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더 행복해지는 마음사용법
에릭 블루멘탈 지음, 여현덕 옮김 / 타임북스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에릭 블루멘탈의 마음사용법(1% 더 행복해지는) 을 읽으며 놀라운 경험을 했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아련해지고 정신상담을 받아본 적은 없지만 영화나 미국드라마에서 보던 비스듬히 누워서 상담사에게 자신의 얘기를 들려주는 폭신한 카우치에 누운 것 같은 느낌말이다. 표지에서 한 여성이 편안하게 팔을 늘어뜨리고 나무에 기대어 앉아서 편안한 호흡을 하는 듯한 일러스트가 있는데 딱 그 기분이었다.

 

요즘은 심리서들이 넘쳐난다. 다 비슷한 것 같아도 읽어보면 살이 되고 피가 되는 내용들이 한두가지는 꼭 들어있지만 다시 읽고 싶은 책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은 마음이 불편할 때마다 펼쳐서 읽어보고 상담을 받는 것처럼 활용하고 싶은 책이다. 1914년에 태어나 2004년도에 가족의 존경과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평화롭게 사망했다는 에릭 블루멘탈은 평생을 수천명에 이르는 상담자들의 멘토로서 삶의 가치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쓴 책이라서 그런지 책을 읽는 내내 불편함을 느낄 수 없고(이런 심리서들은 특성상 읽는 동안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앞서 썼던 저런 감정들을 느꼈던 것이다.

 

요즘은 나이가 들수록 까칠해지고 화를 참을 수가 없어지는 것 같아서 마음이 슬퍼진다. 얼마전에 있었던 일이다. 달맞이 공원을 가족들과 한참을 올라가 놀이터를 발견해서 아이들을 놀게 하고 있었는데 놀이터 중간을 통과하는 터널 같은 곳에서 두 남자아이들이 나오지를 않고 닌텐도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다른 아이들이 다 그 아이들을 피해서 어중간하게 놀고 있는데 참을 내가 아니었다. "얘들아, 그렇게 앉아있으면 다른 아이들이 놀지를 못하잖니 비켜줘야지~" 초등학교 2학년이나 됐을까. 그 중 더 큰 아이는 흠칫 옮기려고 하는데 다른 아이가 말리며 "칫, 저 아줌마가 뭔데 우리보고 나가라 말이야 우리가 뭐 어때서 그지 형아~" 그러자 옮기려던 형도 그냥 주저앉아버린다. 그러고서도 작은 아이는 계속 궁시렁...아효..정말 그 아이에게 꿀밤이라도 먹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자기네가 옳다는 그 굳건한 믿음은 무엇이며 바로 앞에 벤치에 앉아서 수다떨기 여념없는 그 아이들의 엄마들은 자기 자식들이 그러고 있어도 한번 나와보라는 말 한마디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무력감을 느낀다. 생각같아서는 아이들을 혼쭐을 내주고 그 엄마들에게도 잔소리를 하고 싶었지만 남편이 그 모습을 본다면 나에 대해서 실망하겠지..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유하게 그러면서도 알아듣게 말할 수 있을까..부들부들 화를 내지 않고...내내 그런 생각을 하느라 우리 아이들과 잘 놀아주지도 못하고 멍하니 있었다. 이럴때 이 책을 가지고 있었다면 좋았을 걸...바로 이에 대처할 수 있는 이야기가 9장에 나온다.

 

감정의 서툰 펀치는 아무 데도 유익하지 않다 - R이란 청년은 하숙집에서 밤마다 떠드는 소리에 공부도 못하고 부아가 치밀지만 아무에게도 얘기를 못하고 매일 밤 분노에 몸부림친다- 는 사실을 아무도 모르고 있다. 이는 '변명'의 기제로서 자신이 혹시 시험에 통과하지 못해도 소음때문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핑계거리를, 나 자신보다는 남의 탓으로 돌리려는 심리가 있기 때문이며 또 다른 예로 나온 T의 이야기는 요즘의 나와 비슷한 상태였다. T는 새로운 직장에서 가까운 테이크아웃 음식점에서 메뉴를 고르느라 머뭇거릴때 한 무리의 직장인들이 들어오자 단골이었는 듯 먼저 그들의 주문을 받아버리자 종업원에게 화를 벌컥 내고 만다는 이야기였다. T는 부당함을 차근차근 따져 묻는 대신 식당 직원에게 화를 내고 말았는데(내가 그 아이들에게 하고 싶었던 행동이다), 그가 화를 내고 나가버렸다고 해서 종업원이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을까? 오히려 반대다. 한바탕 그에 대해 욕을 하고는 잊어버렸을 것이라는, 실상을 들여다 보면 자신의 분노로 인해서 그 누구보다 고통을 받는 것은 바로 그 자신이라는 것이다.

 

나중에 온 직장인들을 먼저 주문받은 이유가 1분 1초까지 감시당하는 지독한 보스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종업원이 미리 알고 한 행동이었다면 T도 충분히 양보할 수 있었을 거라는 것이다. 무슨 일이든 눈으로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며 겉으로 들어나지 않은 각자의 <동기>가 다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감정의 서툰 펀치...정말 내가 치유받을 수 있었다면 이 책 덕분이리라. 차분하게 자꾸 화가 치미는 원인이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서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되었고 자꾸만 들춰보고 싶은 책이 되었다. 에릭 블루멘탈...이름부터 예사롭지 않은 따뜻함이 묻어나는 사람..이 책을 읽으면 마음이 따듯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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