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한 스푼 - 365일 미각일기
제임스 설터.케이 설터 지음, 권은정, 파브리스 모아로 / 문예당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위대한 한 스푼은 정말 흥미로운 책이다. 이런 류의 토막적인 상식을 다룬 책은 많은데 이 책은 참 감미로운 책이었다. 남들이 흔히 알고 있는 상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집적인 글쓰기가 많다. 저자인 제임스 솔터와 케이 솔터 부부는 글쓰기에서도 정평이 난 사람들이다. 제임스 솔터는 소설 <스포츠와 취미>로 저명한 펜 포크너상을 수상한 적이 있으며 케이 솔터는 극작가이자 '뉴욕타임스'에 음식과 와인에 관한 칼럼을 쓰는 언론인이다. 부부가 의기투합하여 요리를 만들곤 하는데 서문에서 느껴지는 그들의 진솔한 삶의 향기가 잔잔한 책의 내용을 예고하고 있다.
서문의 내용은 이렇다. 그들은 1970년대부터 요리를 하기 시작했는데 늘 부부가 함께 했다. 친구를 초대하여 음식을 대접하기를 좋아하는데 좋은 평가를 받았던 요리를 골고루 맛보게 하기 위해서 한번 초대했던 손님들에게 또 같은 음식을 내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일기 형식으로 메모를 했던 것이 점점 두툼한 책 한 권이 되었고 한권이 두권이 되는 것을 보고 이와 같은 책을 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세계 역사속 인물들의 음식이야기와 향신료이야기, 그리고 그 인물들의 식사와 관련된 이야기와 함께 이 두 부부의 초대 이야기와 음식 레시피까지 간간이 나오는 매우 아기자기한 아름다운 책이다.
 
이 책을 돋보이게 하는 요소로 '파브리스 모아로'라는 프랑스의 유명한 삽화가의 그림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 정말 멋진 분위기를 자아낸다. 책을 읽는 내내 참 행복한 순간들이 많았다. 아껴서 읽고 싶은 책이었다. 그동안 여기저기서 얼핏 들어보았던 문학의 최고봉들의 음식이야기들을 읽자니 미소가 배시시 흘러나온다. <인간희극>의 오노레 드 발자크나 <몬테 크리스토 백작>의 알렉산드르 뒤마 같은 인물을 한아름 볼 수 있으니 행운이 아닌가? 이 책은 470페이지에 걸쳐서 일년을 담는 형식으로 작은 메모형식의 글부터 상식을 넓혀주는 글까지 다양한 글들이 나온다. 1월의 1일부터 31일까지 그 다음은 2월의 첫날부터...이런 식으로 12월의 마지막날까지 빼곡한 글들은 황홀할 정도이다.
 
1월 4일 커피에서의 발자크는 하루에 커피를 30잔 이상 마셔서 건강에 이상이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월 5일의 십이야는 크리스마스로부터 12일째에 해당하는 날로서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개념이지만 지금도 프랑스나 스페인같은 유럽에서는 그 날을 예수님을 기리는 날과 동시에 동방박사를 기념하는 약간의 이교도적인 날로서 그 중 하나가 십이야 케이크를 들 수 있는데 콩을 넣어 케이크를 구운 후, 콩 조각이 든 케이크를 먹는 사람이 그날의 왕이 되는 것으로, 스위스와 독일에서는 '드라이쾨니히스쿠헨'(세 왕들의 케이크) 라고 불리우며 이것을 먹는 사람은 특별한 선물을 받은 행운아로 여긴다고 한다. 1월 10일에는 오툉의 주교였던 '탈레랑'과 연어 이야기가 나온다. 11일에는 파인애플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까 커피에서 나왔던 발자크가 또 나온다. 파인애플 튀김을 아주 좋아했다는데 오늘날도 파인애플 튀김은 아주 맛있는 요리가 아닌가. 역시 미각에 있어서는 과거나 현재나 비슷한 것 같다. 이 장에서는 맛있는 파인애플 셔벗 조리법까지 팁으로 볼 수 있었다. 12일에는 숙녀의 테이블 매너가, 13일에는 포크에 관련된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다.
 
14일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요리학교 '코르동 블루'의 역사가 소개되는데 1578년에 프랑스의 앙리 3세가 창설한 성령기사단 회원들이 길게 늘어뜨린 파란 리본의 십자 훈장을 달고 있었던 데서 유래하며 루이 14세의 애첩인 마담 드 맹트농이 코르동 블루의 의미를 확장시켰다고 한다.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자신처럼 가난한 귀족의 딸들이나 프랑스 병사들의 고아들을 위해 '생시르'라는 기숙학교를 세우고 그 곳에서 요리 부문의 코르동 블루를 창안해서 요리에 뛰어난 재능이 있는 사람들에게 영예의 파란 띠를 수여했다는 데에서 오늘날의 '코르동 블루' 가 탄생하였다니 정말 재미있고도 멋진 역사속 이야기였다.
아직 1월인데도 이렇게나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다. 12월까지 계속되는 음식과 인물이야기와 이 두 부부의 요리철학과 삶의 태도를 읽어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이겠는가? 위대한 한 스푼을 통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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