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빛 - 검은 그림자의 전설 안개 3부작 1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송병선 옮김 / 살림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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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소설 '천사의 게임'을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무척 기대되는 작품이었다. 일단 읽어내려가는 동안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내용전개에 책을 내려놓을수가 없었다. 어딘가 모르게 안개 짙은 몽환적이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는 천사의 게임과 동일한 작가의 분위기를 역시나 풍기고 있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빚을 떠안게 되어 갑자기 몰락한 가족이 되어 버린 엄마 시몬과 그녀의 딸 이레네와 아들 도리안은 갑작스러운 가난에 어쩔줄을 몰라하나 차차 지금의 삶에 적응을 해간다. 하지만 그들의 친절했던 주변인들은 그들을 멀리하게 된지 오래다. 그러던 중 딱 한명의 사마리아인같은 친구를 만나서 작은 아파트라도 빌릴수 있게 되었다. 행운은 연속해서 찾아오는가. 마을에서 외떨어진 곶에 있는 장난감 공장과 그 공장에 붙어 있는 거대한 저택에서 관리인을 찾고 있어서 운이 좋게도 시몬 부인이 취직하게 되었다. 딸과 아들과 함께 어두운 숲을 지나 커다란 저택앞에 서게 된 가족. 고딕풍의 저택은 빗물받이괴물인 가고일(이 책에선 이무기돌이라고 번역했는데 원래대로 요즘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진 '가고일'이라고 했으면 더 좋았을 뻔 했다. 아무리 봐도 이무기와는 닮지 않았는데..)이 무섭게 내려다 보고 있는 전형적인 으스스한 저택이다. 이내 저녁 식사에 초대받게 되고 주인은 좋은 성품과 친절한 미소를 가진 장난감 발명가, 라자루스 얀 이라는 사람이었다.
 
점점 이 주인을 신뢰하게 되는 가족들...이레네와 도리안은 자신만의 방이 새로이 생기게 된 데 대한 감사가 넘치고 도리안은 스케치북과 연필만 있어도 몇 시간씩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아이였지만 라자루스를 만나면서 과학이나 수학에 눈을 뜨게 되고 발명의 세계에 호기심을 점점 가지게 된다. 이레네와 동갑인 이 저택의 하녀 한나의 비극스런 죽음은 한 순간에 분위기를 바꿔버리고 그런 가운데에서도 평온한 삶을 되찾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둠의 빛은 점점 더 이들에게 가까이 접근하게 된다. 그것은 초현실적인 것일까. 아니면 살인마가 있는 것일까. 작품을 읽는 내내 왠지 모를 어두움과 악의 세계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저택의 로봇들이 으스스하게 느껴지게 된다. 카를로스 사폰의 작품은 어느 순간부터 비극을 내포하게 되는데 이 작품도 마찬가지였다. 병들어 방에만 있다는 주인의 아내는 왠지 제인 에어의 미치광이 부인을 연상하게 하고 갑자기 속사포처럼 진행되는 공포는 이 저택의 몰락과 함께 엄청난 에너지를 내뿜어내는데 마치 영화를 보는 듯 하다...어쩐지 저택이 살아 숨쉬는 것 같은 무서움은 포우의 작품 '어셔가의 몰락'이 연상된다. 물론 이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작품이지만 그만큼 어두운 분위기는 '9월의 빛'을 감싸고 있다.
 
이레네와 도리안의 성장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레네의 사랑도...그리고 지혜로운 여인이자 엄마인 시몬도.. 라자루스 얀과 그의 비밀도 이 소설을 날줄과 씨줄이 얽히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과연 이 어두움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 책을 읽게 되는 독자들과 함께 하고 싶지만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이 정도에서 마무리 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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