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서양 음악사
오카다 아케오 지음, 이진주 옮김 / 삼양미디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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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다 아케오가 쓴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서양음악사'.. 일본인이 쓴 책은 술술 넘어가면서도 주관적인 생각이 툭툭 들어가는 책이 많아서 특이함을 기대했던 책인데 역시나 그러했던 서양음악사 책이었다. 동양의 것은 다루지 않은 서양음악사라고 저자는 머리말에서 친절히(?) 밝히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저 선사시대부터의 역사가 아닌 저자가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예술 음악부터 주로 다루고 있다. 거의 중세시대부터인..그러니까 서양음악의 근간을 이루는 음악은 거의 이거다 해도 과언이 아닌 프랑스와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발달한 음악만이 진정한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느낌들이 강하게 느껴져 온다. 그래서 읽는 독자들이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나 상세한 설명과 정말로 필요한 역사적인 그림들, 그리고 역사적인 사진들로 인해 금방 누그러뜨릴 수가 있다. 그리고 이내 책에 푹 빠져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저자의 생각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서양음악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그레고리오 성가에 대해서 설명한 부분이 있다. 800년 전후의 프랑크 왕국의 성립과 거의 같은 시기에 음악사에서 눈에 띄는 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하는데 그레고리오 성가를 종이에 적게 되었다는 점이다. 당시의 악보인 '네우마' 는 가사 옆에 마디를 나타내는 지렁이가 기어가는 것 같은 각양의 기호를 단 것이며 지금의 '오선보'와는 전혀 달랐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어서 덕분에 네우마의 악보법이 적힌 수도원의 비망록 같은 느낌의 귀한 네우마 악보들의 희귀한 자료를 사진으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내 언급하는 오르가눔...솔직히 여기서 네우마니 오르가눔이니 하는 용어를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어디선가 많이 들었던 용어들이다. 이런 지적 호기심을 채울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이다. 바로 우리가 아는 바로크음악과 고전음악 클래식으로의 시작점인 <오르가눔>은 그레고리오 성가에 새로운 다른 성부를 더하고 겹쳐 노래하는 장르인 것이다. 여기에서 처음으로 서양의 수직적 음악사고가 태어나게 되었으며 바흐를 거쳐서 나중엔 말러나 쇤베르크와 같은 몇 십개나 되는 성부를 복잡하게 엮어 만들게 되는 음악의 첫걸음이 시작된 것이다.

 

이어 오르가눔의 더 세세한 설명과 중세 음악의 폭발적 발전인 노트르담 악파에 이르러선 정말 보물같은 책을 가졌다는 느낌이 강하게 온다. 같이 들어있는 클래식 CD까지 더해 이만한 서양음악사 책은 없을 것 같다. 백과사전에서 짧게 짧게 찾아지는 정보보다 한 사람의 저자가 집요하게 파고든 책이 좋은 점이 바로 이런 것이다.

 

자료가 적은 암흑시대인 중세 시대도 사진자료와 함께 열심히 기술하였으며 이내 등장하는 르네상스와 음악의 시작은 르네상스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고 음악이 어떻게 화려하게 발전해 가는지 플랑드르 악파를 통해 독자들도 달려가게 만든다. 그리고 16세기 최고의 음악 도시 베네치아를 거쳐 우리가 좋아하는 바로크 음악으로의 여행을 떠나게 된다. 절대 왕정 시대의 음악 그리고 오페라의 탄생..우리가 클래식으로 익히 알고 있는 하이든, 모짜르트, 베토벤의 시대.. 그리고 스트라빈스키, 드뷔시, 말러와 쇤베르크의 난해한 음악까지..그의 친절하면서도 지독한 설명을 읽다보면 어느새 서양음악사에 대해 한 발짝 다가서게 되는 느낌이 들 것이다. 저자의 서문처럼 클래식을 어느 정도 듣고 접해 본 사람들이 읽으면 아주 재미있는 역사의 항해를 하게 되는 한권의 서양음악사책이 바로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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