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 아시아 영화의 허브
김호일 지음 / 자연과인문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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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에 퀴즈관련 프로그램이었던가.. 컴지식 용어로 지도처럼 퍼져가는 네트워크에서 중심이 되는 그 무엇 - 정확히는 기억이 안나서.. 그걸 우리가 흔히 아는, 요리에 쓰는 허브로만 알고 있었던- '허브'라는 단어가 정답이었음이 떠오르며 아 이럴때 적절히 쓰이겠구나 하는 느낌이 왔다. 바로 이 책을 통해서 말이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 영화의 중심이 되어 가고 있는 현상을 '아시아 영화의 허브'라는 부제로 표지에 실었던데 책을 읽다보니 참 부제를 적절하게 잘도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국제영화제라는 소재로 책 한권을 쓸 만한 건덕지가 있을까..싶었는데 그것은 기우였다. 저자인 김호일은 오랜기간 영화부 기자로서 부산에서 부산영화제의 준비부터 보아왔던 산 증인이나 마찬가지인 존재이며 스스로 이 책을 쓰기로 결심했을때 이같은 소재로 책 한권을 쓸 수 있을까 하고 그도 적잖이 고민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당시의 자료들을 모으고 인터뷰를 통해서 하나하나 시대별로 짜집기를 하면서 느꼈을 희열이 독자에게도 그대로 전해지는 질감이 있는 글쓰기는 아주 매력으로 다가왔다.

 

부산국제영화제가 1995년에 열리게 되기까지 얼마나 수많은 난관에 봉착하고 어려움을 겪었는지 세세하게 기자다운 눈썰미로 날카롭고 재치있는 글쓰기로 때로는 긴박감마저 느껴지며 술술 넘어가는 재미가 있다. 날줄과 씨줄이 잘 얽혀드는 글쓰기라고나 할까 글쓴이의 내공이 정말 깊은 것 같다. 소재로 볼 때 잘 못 쓰여진 책이 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이 책은 정말이지 참 잘 써진 책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예를 들면 외국의 유명한 작가가 쓴 평전을 읽는 느낌이다. 마치 안영희님이 번역한 체 게바라의 평전처럼. 

 

무슨 일이든 리더가 있는 법..부산국제영화제도 마찬가지여서 김지석, 오석근 같은 이가 없었더라면 결코 이루어지지 않았을 그 대장정이 아주 흥미롭게 그려지고 있다. 수많은 어려움들은 그 당시에 자본을 대줄 것처럼 했다가 취소했던 사람들 이야기까지 세세히 다루고 있는 것만 봐도 읽는 사람도 같이 걱정을 하고 과연 부산에서 열리기는 하게 될까 참여하게 되는 흡입력이 놀라운 책이다.

 

결국 많은 어려움과 우려속에서 드디어 PIFF는 그 역사적인 한 발을 내딛게 되었고 7~8만 정도만 관객이 들어도 다행이다 싶었던 영화제는 17만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부산 남포동은 새로운 영화인의 구역이 되었고 말이다. 이후 2002년도를 거쳐서 해운대쪽에 메가박스 11관이 새로이 개관되면서 해운대쪽으로 자리옮김이 이루어진 PIFF는 이제 매년 너무나 참가작이 많아 고르고 골라 280개 안팎이 상영되는 명실공히 아시아영화제의 허브가 되었다.

 

유명 영화인을 모셔오기에도 너무나 힘이 들었고 초대되는 영화들을 채우기에도 급급했던 초대 PIFF의 성공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전설처럼 생각하고 있나보다. 이는 영화를 사랑하는 젊은 10~30대 시민들의 관심이 세계를 놀라게 하고 많은 해외영화인들에게 각인되게 한 견인차 역할을 했으며 그 외 정말 많은 영화인들의 땀과 열정이 없었더라면 이루어지지 않았을 일이었다. 결국 부산이라는 도시의 부흥을 가져오기까지 한 영화제의 성공이야기는 흥미진진함을 넘어 새로운 희망과 꿈을 가져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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