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걷다 노블우드 클럽 4
존 딕슨 카 지음, 임경아 옮김 / 로크미디어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존 딕슨 카의 기념비적인 데뷔작 <밤에 걷다> 는 노블 우드 클럽의 존 딕슨 카 시리즈의 첫번째 책으로 손상없는 책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엘러리 퀸에도 영향을 주었다는 딕슨 카의 작품은 애석하게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만약 어린 시절 딕슨 카의 작품을 읽었다면 작가의 다른 책들도 모조리 다 읽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어린 시절 탐독했던 탐정소설의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게 하는 작가이다. 작금의 여러 스릴러 탐정책들은 그저 연쇄살인마의 이야기만 잔인하게 적다가 제대로 된 추리도 없이 급박한 영화를 한편 보는 듯한, 어이없게 범인이 밝혀지고 마는데 이 책은 일어날 수 없는 불가능의 사건, 밀실사건이자 주인공들의 내면과 그들이 관계를 맺고 사는 사람들에 대한 끈질긴 스토리와 서술이 예전에 읽었던 바로 그 탐정소설의 참맛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딕슨 카는 미국태생이지만 프랑스와 영국에서도 어린시절과 청년기를 보냈기 때문에 이들 나라들의 암울한 분위기와 역사적인 서술등이 돋보이는 작가였다. <밤에 걷다>에서도 그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범인이 나타나는데 살인 자체를 즐기는 살인마가 등장하는 것이다. 1920년대 후반의 정서로 이런 범인이 등장했다는 자체가 센세이셔널 했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그보다 후대에 일어난 '블랙 다알리아'의 사건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을 수 없는 사건으로 치부했기 때문에 경찰이나 언론에서도 쉬쉬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밝혀지는 범인은 로랑이라는 살인마인데 그가 첫날밤 자신의 신부에게 면도칼을 들고 덤벼들었다가 신부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달아나게 되는데 그녀가 바로 이 책의 또다른 주인공이다. 정신병원에 갇히게 되는 로랑은 잘생기고 의젓하고 우아한 몸짓을 가진 지적인 미소를 가진 인물이었지만 그가 상담중에 꺼내는 말들은 지금의 싸이코패스를 능가한다. 어려서부터 사람이든 짐승이든 피를 보고 싶어할 때가 있었으며 그것이 유전적인 영향이기 보다는 그가 어린 시절부터 탐독했다는 여러 어두운 책들로 인한 것 같다는 나름의 이유를 들어보면 정말 오싹하다. 그 책들의 면면이 이러하기 때문이다. 잔인하게 매춘부나 여자들을 고문했던 사드의 작품이나 어린 아이들 수백명을 고문하고 죽였다는 질 드레의 관한 책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공포소설로 유명한 포poe까지 등장하니 말이다. 그 당시에 이런 글을 쓸 수 있었다면 딕슨 카 자신이 이런 책에 관심이 많았으리라 생각한다. 인간의 어두운 심연에 대해 호기심을 가졌고 또한 왜 인간에겐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그 사실들을 밝혀보고자 했을지도 모른다.

 

로랑은 8개월전에 정신병원에서 탈출하고 아마도 실패한 그녀를 찾아가기로 결심했을 것이다. 그녀를 죽이려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이 아직도 살아남아 그녀에게 큰 영향을 끼칠 유일한 사람이란 걸 증명해 보이려는 것일까. 새로 재혼하게 된 살리니 공작은 그녀와 결혼한 바로 그 날 파티가 열리는 클럽의 카드룸에서 목이 잘린 시체로 발견되는데...이 책 '밤에 걷다'는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범인을 좇는 과정과 딕슨 카가 만들어 내는 이야기들은 추리소설이 아니더라도 매력적인 글임에 틀림없다. 그가 묘사하는 것들은 황홀하다. 1920년대 후반의 영국이나 프랑스, 미국의 이미지가 눈에 보이는 것 같아서 정말 꼭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글임에도 틀림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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