 지팡이 삼아 살짝 기대어 서있다. 참, 손은 주머니에 넣은 채로, 딱 봐도 불략학생같은 포즈이다.

 

악당 1호라는 이름으로 부모님께 편지를 놓고 사라진 표지의 불량소년 - 마지막에 반전이 있지만 - 페이지는 넘어가고 이미 부모님이 편지를 읽는 중이다. 편지의 내용은 놀랍다. 평소 착하고 평범한 아들인 줄 알았던 토끼소년이 가출해서 새 친구들과 악마의 언덕에 있는 쓰레기장에 살고 있다고 고백한다. 그 친구들에게 악당 1호로 불리우고 있다는 것이다. 터프한 이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여러가지 시험을 통과해야 했는데 소똥 속에서 코만 내놓은채로 파묻히기(코를 찌르는 냄새~), 발이 빠른 여우아저씨에게 산딸기를 던져 화를 돋구었던 일(여우아저씨가 쫓아올까봐 읽으며 두근두근~), 벌레가 잔뜩 들어있는 벌레 버거 먹기 (윽...), 꼬리를 물들이고 가죽점퍼를 입고 귀고리를 하려고 귀까지 뚫었다는 대목에선 뻥 하고 웃음보가 터진다. 토끼의 수염은 절대 씻지도 않으며 어린애답지 않게 아주 늦게 잔다고 고백한다. 오토바이로 장난치기, 젖소아저씨의 꼬리를 밟고 지나치기 등 악동들의 악행은 끝이 없다. 그리고도 또 싸우러 나간다고 편지에는 써있다.

 

토끼의 부모는 기절초풍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인 추신이 기다리고 있다.(어린이 책이라 결말을 알려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추신: 이 편지는 사실이 아니에요. 저는 지금 할머니 댁에 있어요. 저는 그저 엄마 아빠께, 살다보면 이 세상에는 더 나쁜 일들이 많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제 끔직한 성적표보다 말이죠. 라고 써있다. 그저 끝부분까지 웃다가 읽다보면 왠지 찡하다. 아이들이 성적표를 받는 날의 긴장감과 좌절감은 우리 엄마,아빠들이 겪었던 일이 아닌가. 아이들을 호통치고 실망했다고 말하기 보다는 용기를 불어넣고 잘한 일 먼저 칭찬해 주어야 다음 시험에도 의연히 대처하지 않을까? 우리 아이도 1학년부터 당장 잘 하지는 못했지만 지금은 거의 반에서 일등으로 시험을 잘 치른다. 이번 진단평가도 작년 3학년때 배웠던 내용을 확인하는 거라 따로 공부하지 않고 시험을 보게 했다. 결과는 죽도록 열심히 공부했다는 아이들보다 잘 보았단다. 딸의 성적표를 보고 아이들이 부럽다며 친구들이 "나는..." 하며 축 쳐졌다는 딸의 말에 아직 4학년밖에 안 된 아이들이 벌써부터 성적걱정에 힘이 들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평상시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잘한 네가 자랑스럽다고 앞으로도 매일 조금씩 니 힘으로 꾸준히 하자꾸나..하면서 내일도 놀이터에서 놀고 들어와 숙제를 하게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부턴가 아이들이 놀이터에서도 못 놀고 시간에 쫓기어 살아야 하는지...사람은 몰입의 순간 엄청난 성취감과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나도 아이가 몰입하여 몇시간씩 무언가를 하게끔 하는 것은 찾아내지 못했지만 요즘 아이들에게 부모가 정해준 스케줄대로 하는 것보다는 자신이 원해서 하는 공부., 몰입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면 성적이나 두뇌는 따라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성적표 받는 날을 읽어보면 아마 피식 웃는 아이들이 많을 것이다. 아주아주 삽화부터 모든 것이 재미있고 의미심장한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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