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파라다이스..

굿바이 파라다이스
강지영 지음 / 씨네21북스 / 2009년 7월

강지영씨의 굿바이 파라다이스는 섬뜩하다. 내가 법의학같은 것이나 범죄심리에 관심이 있어서 망정이지 보통 사람들이라면 눈쌀을 찌푸릴 내용도 종종 나온다. 모든 단편이 그러한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녀에게 묘한 기대감이 생긴다. 앞으로 그녀는 어떤 일로든 성공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예를 들면 시나리오를 써본다고 해도 멋진 시나리오가 하나 탄생할 것만 같고 심지어는 동화를 써도 잘 쓸 것 같은 느낌이다.

 

<그녀의 거짓말>을 보면 반전이 있는 추리소설을 써도 잘 쓸 것 같고 <벌집에는 벌이 살지 않는다> 에서는 이 단편집처럼 환상적이고 기괴한 내용뿐이 아니더라도 서민들의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담아내는, 사람들 하나 하나의 묘사에 탁월할 것 같은, 소설가로서 대성할 감도 온다. 박완서처럼 꼼꼼하기도 할 것 같고...

 

<안녕, 나디아> 를 읽으면서는 에도가와 란포의 환상기괴 단편집에서 느꼈던 껄끄러운 뭔가가 스물스물 기어오르는 듯한 역한 느낌의 공포소설에 푹 빠졌다 나온 것 같았다.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였다는 글을 나중에야 읽고 내가 느꼈던 약간의 불편함이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물론 개인적인 일이지만 문예창작을 나온 이들의 글은 어딘가 조금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좀 힘을 빼고 자신만의 이야기, 문체를 담으면 어떨까 하는 쓸데없는 주제넘은 참견이 올라온다. 하지만 강지영의 소설은 또한 지금으로서도 충분히 내겐 매혹적이었다.

 

여성들은 어딘가 아름다운 글들만 써야 할 것 같은 사회적인 무언의 압박이 있지 않을까 싶다. 강지영은 적어도 그런 틀에는 매여있지 않을 사람같아서 좋다. 남자들보다 더 하드하고 더 와일드하며 서민들의 민초들의 이야기들에도 탁월할, 갈 데 까지 가보는 거야 하는 카피가 생각날 정도의 작가인 것 같아서 앞으로의 작품도 기대가 된다. 앞으로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같은 사회문제의식을 건드리는 작품을 써도 나는 반갑게 책을 들 것 같다. 공지영이나 신일숙처럼 유명한 작가가 되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큰 비약일까...

 

오랜만에 매혹적인 소설을 만난 것 같다. 굿바이 파라다이스... 그리고 그 다음 작품은 어떤 작품이 나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