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0
유리 슐레비츠 지음, 강무환 옮김 / 시공주니어 / 199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구입은 저저번 달에 했었다. 아이에게 좀 바쁜 맘으로 읽어줄 때가 독자 여러분도 많을 것이다. 식사준비나 좀 쉬고 싶은 생각이 들 때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단언코 그런 시간에 읽어주어서는 안된다는 걸 오늘에서야 느꼈다. 다시 처음부터 읽는 초심으로 아이에게 조용하고 은근한 목소리로 나도 그림을 음미하면서 읽어주었다.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나는 것 아닌가. 산만하던 아이도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 나도 그림책에 빠져 들어가 저 먼 옛날 손자와 함께 여행하는 가난한 할아버지의 그윽한 인생이 대자연과 함께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엄숙함으로 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을 느꼈다.

늘 조급증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여러 가지 화를 다스린다는 책이나 열린 마음으로 사회에 적응해 가자는 여러가지 책이 있는 줄 안다. 나 역시 시리즈로 읽고 감동하여 책장을 덮는 순간부터 달라져야지..하지만 다시 한 번 그 책을 찾게 되지는 않았다. 물론 별로 달라진 것도 없고 말이다. 이 책은 굳이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도 뭘 기대하지도 않게 했던 책이지만 열마디 글보다 더 큰 장점을 가진 그림책이다.

아이를 잠재우고 다시 한 번 읽어본다. 조용하다..고요하다..싸늘하고 축축하다..호숫가 나무 아래..할아버지와 손자가 담요 속에서 웅크리고 잔다...달빛은... 그리고 라스트의 그 감동, 대 반전이라고도 할 수있는 대자연의 아름다움이 내 가슴을 저리게 한다. 얼마만인가 이렇게 몸이 떨리고 뭐라 할 수 없는 유년시절의 그 기억 토막토막들이 떠오르는 것은. 두 세살의 어린아이도 이 책에서 무언가를 보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젠 내가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다고 한 번 읽고 소장하기를, 마음이 울적하거나 조급해 질 때 한 번씩 들춰보고 미소짓기를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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