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조건 - 하버드대학교. 인간성장보고서, 그들은 어떻게 오래도록 행복했을까?
조지 E. 베일런트 지음, 이덕남 옮김, 이시형 감수 / 프런티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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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행복의 조건'(Aging Well) 은 세계 최장기 성인발달연구를 전담한 미국의 정신과 전문의인 조지 베일런트가 일생을 바쳐 연구해온 연구의 산물이자 그가 목격한 여러 삶의 증거들로 가득차 있다. 2002년에 미국에서 출간된 이책이 드디어 한국에도 상륙했다. 이 책을 만나는 것은 행운 그 자체인 것 같다. 누가 72년간의 전향적 연구결과를 읽을 수 있겠는가? 조지 베일런트는 선배 연구원들의 일을 서른셋의 나이에 맡아서 지금까지 그 일의 수호자 역할을 하고 있다. 1934년생이니 그의 전 일생을 거의 다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연구는 세가지 집단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하버드졸업생 연구가 가장 뛰어난 성과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 책에서도 하버드 졸업생 집단의 이야기가 가장 많이 나온다. 아쉬운 점은 세 집단 모두 백인들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1930년대부터 진행되었으니 그 당시만 해도 흑인들에 대한 배려는 많이 부족했던 시대였던 것으로 이해가 된다. 미국의 역사는 잘 모르겠으나 그들로서는 오래된 연구 자체에 공을 들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 같다.
 
1930년대 말에 하버드대에 입학한 2학년생 268명의 삶을 72년간 추적하였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저자인 조지 베일런트가 입수한 자료에는 갓 청소년티를 벗은 어린 학생이었지만 실제로 그가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조지보다 열살 이상 많은 중년의 나이들이 되어 있었다. 전향적 연구란 철저히 기록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그 당시의 여러가지를 기록해 놓는 것을 말한다. 기억에 의존하는 것보다 훨씬 체계적이며 믿을만한 자료가 되고 연구 대상자들이 수치심을 극복할 시간 여유를 충분히 가질 수 있게 되어 고의로 사실을 왜곡하는 일도 없어지게 되며 원인과 결과가 확연하게 드러나게 된다. 가령 우울증때문에 알콜의존증이 되었다고 주장하는 연구 대상자들을 면밀히 검토해 본 결과 알콜의존증이 먼저 생겼고 그 와중에 우울증이 오거나 더 심각해진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므로 거짓진술이나 왜곡된 기억보다는 더욱 정확한 조사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장점이 있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여러가지 있지만 말이다.
 
조지 베일런트는 그런 연구에서 얻어낸 연구 대상자들에 대한 소감과 인터뷰를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바로 그 점에서 우리가 멋지게 늙어감이라는 부수적인 결과물을 곁에서 얻어낼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가명으로 나오기 때문에 독자들인 우리가 염려할 점은 없어서 좋았다. 하버드 졸업생 집단 중에서 애덤 카슨의 일화는 강제적이고 모든 것을 자신의 뜻으로 하려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그의 어두운 그늘과 인간성을 알게 한다. 성장할수록 자립하고 드디어 성인이 되어 가는 그의 일생을 엿볼 수 있었다. 조지 베일런트는 그보다 어렸지만 처음에 그를 만났을 때는 별다른 느낌보다는 자신감이 없고 자신의 삶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흔을 넘기고 쉰을 넘기고 이순을 넘기고 70대가 넘은 그를 만나면서 그가 진정으로 이타적인 생활과 자신감이 충만한 삶을 살고 있다고 느끼게 되었다. 그래도 터먼 여성 집단(1911년에 태어난 아이큐가 뛰어난 여성 영재집단) 에서의 수잔 웰컴만큼 이상적인 노인은 아니었단다.
 
애덤 카슨의 아버지는 변호사였고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났으며 그의 아버지는 그를 너무나 사랑해서 사랑의 족쇄를 채운 사람이었지만, 수잔 웰컴의 어머니는 아예 아이를 사랑할 줄 모르는 여자였다. 그리고 자라난 환경도 열악했지만 그녀는 살면서 3가지 중요한 변신을 하게 되었고 마흔이 넘어서면서 아주 편안한 삶을 살 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진심으로 자신을 아껴주는 멘토를 만났고 그를 진심으로 따랐으며 따뜻한 성품의 남편을 만나 50년이 넘게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면서 밖으로 열린 마음을 갖게 된 것이다.
 
그녀의 삶을 조지의 시선으로 따라가면서 나 역시 이렇게 나이들어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다. 조지 베일런트가 말하려는 것은 태어난 태생과 환경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행복의 조건은 무엇인가. 어떻게 그들은 행복하게 혹은 불행하게 나이 먹어 가는가. 그것은 신체적인 건강에는 어떻게 작용하는가. 어떤 죽음을 맞이하는가. 긍정심리학의 면면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이 두 사람 외에도 많은 이들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마지막으로 조지가 쓴 공자의 말로 끝마치련다. 애덤 카슨의 인생은 처음에는 의존적이고 불안한 심리를 가진 젊은이였으나 그의 인생의 마지막 30년은 공자가 2천 5백년전에 벌써 예측한 대로 였다. 나 역시 아직도 몸만 큰 어른인가 싶게 불안한 성인기를 보내고 있다. 내 아이들에게도 과연 귀감이 될 것인가 하는 고민도 하고 있다. 마흔에는 좀 더 편안해 졌으면 좋겠다.
"50세에는 천명을 알고(지천명), 60세에는 귀가 순해지고(이순), 70세에는 마음이 하고 싶은 바를 따라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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