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본능 - 법의곤충학자가 들려주는 살인자 추적기
마크 베네케 지음, 김희상 옮김 / 알마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CSI나 NCIS같은 수사물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법과학자나 법의학자가 등장한다. 이들이 찾아내는 단서로 인해서 영영 묻힐뻔한 사건의 실마리가 잡히고 여러가지 우여곡절을 통해 범인이 잡힐 때마다 악인의 최후를 보며 통쾌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사건의 참혹함은 말로 할 수 없을 것이다. 위에서 언급하는 드라마에서 나오는 범죄현장이나 해부현장을 보아도 너무나 무섭고 징그러운데 실제의 사건은 그 냄새나 부패로 인해서 사람이 겪을 수 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일선 경찰과 감식반과 이런 법과학자나 법의학자들은 매일 이런 사건들을 접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말 사건 해결을 위해 애쓰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책은 이런 과학자 중 한명이자 법의곤충학자로도 유명한 마르크 베네케는 혈흔을 분석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데에도 저명한 해결사라서 미국이나 여러 나라에서 강의를 하는 사람이다. 그가 본 수많은 사건 중에서 대중들에게 혐오감을 주지 않을 만한 사건과 법정속에서의 증거이야기등을 엮은 책이 바로 이 <살인 본능>이다. 그럼에도 이 두꺼운 책 안에는 어떤 내용이 튀어나올지 몰라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게 만든다. 혐오스러운 사진은 다행히 바디팜이라는 신체부패도를 측정하는 실험을 하는 농장에서 부패된 유골의 사진이 한장 나오는데 자세히 보면 누구나 죽으므로 인간의 자연스러운 모습인데도(범죄로 인한 유골이 아닌 자연속에서 부패하는 것을 관찰하는 유골이므로) 순간 엄청 놀랐다. 이 사진 한장을 빼고는 무서운 사진은 다행히 없다.

 

하지만 순진한 여자들과 여동생까지 남자친구의 성욕을 위해서 희생한 어느 여자, 그 커플의 이야기는 너무나 섬뜩했다. 남자의 어린 시절은 역시나 학대나 냉대가 있었고 멀쩡한 집안의 여자는 그 남자로 인해 동조하는 공범이 되었다. 그에게서 버림받기 싫다는 이유라니 이 여성도 선천적으로 어딘가 범죄자로서의 기질이 있었나 보다. 아무리 싫은 일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들이 남긴 테이프에서는 소녀들에게 잘해주다가도 입에 담을 수 없는 짓을 하는데 이 여자친구의 육성도 간간이 섞여 있다니 그저 어쩔 수 없이 도왔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 사실이었다. 어쨌든 이 세계는 이해할 수 없는 인간들이 이렇게나 있으니 겉으로는 마음씨 좋아보이는 이웃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을 수도 있는 일이다. 물론 일반화를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나 그 사람의 어린시절부터 알지 못하는 이상 이웃이라도 너무 믿으면 안 될 것 같다.

 

혜진 예슬 사건에서도 초기부터 어떤 주민이 나중에 진범으로 잡힌 범인을 지목했으나 경찰이 무시했다는 기사를 나중에 보고 정말 안타까웠던 적이 있었다. 범죄는 거의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는 법이니 가까운 곳에서 사는 전과자나 이상한 사람들을 먼저 조사해 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위에서 언급한 저 커플 사건도 진범이 잡힐 뻔한 적이 여러번 있었는데도 작은 것을 확인하는 것을 소홀히 하여 그 범죄가 거의 십년 가까이 이어졌던 안타까운 사건이다.

 

그 밖의 유골만 발견된 사건에서 신기술의 발달로 유골을 복원하는 일이며 OJ 심슨 사건을 다시 심도있게 들여다 본 것이며 여러가지 사건의 케이스들이 나와서 도움을 주는 책이다. 읽기에 거북하다거나 하는 사건은 위에 언급한 엽기커플과 제프리 다머의 이야기 정도이고 그 외의 나머지 내용은 범죄의 본질과 범죄를 해결하는 여러가지 요소들의 중요성, 사건을 같이 추리해 보는 과정등 법의학이나 법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교본이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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