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 브로드 1
팻 콘로이 지음, 안진환 외 옮김 / 생각의나무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오랜만에 느끼는 희열,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반가운, 소설다운 소설을 읽었다. 남부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유명한 도시인 찰스턴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는 마치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이후에 읽은 소설중에 남부를 배경으로 한 최고의 소설이었다. 이렇게 행복하게 책을 읽었던 적이 언제였던가. 2권으로 넘어가면서 너무 빨리 넘어가는 페이지수에, 결말을 향해 갈수록 아깝고 안타깝고 붙잡고 싶었던 이런 소설을 얼마만에 읽었던가.. 미국에서도 2009년 뉴욕타임즈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빛났던 것은 나라나 인종을 초월하여 좋은 소설은 누구나 알아본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보여준 셈이다. 펫 콘로이는 천재이다.
 
이 소설을 읽어나가다 보면 사랑스러운 도시이자 전통의 도시인 찰스턴을 표현한 여러가지 묘사에 넋을 잃게 된다. 이것은 실제로 작가가 남부출신으로서 가장 잘 아는 곳을 기술했기 때문일 것인데 남부도시에 대한 그의 헌사와도 같은 부분이다. 아직도 은근한 흑백에 대한 인종차별이 남아 있는 곳, 전통을 중시하는 신사, 숙녀들의 도시, 음식과 정원과 아름다운 건축의 도시 찰스턴에서 일어나는 청춘들의 이야기이며 성인이 되어버린 이후에도 계속 이야기가 진행되는 곳이 바로 찰스턴의 사우스 브로드이다.
 
레오 킹은 현재 유명한 가쉽 칼럼등을 쓰는 유명칼럼니스트이다. 현재라고 해도 1989년도가 배경이다. 레오 킹이 이십년전이었던 열여덟에 만났던 친구들은 아직도 서로에게 못을 박고 가시가 있는 유머를 하면서도 끈끈한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 이십년전에 그들은 고아남매였고 운동선수였으며 백인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흑인아이들이었고 무시무시한 아버지와 알코올중독인 엄마를 둔 이상한 남매도 있었고 우아한 전통적인 찰스턴의 백인들도 있었다. 그들의 이름은 각각 나일즈, 스칼라, 프레이저, 아이크, 베티, 트레버, 시바, 채드, 몰리였다. 주인공인 레오는 스칼라와 장난같은 결혼을 했고 스칼라는 거의 일년 내내 레오의 곁에는 없는 허울뿐인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사이였고 음울한 고아였던 나일즈는 찰스턴의 전통어린 집안의 딸이자 채드의 여동생인 프레이저와 결혼했고 흑인인 아이크와 베티가 결혼해서 경찰관이 되었으며 트레버는 게이 음악가가 되었고 시바는 헐리우드 역사상 남부출신의 미녀로서 가장 유명한 여배우가 되었다. 채드와 몰리는 집안끼리의 결혼인 것처럼 당연하고도 자연스럽게 부부가 되었다. 그러나 채드는 공공연하게 바람을 수도 없이 피웠다. 그들이 이십년만에 다시 뭉쳤다. 시바의 쌍둥이인 트레버가 실종된 사실에 모두 손을 걷어부치고 샌프란시스코로 2주간의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일어나는 수많은 이야기와 사건들..
 
이 소설은 청소년기의 레오 킹의 삶과 그의 친구들의 삶, 그리고 남부특유의 모든 것, 현재 트레버를 쫓아가는 여정등이 매우 흥미롭게, 아름답게 그려져 간다. 후기로는 표현할 길이 없는 이 소설은 직접 읽어본 자만이 이 향연에 동참할 수 있을 것 같다. 후반부로 갈수록 드러나는 반전의 진실들이 충격적이긴 하나 이 소설은 흔하디 흔한 반전소설도 아니고 그저그런 스릴러 소설은 더욱 아니다. 오히려 향수를 자극하는 내 고향같은 소설이다. 겨울이 오기도 전에 11월의 한파속에서, 이 소설을 멋지게 읽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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