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게임 1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최고다! 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은 책이었다. 개인적으론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연작보다 훨씬 재미도 있었고 문학성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비교대상들이 알맞지 않지만 각각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린 작품이기에 비교를 아니 할 수가 없었다. 스페인 작가의 작품은 늘 읽고 싶었다.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태양과 열정과 투우사의 나라 스페인..은 가끔 이탈리아와 헷갈릴 정도이니 우리나라와 일본을 혼동한다면 참 기분나쁠 일이다. 그래도 비단 나 뿐만은 아닐 것 같다. 암튼,, 스페인의 작가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작품은 정말 스페인 작가의 작품을 앞으로도 찾아서 읽고 싶을 정도 - 앗, 갑자기 생각이 났다. 이미 스페인 작가의 작품을 읽어보았구나.. 가브리엘 마르케스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를 찾아보니 라틴 아메리카 문학 그리고 바르셀로나에서 살았던 경험으로 스페인 작가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벌써 스페인 작가를 알고 있었구나. 그러고 보니 그들의 작품은 어딘가 연결되어 있고 영혼이 통하는 인간들과도 같은 존재감이 있다.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과는 다른 환상이지만 '천사의 게임' 역시 현재와 과거를 통하는 소설이며 환상과 괴이함이 가미된 소설이다. 물론 빨래를 널던 처녀가 하늘로 올라간다던지 하는 마르케스의 환상과는 다르다. 칠레의 작가 아옌데의 '영혼의  집' 처럼 라틴 아메리카 문학은 어딘가 서사적인 구성에 문학성과 현실과 종교와 군정부와 환상이 어우러져 있다. 십년간 그런 획기적이고 아름다운 작품이 부재했다면 이 '천사의 게임'으로 드디어 화려하게 부활했다.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은 축복받은 사람이다.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다니..그리고 결국 스페인의 국민들은 이 작품에 열광한다. 일년에 책 한 권을 읽는다는 사람들이 말이다. 40일만에 100만부가 판매되었다고 한다. 미국은 물론 유럽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아마도 영화로도 제작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선천적인 재능과 수많은 독서와 수없이 쓰다 고친 원고뭉치들의 산 아래서 고민하고 고뇌하며 쓰여졌을 것이라 믿는다. 한가지 온라인 서점들에서는 호러/공포 장르라고 분류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내가 보기에는 라틴 아메리카 문학처럼 문학성이 넘치고 환상과 아름다움 그리고 파우스트의 악마같은 인물이 등장하는 것 뿐인데 말이다. 오늘날 파우스트를 공포소설로 분류하지는 않는 것처럼 이 작품도 공포소설이라는 장르에 묶어두기엔 좀 아까운 작품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천사의 게임 1권을 읽었을 때에는 1권을 다 읽어가는 것이 너무나 아까울 정도였고 2권이 기대되다보다 못해 떨리는 심정이었다. 하지만 2권에서 전개되고 마무리 되는 이야기는 1권만 못하다는 느낌이다. 1권에서 과연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었을까 어떤 결말이 나올까 기대했던 마음에 조금, 약간 못 미쳤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읽는 시간 내내 행복감과 기대감에 충만했으니 작가에 열렬한 감사를 보낸다. 그리고 이렇게 훌륭한 작품을 만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1권의 주인공의 신문사 시절의 이야기, 그리고 신문사에 연재되기 시작하는 그의 소설, 어느덧 자연스럽게 주인공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데 이 모든 것에는 필연이나 우연이 숨어있음을 독자는 나중에 조금씩 알게 된다. 그의 어린시절의 묘사와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셈페레 서점의 부자(父子)는 왠지 찰스 디킨스의 작품들을 생각나게 하며 고전의 향기가 뿜어져 나온다. 소설에서 등장하는 찰스 디킨스나 빅토르 위고라는 단어들에서 작가가 그들의 작품을 선망하고 그런 위대한 작품을 쓰려고 노력했음이, 그 열망이 엿보인다. 이 <천사의 게임> 작품 역시 소설 속 주인공인 다비드 마르틴이 쓰고자 했던 위대한 소설에 가까와지고 있는 중인 것 같다. 작가의 미래의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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