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는 종족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강수정 옮김 / 예담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조이스 캐롤 오츠- 캐롤에서 알 수 있듯이 여류소설가이다. 이 책 '여자라는 종족'에는 여러 단편들이 들어 있다. 인터넷이며 프라다 등 현대 생활이 골고루 나와 있어서 젊은 작가인가? 하고 책날개를 읽어보니 1938년생이란다. 이 책의 단편들은 거의 2003, 2004년에 쓰여진 소설들..그녀의 작품활동이 아직도 젊어서 놀랍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아름다운 표지와 제목에 이끌려서 였다. 알고 보니 유명한 작가였던 것이다. 도서관에서 그녀의 다른 소설집 '소녀 수집하는 노인' 을 읽은 적이 있었다. 그때도 꽤나 독특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작가였다니.. 작가주의로 그녀의 전작을 읽어 보고 싶어진다.
 
이 책에서의 단편들은 일단 평범한 내용들은 없다. 처음에 겉으로 훑어보았을 땐 무슨 내용인지 난해해서 혼났다. 아이들을 재우고 제대로 읽어보니 내 취향의 작품들이어서 반가웠다. 오헨리의 단편집도 언듯 생각나는 것이 평범한 일상들이 비극적 종말로 치닫는 결말이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오헨리의 단편들을 아주 좋아했는데 젊은 시절의 추억도 떠올라 기분 좋은 독서가 되었다.
 
여성이기에, 여성의 시각으로 써내려간 글들은 조금은 불편한 내용들, 어떻게 보면 엽기적이고 폐쇄적인 내용들이었지만 그 내면에 흐르고 있는 여성의 관점들이 정말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아, 이런 히스테릭은 여성만이 아는 것이다. 이런 불안도 이런 사랑도 이런 고통도...<여자라는 종족>이라는 제목은 정말 절묘하게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원제목은 The Female of the Species.
 
'하늘에 맹세코'는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한 남자를 만난 어린 여자의 이야기이다. 경찰관인 남편을 따라 시내에서 좀 떨어진 곳에 사는 긴 블론드의 아름다운 어린 신부..그녀에게 갑자기 걸려오는 장난전화...그것은 남편의 덫일까 아니면 그녀의 불안이 만든 거짓일까.. 비극적 총성으로 끝나는 결말이 믿기지 않았다. '밴시, 죽음을 알리는 요정'은 특이하게도 중산층인 엄마와 애인이 등장하고 그녀가 낳은 여섯살짜리 딸아이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태어난지 얼마 안되는 아기, 즉 아이의 동생과 함께 생각지도 못한 높은 곳까지 올라가게 되는 이야기에 시종 긴장감이 흐르고 조마조마했다. 동생과 엄마를 동시에 뺏기게 된 여섯살 아이의 혼동스런 감정이 잘 표출되어 있어서 그녀의 역량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오헨리의 단편도 이렇게 종종 어린아이들이 주인공처럼 등장하는데...다시 한번 오헨리의 소설도 읽고 싶어질 만큼 그녀의 소설들은 강렬하고 오랜만에 소설을 읽는 재미를 준다. '인형, 미시시피 로맨스' '마네킹이 된 여자'는 섬뜩한 소설이다. 공포소설에 가까운.. 그러나 그것은 결말에 이르러서야 등장하고 나레이션으로 흐르는 두 여자의 심성과 역시 히스테릭한 불안감, 불신의 마음들을 묘사한 부분이 오히려 더 섬뜩하다.
가을에 인간의 심연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심도있는 소설을 읽게 되어 오랜만에 글 속에 푹 파묻힐 수 있었고 그런 몰입하는 순간과 시간들이 있어서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다..라고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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