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크리에이티브 공장, 뉴욕 - 뒷골목 아티스트들이 이끄는 뉴욕의 예술경제학
엘리자베스 커리드 지음, 최지아 옮김 / 쌤앤파커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언제나 뉴욕에 가보고 싶었다. 뉴욕은 내게는 멀기만 한 도시는 아니다. 물론 거리상은 멀지만.. 유난히 미국드라마를 즐겨 보는 지라 뉴욕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하지만 선망의 도시일뿐, 한국에서의 나의 생활과는 많은 괴리감이 느껴지는 도시이다. 바로 그 점이 언젠가는 뉴욕을 여행해 보고 싶은 소망을 품게 한다. 자유로운 영혼이 춤추고 노래하고 그래피티(벽화}를 그리는 곳.. 1970년대부터 아니 그 전부터 꽃피웠던 문화의 메카.. 언제부터인가 금융과 법률가의 도시로 익숙해지고(미국 드라마 '앨리 맥빌' 탓인가..) 부유한 사람들의 부동산이 즐비한 어퍼 이스트 사이드 거리를 배경으로 한 '가쉽걸'이 방송되면서 뉴욕은 마치 부유한 사람들의 거리인 것 처럼 느껴지지만 한편으론 음침한 도시의 면모도 가득하다. 로 앤 오더라는 범죄법정 드라마에서 오리지널과 svu라는 스핀오프 시리즈에서의 뉴욕은 참 같은 도시지만 화면이 다를 정도로 다른 도시처럼 보인다. 그럼 또 맥 라이언과 탐 행크스 주연의 '유브 갓 메일'은 또 어떤가. 그곳은 낭만적인 거리와 스타벅스, 그리고 작은 서점이 주는 편안함이 가득한 곳이었다. 뉴욕은 이토록 많은 모습을 간직한 도시이다. 내가 아는 어떤 뉴욕도 그래피티가 가득하고 재즈와 클럽문화가 활성적이라는 것을 알 수 없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자유로운 보헤미안의 도시였던 뉴욕을 재발견하게 되었다.

 

아트와 패션의 중심지 뉴욕...뉴욕의 역사를 꼼꼼하게 되짚어가는 글쓴이의 솜씨가 대단하다. 콜트레인, 디지 길레스피, 니나 시몬과 같은 재즈인이 활동했던 뉴욕은 이내 퀸시 존스같은 가수의 활동지가 되었고 2차 세계대전으로 뒤숭숭한 유럽을 대신해서 문화의 중심지로 태어나게 되었다. 1970년대의 바스키아는 앤디 워홀의 제자와도 같은 이였으며 그의 작품은 이제 어마어마한 액수를 받을 수 있는 유명한 그래피티 작가이자 문화인으로 기억되고 있다. 흑인이었던 바스키아의 짧은 생애를 그린 영화가 기억났다.

 

뉴욕은 어떻게 해서 게이트키퍼나 트랜드세터들의 천국이 되었을까. 이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그 의문들이 풀린다. 뉴욕이란 좁은 도시의 특성은 LA와 같은 거대한 도시와는 달라서 원하는 재료를 한 블럭 옆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패션의 여러가지 관련사업들이 그 한 동네에서 다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이다. 아트도 마찬가지였다. 앤디 워홀이 드나들던 클럽에서는 쉽게 그와 악수를 할 수도 있었으며 믹 재거나 트루먼 카포티(cold blood로 유명한 작가..몇년전엔가 영화로도 나왔었던 인물. 내가 좋아하는 인물 이름이 나와서 반가왔다.) 들도 볼 수 있었다. 어느새 그들의 일원이 될 수도 있었다. 그같은 폭발적인 산업은 뉴욕을 크리에이티브의 산지이자 공장으로 여겨지게끔 할 수 있었지만 1990년대 이후에 들어서서 비싼 물가와 너무나 올라버린 부동산 가격때문에 점차 갈 곳을 잃어가고 있다. 더 이상 가난한 문화인들이 버틸 수 없는 것이다. 자유로웠던 보헤미안 정신이 사라지고 자본주의에 먹혀 들고 있는 뉴욕의 한 부분이 안스럽다.

 

"크리에이티브 산업은 음악, 출판, 광고, 레스토랑처럼 다양한 비즈니스를 포함하는 하나의 비공식적인 소집단이다."

 

다양한 크리에이티브 종사자들이 자원과 아이디어와 지식을 공유해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내는 능력과도 연관이 있다. 경제학자 조셉 슘페터는 이를 가리켜 '창조적 파괴'라고 했다.

 

이 책은 언듯 보면 인터뷰들이 난무하는 그저 그런 책처럼 보인다. 하지만 하나하나 읽다보면 작가의 역량이 돋보이는 섬세하고 날카로운 뉴욕파헤치기가 보인다. 위와 같은 적절한 인용과 뉴욕의 역사를 꼼꼼하게 연구한 부분을 보면 참 지적인 책이어서 언젠가 미국이나 뉴욕에 대한 문화를 공부하게 될 때 필요해 질 책인 것 같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계속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이다. 책의 분량을 채우려고 그랬는지는 몰라도...간단히 정리 할 수 있는 부분을 여러 가지 비슷한 챕터로 꾸미고 있는 점이 살짝 아쉽다.

 

뉴욕에 대해서 나처럼 막연히 동경을 하고 기대감을 가지고 뉴욕의 1910년 부터의 역사와 크리에이티브 산업이 어떻게 뉴욕에서 발전했는지를 궁금했던 사람들이라면 참 유용한 책이며 매력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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