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철학 스케치 1 - 이야기로 만나는 교양의 세계
김선희 지음 / 풀빛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남편이 무슨 책을 읽느냐고 관심을 보였다. 한국철학을 전공한 그는 이 책을 보자마자 와..이거 완전 우리 과에서 읽어야 할 책인 것 같다. 이런 책 무지 오랜만이네 하면서 반가워하는 모양새가 대학시절의 향기를 느껴보는 어린애 같아서 천진했다. 나보다 먼저 읽어버리더니 이 책 참 재미있게 잘 썼네 한다. 이 책이 재미있을까. 교양을 쌓기 위해 읽는 책이었지만 과연 재미있을까 했는데 책을 읽다보니 내가 고등학교 시절 좋아했던 세계사시간에서 중국역사를 공부할 때 이런 책과 같이 읽었다면 참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세계의 역사 중에서도 유독 서양의 역사와 신화에 관심이 많다. 여기 우리엔 나도 물론 포함되어 있다. 나이키가 승리의 여신 '니케'에서 왔다는 것도 태양의 행성들 이름인 마르스, 비너스, 넵튠, 플루토 등이 로마신화에서 온 것이라는 것도 잘 알면서 하다못해 길가메시 서사시가 메소포타미아의 신화라는 것도 알면서 동양의 그리스격인 중국고대의 신들이나 역사에는 통 관심이 없었다는 것을 고백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이 재미가 없어서일수도 있지만 옛부터 중국에 대한 감정이 별로 좋지 않은 우리나라안에서 학습한 결과가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이제 성인이 되어서 다시 읽어보니 중국의 역사와 공자니 맹자니 노자니 하는 분들의 사상이 이렇게 흥미로운 것인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중국 고대의 역사에 등장하는 '신농' '복희'씨는 어렴풋이 읽거나 들어본 기억이 난다. 이들이 '삼황오제' 같은 초기국가의 신이며 왕이라는 것을.. 마치 단군신화처럼 말이다. 중국에서도 이들 신들이 인간에게 농경, 문자, 결혼등의 예법을 가르쳤다는 것에서 그리스로마 신화에서의 신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요,순 임금시절엔 태평성대를 이루었다는 것도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그리스 철학에서도 이상향이 있듯이 중국사람들도 요,순 임금 시절이 그들의 이상향이 아닐까. 나중에 이 책에서 중요하게 다루게 되는 공자의 이야기 속에서 가장 빛나는 '인' '의' '예' 같은 개념중에서도 특히 '인'은 바로 그 이상향을 향한 정치적 신념이자 인격적인 성숙을 중요시한 공자의 도덕관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중고등시절 수업시간에 잠깐 지나가며 외우기만 했던 '인' 이라는 것이 그토록 중요하고 오묘한 단어인지 미쳐 몰랐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반했던 단어가 바로 이 '인'이다.
 
공자가 학문의 목적을 자신의 인격적 성숙에 두었다는 것은 결국 배움을 통해 타인과 함께 하는 방법을 익히라는 말과 같다. 객관적 사실 사이의 논리적 관계보다 인격적 성숙과 사회적 실천을 더 강조하는 동아시아적 학문 태도는 공자에게서 비롯된 것이다.(본문중에서)
 
공자와 제자들의 대화록인 그 유명한 <논어> 에서는 '인'이라는 단어가 백번이 넘게 언급되어 있지만 '인'이 과연 무엇인지 명쾌하게 정의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제자들이 훌륭한 사람들을 보며 저 사람이 '인'한가 물어도 공자는 쉽게 '인'하다고 대답해 주지 않는다. 제자들이나 후대의 우리들이 '인'을 각자 받아들이고 해석하여 실천하는 것이 우리들의 몫인 것 같다. '인' 을 완성하려면 '예'와 관련된 것이 있어야 한다는 힌트만 얻을 뿐이다. 그렇다면 요즘 들어 정말로 '인' 한 사람을 찾기 어려우며 특히 정치판에서는 더욱 찾기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게 될 뿐이다.
 
공자를 지나 노자, 맹자 그리고 불교, 그리고 조선의 성리학까지..2권까지 읽다보면 중국의 역사와 세계속에서의 그들의 철학이라는 위대한 유산을 거듭 확인할 수 있어서 부러웠다. 이 책을 나 같은 아줌마들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개념있는 자식들을 키우고 나 자신도 개념있게 살아보기 위해서. 도대체 무개념한 사람들이 너무 많은 세상이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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