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에서 영성으로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시대의 문인이자 지성인인 이어령씨는 '님'자를 붙이고 싶은 분이다. 솔직히 내가 청소년기나 청년기에는 그를 잘 알지 못했다. 오히려 아이들을 낳고 기르다 보니 이어령교수님의 책들이 눈에 많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 열리는 세계 문화 여행 20권짜리도 이어령 교수가 쓴 책이었고 <뜨자 날자 한국인>과 같은 아이들이 보기에 참 좋은 책인 '춤추는 생각학교' 시리즈 같은 책에서 접하곤 하다보니 왠지 가까운 분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리 주변엔 그분이 감수하거나 쓴 책들이 알게 모르게 많이 있다. 1934년에 출생, 석학으로서 50년 가까이 글을 쓴 글쟁이시기 때문이다. 그런 그분이 무신론자였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 불교신자이거나 기독교 신자이리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분의 딸인 이민아씨도 아주 대단한 분이다. 국내에서 너무나 공부를 잘 해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어려운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것도 모자라 여검사까지 되어서 마약사범같은 청소년들을 계도하는 일에도 힘썼고 나중에는 기독교인으로서 여러가지 봉사활동과 사랑을 실천하는 와중에 둘째 아들이 자폐아로 판정받아 그 아이를 고치기 위해 하와이까지 가서 애쓰셨다는 점. 매일같이 눈물의 기도를 드렸다는 것.. 마침내 아버지인 이어령 교수가 세례를 받기로 결심하고 온누리교회의 하용조 목사님께 세례를 받았는데 3주뒤에 갑작스럽게도 스물 다섯의 꽃다운 나이의 첫째 아들 유진의 생명을 하나님이 거둬가셨다는 충격적인 이야기까지..그런데 첫째 아들의 죽음은 모두 너무나 사랑하셨기에 데려가셨다는 것처럼 담담하게 이겨냈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어령 교수도 세례를 받은 것을 후회하지 않고 하나님이 먼저 거둬가셨음을 시로서 딸에게 보냈으니 말이다. 이들의 믿음이야말로 욥의 믿음과도 같고 나 같은 사람은 발끝도 따라가지 못할 믿음이라 여겨졌다.

 

이어령 교수는 일흔이 넘었다. 그의 인생도 이제 종반부로 향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인생을 돌아보고 지금처럼 평안하고 지적인 순간은 없는 것처럼 이 책을 읽다보면 그 평온함이 느껴진다. 일본에서 스스로 고행같은 연구자로서의 길을 묵묵히 걷다가 세례를 받는 것도 세간의 인기나 권력에 영합하지 않은 순수한 연구자로서의 삶이 너무나도 숭고해 보였다. 일본에서 쓴 글들과 과거를 회상하는 글들 그의 어머니에 관한 따스한 이야기들과 딸을 향한 아버지의 뜨거운 사랑이 이 책에서 절절이 느껴진다. 비기독교인이 보아도 그의 팬들이라면 실망하지 않을 책이다. 무신론자라면 한번 꼭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고 말이다. 이어령 교수같은 분이 노년층에 아직 계셔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분처럼 이렇게 멋지게 나이를 먹어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성에서 영성으로>라는 제목이 전혀 어색하지 않는 분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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