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소시지 - 27일 간의 달콤한 거짓말 풀빛 청소년 문학 6
우베 팀 지음, 김지선 옮김 / 풀빛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노벨레(Novelle) : 장편도 아닌 단편도 아닌 중편소설로 이 책의 작가인 우베 팀은 장편으로 속할 수도 있는 이 작품을 굳이 노벨레로 칭했다. 이는 이 소설의 맨 마지막 구절을 읽으면 놀랍게도 이해가 될 것이다.

19세기 독일에서 전성기를 누렸던 문학 장르이며 소설속의 또 다른 이야기 격자구조를 지닐 때가 많은 노벨레 소설.. 작가는 왜 이 점을 강조했을까.. 1940년생인 작가는 어른들이 겪었던 전쟁을 직접 겪은 세대는 아지지만 2차 세계 대전의 독일의 패전후의 참담함을 독일 함부르크에서 몸소 느끼며 어린 시절을 보냈을 터였다. 그 아픔을 바로 드러내지 않고 격자소설의 구조와 인칭의 변화로서 한 발 떨어져서 그려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더욱 절절이 전쟁의 참담함을 느끼게 해주며 인간이란 과연 어떤 존재인가..전쟁은 인간을 어떻게 만드는가 하는 원초적인 문제를 읽는 이로 하여금 도출해내게 해주는 것 같다.

 

게다가 다양한 시점의 변화는 이 소설을 바로 옆에서 내가 겪은 듯한 느낌도 들게 했다가 멀리 떨어진 양로원에 있는 노인에게서 듣는 먼 이야기로도 느껴지게 했다가 하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하는데 바로 그 점이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나 역시 늙어가는 여주인공에 동화되는 느낌을 주어서 한편의 영화를 감상하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한다. 얼마 전에 보았던 The reader 라는 영화에서도 나이차가 15살 이상이 나는 연상의 여주인공과 연하의 남주인공의 이야기를 보아서인지 이 소설의 장면 장면이 세세히 살아나는 희한한 느낌을 받았다.

 

이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화자는 어느 남자이다. 어린 시절을 카레소시지를 먹으며 자랐던 남자가 성인이 되어 친구들과의 이야기 속에서 카레소시지는 자기가 아는 아주머니가 최초로 만든 걸 거라는 이야기를 확인해 보고 싶어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이미 양로원에서 눈이 먼 할머니가 된 레나 브뤼커 아주머니.. 카레소시지의 원조임을 알려달라고 방문한 양로원에서 그는 할머니의 이야기에 빠지게 되고 그 후로 일곱번을 더 방문하게 된다. 그 때마다 눈이 보이지 않으면서도 완벽하게 멋진 풍경의 스웨터를 짜고 있는 할머니.. 그 손재주로 모든 물품과 식재료가 부족했던 시기의 평범한 음식에도 마술같은 맛을 보여주었던 레나.. 카레소시지의 발명이야기는 소설을 읽다보면 말미에서야 자연스럽게 밝혀진다.

 

43살의 그녀는 16살의 아들도 징집당하고 20살의 딸은 간호조무사가 되어 전쟁중에 다른 곳에 있게 되고 여자를 밝히는 남편도 6년째 소식이 없는 중이다. 어느 날 갑자기 거의 전역되었다가 다시 전쟁의 막바지에 징집된 해군상사 브레머를 만나게 된다. 그는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집결지에 도착해야 한다. 나가게 되면 거의 총알받이가 될 거라는 걸 막연히 깨닫고 고뇌하는데...우연히 그 순간 폭격이 시작되고 그 둘은 손을 잡고 지하대피소로 피신하게 되고..그 후 말없이 그 둘은 레나의 집인 한 건물 꼭대기층으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사랑을 나누게 되고 그에게 고기가 들어있지 않지만 고기맛이 나는 '맛스프'를 끓여주고 그는 다음날, 탈영병이 되고 말았다. 이후 발각되지 않기 위해 애를 쓰는 두 사람..그리고 이웃들의 의심...이 부분의 아슬아슬함은 소설의 또 다른 매력을 주고...

 

읽다 보면 어느새 이 여인에게 갇혀버린 것 같은 브레머 해군 상사의 이야기가 되었다가 또 늙어 가는 한 여인의 특별했던 27일간의 이야기가 되었다가.. 젊지도 늙지도 않은 43세라는 나이는 6살 어린 나에게도 많은 충격을 주었다. 나도 그 경계에 있구나...그저 그렇게 늙어가겠지.. 돌아온 남편을 참아내다가 쫓아버리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당차고 멋진 그녀와 내 모습이 대차 비교되기까지 했으니..많은 생각거리를 주는 소설이 되었다. 결말까지 향하는 동안 참 다 읽는 것이 아까운 소설이었다. 죽기 전에 읽어야 할 책 1001권에 뽑힌 이 소설은...나 같은 젊음과 늙어감의 중간에 놓인 여인이 꼭 읽을 만한 소설로 바꿔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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