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브야드 북
닐 게이먼 지음, 나중길 옮김, 데이브 매킨 그림 / 노블마인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닐 게이먼의 소설은 처음이었다. 그레이브야드 북 표지에 그려진 세련된 만화체 삽화와 2009 뉴베리상 수상작이라는 문구가 책을 읽고픈 욕구를 주었지만 닐 게이먼이란 작가는 몰랐다. 아니 들어는 본 것 같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책 뒷표지에 적힌 닐 게이먼에 대한 아는 척하는 문구들이 이해가 되었다. 나도 드디어 닐 게이먼이란 작가를 알게 되었다~!! 는 소리는 임금님귀는 당나귀 귀!! 하고 외치는 것과 비슷한 희열을 느끼는 것이었다. 진정한 이야기꾼 닐 게이먼..

 

어느 야릇한 밤, 일가족이 살해 당하는 비극이 벌어진다. 검은 머리의 살인자, 잭에 의해서.. 이 집안의 막내였던 18개월 된 아기는 혼자 잠에서 깨어나 운명처럼 아장아장 집밖을 나서게 되었다. 집 앞 언덕 끝에 있는 공동묘지에 이르러 마침내 그는 유령들의 손에 발견하게 되어 무덤에서 존경받는 오언스 부부의 장남으로 키워지게 되었다. 아기엄마가 유령이 되어 뒤쫓아 온 잭의 손에서 아기를 구해 달라는 애타는 몸짓은 나도 어린 아들을 둔 엄마로서 너무나 가슴 아픈 모성애를 느끼게 했다. 그의 진심어린 애원을 받아들인 오언스 부부는 이 아이를 아들로 받아들여 키우게 되는데 유령인지라 음식물을 얻을 수도, 이 아이를 제대로 육체적으로 양육할 수 없어서 망설이고 있었다. 이 부부앞에 구원자처럼 나타난 사일런스라는 불멸, 불사의 남자가 이 아이를 키우는데 돕겠다고 나선다. 그 이후로 이 아이가 자라는 십수년 동안 사일런스는 정말로 아이를 위해 음식을 갖다 주고 진정한 멘토가 되는 일에 게으르지 않았다. 위기 때마다 나타나 노바디 오언스를 구해주는 대목에선 오언스 부부와는 또 다른 콧날이 시큰해지는 부성애를 느끼게 된다.

 

닐 게이먼 스스로가 어린 시절에 읽었던 <정글 북>에 감화되어 패러디의 차원에서 쓰게 되었다는 그레이브 야드 북.. 제목부터가 '정글 북'처럼 book이란 제목을 차용했다는 점에서 닐 게이먼의 정글 북에 대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어린 아들과 같이 찾았던 공동묘지에서 착안해 냈다는 이야기는 딸아이가 자꾸 뒷얘기를 해 달라는 바람에 다시 쓰곤 했다는 뒷담은 청소년 문학으로서 뉴베리상을 수상할 만한 아버지로서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감성과 지성을 전해줬다고 생각한다.

 

노바디 오언스...비극적인 사건 속에서 혼자 살아 남은 아기..그리고 유령들이 부모가 되어서 지극정성으로 키운 아이.. 이 아이도 인간이기에 인간사회를 동경하고 좌충우돌 청소년기를 겪기도 하며 진정한 남자로 성장해 가는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그리고 중간중간 벌어지는 사건에서는 해리 포터와 비슷한 재미를 선사해 준다. 무덤 속에서 접하게 되는 무서운 괴물들과 저승에서나 볼 법한 생물들이 오싹한 재미를 주기도 한다.

 

잭이란 살인자는 왜 이 가족을 죽였으며 왜 끝까지 이 소년, 노바디 오언스를 찾아다니며 끝장을 보려는 것일까..노바디 오언스는 이 모든 처절한 사건들을 뒤로 하고 진정한 남자로 성장했을까..사일런스의 도움은 이젠 필요없는 것일까.. 무덤을 나서는 그의 모습을 남은 유령들이 눈물 어린 눈으로 지켜보며 그의 행복을 빌어주지 않았을까..이 모든 것은 이 책을 읽을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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