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의 북극성을 따라라 - 오한숙희의 인생 독립 매뉴얼 33
오한숙희 지음 / 가야미디어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우리 시대의 여성학자이자 여성운동가 오한숙희...사실 난 그녀를 잘 모른다. 그녀가 몇 번 펴낸 책을 언듯 읽은 것도 같다. 방송에서는 물론 많이 언급되었던 것 같다. 뛰어난 미모도 아닌 아줌마스런 오한숙희를 나도 모르게 내 마음속에서 배척했는지도 모른다. 엄마아빠의 성을 다 쓰면 뭐가 달라도 달라보이나 보지? 꼭 그렇게 티를 내야하나? 이런 생각도 잠깐 스쳐지나갔던 것 같다. 하지만 나도 나이를 먹고 엄마가 되고 어느덧 마흔이 가까워져 오니 그만 방송에서 인터뷰를 하는 시민들의 나이를 보고 깜짝 놀라면서(저 아줌마가, 저 아저씨가 나와 동갑이라니!!) 나도 이젠 나이를 먹는구나 실감이 나면서 오한숙희가 드디어 마음에 다가왔다. 그녀가 많은 일들을 해냈구나.. 옆에서 도움을 주는 일도 없으면서 훌륭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쯧쯧 혀를 차지는 말자는 게 요즘의 모토가 되었다. 그러고 보면 남자들의 텃세나 업신여김도 만만치 않지 않은가. 지금도 조금만 집밖을 나가면 마초처럼 아이들이 걸어가거나 말거나 임산부가 걸어가거나 말거나 좁은 인도에서 담배를 꼬나물고 지나가는 늙은놈이나 젊은놈이 열에 다섯은 되니 말이다. 구석진 자리에서나 필 것이지 정말 정말 혐오스러운게 바로 그런 사람이다. 서서 피워도 꼭 전철에서 내려오는 계단바로 밑이나 버스정류장에서 피고 건널목에서 건너오면서 핀다. 왜들 그럴까? 정말... 왜 생판 모르는 아이들과 여자들에게 그런 피해를 주는가 말이다. 오한숙희 같은 여성은 꼭 필요하다 우리나라 같은 남성우월주의에 가부장적이고 마초기질이 있는 사회에서는 말이다.

 

이젠 그런 호의를 가지고 책을 읽었다. 엄머.. 이 여자 참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특히 그가 인간으로서 사람을 대하는 태도, 같은 여자들과의 친분, 짧았던 직장 생활에서조차도 우정을 가졌던 그녀가 부러웠다. 이 책은 무슨 책이냐 하면 바로 그의 딸이나 조카같이 이십대를 갓 넘긴 이 사회의 청춘들에게 주는 글이었다. 물론 나처럼 마흔을 바라보는 사람에게도 너무나 너무나 재미있게 읽히는 책이지만 나도 역시 주변에 아는 이십대 여성이 있다면 꼭 건네주고 싶을 만큼 인생 선배로서 인생을 바라보는 좋은 눈을 가지도록 해 줄 멋진 책이었다.

 

여자로서 키워진 유년기에서부터 대한민국 여자라면 비슷하게 거치는 대학과 직장의 일들 특히 같은 '여자' 로서의 아름다운 연대를 일깨워 줄 책이다. 나 역시도 처음 은행에 입사해서 일했을 때 가장 힘들었던 것이 여성 직장상사나 여자동료들과의 관계였다. 남자선배나 동료들에겐 같은 것을 물어봐도 언제나 친절하고 느긋했는데 질투심도 많고 대충 가르쳐주고는 빨리 습득못하면 면박을 주기 일쑤였던 건 같은 여자들이었다. 그런 분위기를 견디다 못해 점심시간에 혼자 교보문고에서 대충 밥을 먹고 책을 읽다 오곤 했던 기억이 지금도 난다. 광화문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6년을 다니다 아이를 낳고 그만두어 버렸다. 정말로 너무너무 지긋지긋했던 인간관계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집에서 일하고 아이들 돌보는게 훨씬 힘들다고 큰소리를 친다. 나도 안다. 남편의 일이 너무나 힘들 것이라는 것을...직장생활을 모르는 내가 아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집에서 일하는 것을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길 수 있기 때문에 나는 마구 생색을 낸다. 그래서인지 남편은 여자일이 힘든 줄 안다. 하루 아이들을 맡아보고 집안일을 해보게 해서 집안이 엉망진창이면 거봐..내가 없으니 이렇지 하고 호기롭게 대한다. 남편은 여자하기 나름..그거 맞는 말이다. 암튼 그만큼 여자들은 직장생활을 하기가 더 어려운 것 같다. 회식자리에서의 성희롱적인 언사도 물론 있었고 말이다. 오한숙희가 전해주는 자신의 인생 이야기 속에는 무궁무진하게 지금의 젊은 여성들이 읽고 고개를 끄덕일 대목들이 많다. 부디 나처럼 힘들게 사회생활 하지 말고 이 책을 읽고 슬렁슬렁 넘어갈 줄 아는 그리고 진정한 우정을 챙길 줄 아는 여성이 되었으면 좋겠다. 젊은 여자들이여 그대들에게 거는 기대가 많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