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요리 상식 사전
윤혜신 지음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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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수수하면서도 움직임이 편한 그러면서 촌스럽지 않은 옷을 입고 환한 미소와 함께 기분 좋아지는 얼굴을 하고 있는 이 여자.. 윤혜신씨는 한정식 식당 <미당>의 주방장이기도 하다. 보리밭이 뒷동산에 펼져져 있다는 그 식당에서 그녀가 준비한 밥상을 마주한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라는 것이 다녀온 사람들의 증언이니...언젠가 한번 꼭 가보고 싶은 곳이 되버렸다. 그런 그녀가 '착한 요리 상식 사전'이란 책을 들고 돌아왔다. '착한 밥상 이야기'를 인상 깊게 읽었기 때문에 좀 더 실용적으로 따라해 볼 수 있다는 이번 책이 기대가 되었다. 책을 읽어나가며 마음이 편안해지고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그녀의 생각은 나도 언젠가는 해본 그런 생각...그녀의 단백하면서도 맛깔스런 글을 읽으니 이렇게 먹고 사는 것이 정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햄버거를 싫어하는 나의 딸은 한식을 좋아하는데 그에 비해 손이 많이 가는 나물종류나 찌는 요리등을 잘 못 해준 엄마인 내가 많이 부끄러워졌다. 오늘은 책을 덮자마자 포항초로 맛있는 나물을 데쳐서 조물조물 무치고 버섯을 먼저 데쳐서 다른 야채들과 살짝 볶아주는 요리를 해서 아이들에게 주었고 김치냉장고에 묵혀 있던 어머님표 그냥 소금맛으로 발효된 굵직한 동치미를 꺼내어 썰어서 주었다. 거 참 사이다보다 훨씬 시원하니 맛있다. 왜 진작 몰랐을까. 아이들이 참 잘 먹는다. 이렇게 재료의 맛을 살려주는 요리를 해야하는데...
 
한국인은 주식이 밥이요 부식이 잡곡과 나물일 정도로 고기와는 친하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인의 신체조건이나 내장길이등도 서구인과는 많이 다르단다. 그런데 갑자기 80년대를 지나 90년대부터 패스트푸드를 접하게 된 아이들은 비만과 당뇨에 걸리기도 하고 사회적으로도 많이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이런 사회현상이나 여러가지 음식재료들을 하나하나 다 설명해 주고 조목조목 조용조용 써 내려가는 글솜씨도 참 멋진 여자다. 윤혜신씨가 만드는 것처럼 착한 밥상이 다시 사회적으로 웰빙바람을 타고 각광을 받고 나 역시 어떻게 하면 옛날 어머님들이 해주셨던 착한 밥상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얼마전 갑자기 친정엄마가 혈압이 아주 높게 나왔다며 백프로 현미를 드시고 채식을 주로 하시겠다고 하셔서 어떻게 매일 덤덤하게 드실 수 있을까..나라도 뭔가 요리법을 배워서 해드려야지..하는 생각을 전해드렸더니 니 애들이나 잘 먹이라고 내 걱정은 하지 말라고 나도 나름대로 맛있게 먹고 산다. 오이는 오이대로 그 맛을 느끼며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지 아니...하시는데 마음이 많이 아팠다. 지금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재료의 맛을 살리는 요리법을 정말 제대로 매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친정엄마께도 소개해 드리고 만들어 드리고 싶다.사실 친정엄마께서 슥 된장풀어 만드는 아욱국이나 배춧국같은 것은 훨씬 잘 하시니 내가 지금은 별 도움이 될리도 없다. 그래도 엄마들은 은근히 좋아하실 게다. 아직도 다 큰 아이처럼 철없는 딸이 이렇게 요리도 해서 갖다주는구나 하고 말이다. 왜 여태껏 요리엔 관심이 없었을까. 내가 몸이 아프고 소위 안 좋은 병에 걸린다면 당장 착한 밥상을 나 자신에게 대령해야 할텐데 말이다.
 
수필 읽듯이 편안하게 읽어가다 보면 각종 요리법이 쉽게 눈에 들어오고 후반부쯤 가면 드디어 따로 그녀에게 배우고 싶은 요리들이 한 상 가득 나온다. 음식 재료이야기를 하면서 앞에서 가만가만 이야기해주듯이 넘어가는 글 속에 재료 다듬는 법이라든가 여러가지 정보를 이미 얻었기 때문에 간단한 레시피라도 따라하기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욕심은 금물. 하루에 한가지라도 따라해보다 보면 나도 착한 밥상의 달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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