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 상처에서 치유까지, 트라우마에 관한 24가지 이야기
김준기 지음 / 시그마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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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은 인간의 트라우마에 대한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러 영화를 토대로 각각의 트라우마를 보여주며 여러 상담자의 짧은 이야기를 통해 강렬한 인식을 하게끔 만든다. 요즘은 트라우마란 용어도 거의 유행을 타는 용어가 된 것 같다. 10년전만 하더라도 책을 많이 읽거나 어떤 특별한 경로를 통해 아는 사람만 아는 용어였다면 이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외래어가 된 것처럼 자주 쓴다.

 

트라우마란 우리가 아는 것처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말한다. 대구 지하철 참사 사건을 우리는 기억한다. 상상만해도 끔찍할 것 같은 그 엄청난 잔해들.. 실제로 참사를 겪고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지금도 지하철에 들어가면 가슴이 방망이질 하는 것처럼 마구 두근거리고 쓰러질 것 같은 어지러움에 비상구부터 찾는다고 한다. 아예 평생 지하철쪽은 쳐다도 안 보는 사람도 생겼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뿐 아니라 스몰 트라우마라는 것도 여러 군데에서 소개해 주고 있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수많은 스몰 트라우마를 겪었는데 그것이 어른이 되어서도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본 영화를 하나씩 자세한 줄거리와 함께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를 전개하기 때문에 무척 빠르고 재미있게 읽힌다. 그렇다고 가벼운 책은 결코 아니다. 인간의 내면에 접근하는 방식, 그리고 후벼파는 내용들이 많다. 그것은 나도 스몰 트라우마가 많은 사람이기 때문이리라.

 

<붕대 클럽>이라는 영화가 있다. 나도 모르는 일본 영화이다. 영화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제목 정도는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내가 몰랐던 영화이기 때문에 더 흥미가 생겼고 아...꼭 봐야할 영화구나 하는 생각도 들게 하는 영화서적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선 첫 내용에 등장하는 <레인 오버 미>라는 영화도 처음 보는 영화였다. <레인 오버 미>는 앞서 대구 지하철 사건처럼 아내와 딸을 비행기 사고로 잃은 사내의 이야기이다. 세상과 소통하는 것을 끊고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살던 그가 오히려 마음을 열었던 상대는 대학 시절 잠깐 가까이 지냈던 동기였다. 우연히 만난 친구는 자신의 일을 잘 모르기 때문에 트라우마에서 어느 정도 자유스러웠던 것이다. 그랬던 그가 동창의 사소한 한마디나 자신이 치과의사였던 시절에 일어났던 사고를 기억나게 하는 친구의 치과병원을 보고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고 폭력적으로 변했던 것은 얼마나 트라우마가 무서운 것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다시 <붕대 클럽>으로 돌아와 보면 고교생들인 주인공들은 우연히 서로의 트라우마가 생긴 장소에 붕대를 감아줌으로서 어느 정도 마음이 안정된다는, 치유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인터넷에 광고를 내게 된다. 마음의 상처가 있는 학생들은 여기 모여라. 그 장소에 우리가 붕대를 감아주겠다는 것이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오게 되고 그 장소에 붕대를 감아 주는 것으로 서로가 천천히 치유됨을 느낀다. 그런데 바로 이 영화에서 '스몰 트라우마'들이 많이 등장한다. 축구부였으나 자살골을 넣고 학교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소년에게는 그 골대에 붕대를 매주고, 실연당한 여고생을 위해서는 남자 친구와 헤어졌던 그네에 붕대를 감아 준다.

이같은 일을 주도적으로 하는 소년 '디노' 역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소년이다. 자신 대신에 칼에 찔려 하반신이 마비된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에 다리 하나만 건너면 친구집인데 다리를 건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같이 붕대를 감아주는 일을 하는 친구와 함께 이인 삼각 경기를 하듯 서로의 다리를 붕대로 묶고 다리를 건너 마침내 그 미안한 친구에게 갔을 때, 친구는 오히려 자신을 위해 오사카 사투리를 익힌 디노를 격려하며, "자식~ 오사카말은 여전히 서툰데..?" 하며 "나 스스로 붕대를 묶을 수 있다." 며 오히려 붕대를 건네 받는다. 스스로 붕대를 묶을 수 있다.. 그 친구는 어린 나이임에도 스스로 이미 마음의 치유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스몰 트라우마...어린 아이들에게 내뱉는 부모의 얼굴 표정, 한숨, 그리고 말로 인한 상처.. 이 부분이 가장 가슴이 저몄다. 나 역시 나의 딸에게 가장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주질 못하고 모진 말을 할 때가 있으니 말이다. 이 책에서는 기대가 너무 크기 때문에 실망감이 커서 자녀의 움츠림, 겁에 질림을 보지 못하고 심한 말을 하게 되는 것이란다. 나 역시 스몰 트라우마가 많은 것은 어릴적에 엄한 엄마에게 받은 상처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늙어가시는 엄마에게 따질수도 없다. 그저 혼자 가끔씩 딸에게 혼내는 모습을 보면서 아..엄마의 모습이 나에게 있구나 느낄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지고 트라우마가 생겨 매번 삭히게 된다. 언제나 치유가 될런지...딸에게 절대로 되물림되게 해서는 안된다. 이제부터라도 노력할 것이다. 소개한 영화말고도 많은 영화가 더 등장한다. 하나같이 읽어볼 가치가 있는 내용들이었다. 이 책은 스몰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들은 꼭 한번 읽어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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