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소의 청소년 문학선은 참 볼만한 책들이 그득하다. 키싱 마이 라이프가 그랬고 두 개의 달 위를 걷다도 그랬고 성폭력을 당한 소녀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쓴 티에리 르냉의 운하의 소녀, 뉴베리상및 여러 상을 수상한 로이스 로리의 기억 전달자가 그랬다. 비룡소의 제 1회 블루픽션상을 수상하며 당당하게 청소년 문학선에 이름을 올렸던 '하이킹 걸즈'의 김혜정이 또다른 성장소설 <닌자 걸스>를 가지고 돌아 왔다. 요즘 여고생들은 어떨까..어떻게 지내고 있는 걸까. 아직 초등학교 중학년을 키우고 있는 나로선 요즘 청소년들을 잘 모른다. 중학생들보다는 철이 든, 덜 무서운 아이들이라고나 할까..요즘은 중학생이 더 무서운 것 같다. <닌자 걸스>의 아이들을 보면 적어도 내 생각보다는 순하고 순수하다. 네 명의 순수한 소녀들의 이야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어찌나 재기발랄하고 재치가 넘치는 아이들인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아이들인지...그런 아이들이 성적이라는 잣대에 가로막혀 엄마들과의 팽팽한 신경전이며 학교와의 마찰을 속으로 삭히고 있다. 우리 때는 어땠는가 생각했더니 우리도 역시 공부를 강조하기는 하였다. 하지만 1학년부터 자율학습이 10시까지 있었다던가 새벽까지 학원으로 직행하는 일은 없었다. 닌자 걸스의 주인공 고은비...일명 고릴라라고 불리우는 소녀. 어렸을때는 엄마의 손에 이끌려 방송일이며 아역배우며 아이들을 위한 뮤지컬에 서는 등 연기를 잘하는 아이였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갑자기 불어나기 시작한 몸무게는 일년마다 7킬로씩 늘어가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게 되었고 어느새 아역배우로서의 생활도 끝이 나고 있었다. 이제 여고 1학년이 된 고은비는 학교에서 수학하면 알아주는 공부를 잘하는 소녀가 되어서 심화반인 모란반에 들어가 두시간이 더 늘어난 밤 10시가 아닌 열두시까지 자율학습을 해야하는 처지가 되어 있었다. 아역배우를 시킨 것을 후회하는 엄마는 자녀들을 어떻게 해서든 의사를 시키기로 마음먹는다. 이미 오빠인 고은철은 지방에 있는 의대에 들어가 있다. 이번엔 고은비도 의대로 진학을 시키려는 것이다. 고은비는 아직도 연기가 좋다. 그래서 시시때때로 연기를 하려고 엄마 몰래 오디션을 보러 다니고 친구들에게 그런 사실을 주지시키고 있다. 세명의 절친한 친구들은 은비의 꿈을 이루어 주고 싶어 한다. 더불어 자신들의 꿈도.. 국어를 제일 잘하는 역시 모란반이었던 지형은 혜지의 오빠인 영민을 짝사랑하고 키가 작은 소울은 키가 크고 싶어한다. 이쁘고 날씬한 혜지는 연예인으로 데뷔하라는 주위의 권유를 물리치고 그저 평범하고 밝은 여고생으로 살아가고 싶어하나 공부를 잘 못한다. 사실 전교에서 꼴찌인 셈이다. 이번 시험에 반에서 30등 이상이 되지 않으면 미국으로 보내버린다는 혜지의 엄마말에 모두들 긴장하며 어떻게든 혜지를 도우려고 하는데... 고은비 역시 연극무대에 설 기회가 다가오는데 과연 그 기회를 잡게 될 것인가...여기까지의 이야기가 숨가쁘게 여고생다운 천진함과 순진함 그리고 재기넘침으로 이어져 간다. 1318세대를 위한 소설뿐 아니라 과거를 되돌아가 볼 타임머신을 타고 싶은 엄마들에게 정말 권해주고픈 예쁘고 재미있는 성장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