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영혼, 책을 만나다 - 김영아의 독서치유 에세이
김영아 / 삼인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김영아의 치유에세이 <아픈 영혼, 책을 만나다>는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되는 책이다. 김영아 본인이 두 번 이나 죽을 뻔한 경험을 하고 이겨낸 삶이 오롯이 그를 붙들었고 자신과 같이 어린 시절이 아팠거나 암울했거나 혹은 어린 시절이 아니더라도 청소년기에 아픔을 겪었던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었던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하나 같이 아픔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있느라 본인이 어디가 아픈지도 몰랐던 사람들...대부분은 어린 시절의 환경과 그 어두웠던 기억들에 지배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심리집단 상담을 알게 되었다. 기회가 있으면 나도 참여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개선 프로젝트라고 하면 우습지만 마음이 개선되기는 하나보다. 주로 김영아씨는 책을 읽고 집단 내담자들과 토론하고 자연스럽게 그들의 목소리가 그 대화속에 실리도록 독려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인데 그 직업이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물론 여러 상담기법을 배우고 실습하고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현실은 늘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그럴 때에는 상담하는 본인의 능력이 꽤 필요한 직업인 것 같다.

 

김영아씨는 생후 1개월에 코 호흡에 문제가 생겨 두 번이나 큰 수술을 받았고 그로 인해 코의 모양이 조금 바뀌었나 보다.. 청소년기에 그것이 컴플렉스가 되었으며 초등학교 고학년에는 서울로 통학을 하다 그만 급하게 올라탄 기차를 놓쳐 떨어져서 정말로 죽을 뻔했던 기억이 있단다. 엄마가 수술이라도 받고 죽게 해달라고 사정을 해서 수술을 해서 나았던 아이가 바로 김영아씨다. 그 이후부터 전국에 아이 혼자서 하는 기차통학이 금지되었단다. 그녀의 삶이 이리도 파란만장했으므로 내담자들의 아픔을 보듬었을 것이고 상담이 잘 진행되었으리라.. 내담자들의 삶은 어딘가 닮아있다. 모두 부모에게 받은 상처들이 제일 많다. 그리고 지독했던 가난..

 

나 역시 지금의 약간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모습들은 엄마에게로 온 것들이다. 그리고 어린 시절에 장녀로서 꾸중을 많이 듣고 심한 매도 맞았으며 책임감을 가져야 했던 일들이 조금은 답답할 정도로 고지식한 사람이 되어 버렸고 공중예절을 지키지 않는 다던가 남의 공간을 침입하는 사람들을 생각보다 훨씬 더 혐오하는 증상등이 있다. 그래서 전철이나 버스, 사람이 복잡한 전시회, 아파트 생활같은 사람이 많은 공간에서 있기가 힘들 때도 많다. 물론 왠만한 상황은 참을 줄도 아는데 그 도를 넘어가는 상황을 다른 사람보다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소위 두루뭉실하고 까다롭지 않은 푸근한 사람은 아닌 것이다.

 

엄마에게 그렇다고 왜 어린 시절 나를 그렇게 대했냐고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나보다 훨씬 암울하고 어려운 시절을 살았던 내담자들은 어떻겠는가.. 그들은 너무나 객관적으로 봐도 힘든 부모에게서 자랐기 때문에 사과를 받아도 되겠다 싶었다. 그러나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대부분의 어른들은 그랬던 사실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하고 회피해 버리기 일쑤이다. 문제는 바로 엄마가 되어서 자신의 자녀들에게 그대로 답습이 된다는 것이다. 그 사슬을 끊기 위해서는 이런 집단상담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자신의 얘기는 터놓기 힘들었어도 신경숙의 <외딴 방> 이나 이금이의 <유진과 유진>,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김형경의 심리에세이<사람 풍경>같은 책을 읽으며 왠지 감정이입이 되어서 눈물을 흘리며 털어놓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나 역시 눈물이 나왔다. 그들은 홀가분은 했겠지만 이제 첫 발을 내딛은 것이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 나 역시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다음주에 가는 짧은 가족여행부터 내 행복을 찾아갈 것이다. 이제 아이들이 개학을 하면 운동도 다시 시작하고 나를 다독이는 시간들이 필요하다. 그 이후엔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손을 내밀줄 아는 그런 푸근한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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