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슨의 미궁
기시 유스케 지음, 김미영 옮김 / 창해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기시 유스케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바로 <검은집>에서 였다. 보험사기에서 비롯된 엄청난 비밀과 공포는 등장인물들의 사실감있는 묘사와 배경설명등과 어우러져 책에 푹 빠져들어 읽을 수 있는 추리소설이었다. 어찌 보면 호러에 가까운 소설.. 약간 기괴하기도 한.. 그랬던 작가가 2009년도에는 <신세계에서> 라는 SF 작품으로 돌아왔었다. 이 책은 그야말로 재미있어서 2권에 두꺼운 페이지에도 순식간에 읽어내려갔던 기억이 있다. 일본에서는 2008년도에 출간되어 돌풍을 일으킨 작품이라고 했다. 세번째로 읽게 된 이 책 크림슨의 미궁 역시 읽는 내내 그 세밀한 묘사나 배경지식등에 감탄하면서 읽은 책이었다. 다 읽고 나서 이 책은 과연 몇 년도 작품일까 하고 검색을 해 보았더니 1999년도 작품이라고 한다. 전혀 초기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오히려 '신세계에서' 처럼 읽히는 소설이어서 신세계에서..의 전작일 것이란 생각을 했다. 다작을 하는 작가지만 작품 하나하나의 완성도는 이렇게 뛰어나다니...놀라운 일이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낯선 세계에 갇혀 버렸다면..? 아르바이트라도 할 작정으로 힘들게 살아가던 사람들이 믿고 구직을 했는데 이런 곳에 하루 아침에 끌려와 있다면? 영화 큐빅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이유도 모른채 갑자기 생존게임에 휩쓸려 버린 사람들.. 엘리트 직장인이었던 후지키는 주식시장의 몰락으로 하루 아침에 실직하는 신세가 되었고 사택에서도 쫓겨나 당분간이었지만 노숙의 신세도 겪은 인물이었다.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그가 이렇게 황량하고 거대한 미로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제로섬의 게임에 노출되어버렸다. 함께 깨어난 '아이'라는 여인은 뭔가를 감추고 있는 듯한 묘한 인물이면서도 적극적으로 후지키와 한 팀을 이루어 이 지독한 게임을 함께 해 나간다. 그러면서 아이의 과거도 조금씩 알게 되고 서로는 점점 의지하게 된다. 그리고 이 곳은 바로 <벙글벙글 국립공원>..바로 호주에 위치해 있는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다. 기시 유스케는 아마도 이 곳을 사전답사를 했나보다. 배경에 대한 상세한 묘사며 이 곳에 서식하는 곤충이나 동물들, 식물들까지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다. 그리고 서바이벌 하는 방법들까지 읽다 보면 그의 지식에 놀라게 되고 내가 마치 이 서바이벌 게임에 등장하는 사람인 것처럼 긴장하고 긴박해 하고 있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 둘 뿐만 아니라 열명에 가까운 인물들이 이 곳에서 게임을 하게 되는데 그들은 모두 한 사람당 하나씩의 게임기를 지급받고 그 메세지에 따라서 행동하게 된다. 그리고 식량이냐 정보냐 하는 갈림길에서 후지키는 정보에 의존해서 게임을 진행해 나가기로 하는데 그 과정에서 먹을만한 것을 구하고 다른 팀에게서 무기를 얻고 하는 과정이 정말로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의문의 책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 책은 이 곳과 흡사하게 묘사된 <화성의 미궁>이란 책으로 일본에서 과거에 유행했던 게임북이었다. 몇 페이지도 가라 그 다음은 몇 페이지로 하면서 게임했던 게임북은 어린 시절에 보았던 그런 게임북이라 반가웠다. 그 책에서 묘사된 대로 일이 발생하는 것도 또 다른 공포와 긴장감을 준다. 더 이상 올리게 되면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니 이 정도만 적는게 좋겠다.
 
기시 유스케는 천재인 것 같다. 매 번 작품마다 이렇게 다양한 소재와 그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나타나니 말이다. 다른 작품들도 모두 읽고 싶어 지는 작가이다. 그의 다른 작품인 '13번째 인격'과 '천사의 속삭임'은 이미 위시리스트에 올려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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