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가 사라진 날
스벤 누르드크비스트 글.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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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은 너무 어린 아이들보다는 초등학교 2학년 이상이 읽으면 좋겠다. 3학년인 딸아이가 읽고 나서는 엄마 재미도 있고 감동적이야 끝부분에서..하는데 좀 성의가 없었다. 자 그럼 내가 읽어 볼까. 괴팍한 할아버지가 눈에 들어 온다. 소박하고 정리가 안된 살림살이는 늙은이의 고달픔을 보여주는 것 같다. 파자마를 입은 채 일어나자마자 모자를 찾는 할아버지..인상을 쓰고 고함을 치는 대머리에 머리가 삐친 할아버지의 모습과 늘어진채 식탁위에 누워있는 애완견 번개의 모습이 대조를 이루며 방과 식탁 여기저기에 커피잔이나 커피포트가 보이는 걸로 봐선 커피를 좋아하는 할아버지의 기호가 느껴진다. 참 멋진 삽화구나. 왠지 마음이 편해지고 책에 푹 빠져들고 싶다.

 

번개는 애완견인데 자꾸 자기를 하인 취급하는 할아버지가 서운한가 보다. 자기는 애완견이라며 일단 커피나 마시면서 모자를 찾아보자고 안심을 시키는 번개. 그 그림은 또 커피를 휘휘 젓는 또 하나의 미니 번개가 나와서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사실 이 그림책은 그림마다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커피를 다 마시고 옆집 닭할머니네로 (갑자기 인간옆에 닭할머니가 산다는 설정이나..)가는 장면에서 할아버지네 화분이 닭할머니네 집앞에 있는 커다란 사과나무로 연결이 되고 이 사과나무 아래부분은 뿌리도 없이 통째로 물병에 들어가 있다. 이런 식으로 재미있는 그림들이 군데군데 숨어 있는 재미가' 앤서니 브라운'의 'Change' 에서 사물들이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변형되는 삽화와 비슷하면서도 더 작은 디테일이 멋스럽다.

 

닭할머니도 와플과 커피를 권하면서 말은 자기가 할테니 먹기만 하라더니 헛간에 누군가 있다고 귀띔을 해준다. 이번엔 헛간의 모습이 또 재미있다. 유럽의 박물관에 그림으로 걸려있을 법한 빙빙 돌아가는 상징적인 건물이 나무의 몸통이 되는가 하면 메모지가 잔뜩 붙은 궤짝은 또 작은 빨랫줄이 걸려있고 작은 성이 있고..등등..아..할아버지는 여기서도 커피를 권하는 메모지를 보며 미리 준비된 커피를 마신다.

 

할아버지는 먼저 집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작은 병정 인형을 커피통에서 발견했고 닭할머니네 와플에서는 시곗줄을, 또 헛간에서는 작은 주머니칼을 찾게 되는데... 헛간옆에 난데없이 나타난 재봉사 채우리씨네에서도 역시 커피를 대접받다가 할아버지의 모자가 날아가고 있다고 제보해 준다. 급히 모자를 찾아 나선 할아버지..노점에서 작은 물건들을 파는 커다란 토끼를 발견하게 되는데...거기엔 열쇠고리며 양말, 채칼, 지우개,옛날 축구 경기 입장권,고무 해골같은 것들이 쌓여있다. 아마도 누군가의 추억이리라..

 

고물들 한켠에 서있는 고장난 오토바이를 본 할아버지는 왕년의 솜씨를 발휘하여 뚝딱 고치고 토끼와 옆에 매달린 의자를 타고 달리는 둘의 모습은 자유로움..그 자체이다. 언젠가 영화에서 본 풀밭을 따라 난 길을 달리는 (아마도 2차 세계대전 즈음일 것이다.) 장교와 군인이 같이 타는 그런 오토바이...아 통쾌한 기분..

 

기분이 좋아 4단으로 달리자마자 붕 떠버린 토끼와 할아버지는 풀밭으로 떨어지고..오토바이와 토끼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곧 모든 것이 고요해짐을 느낀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오늘 만난 물건들이 어떤 것들이었는지 비로소 기억을 해낸다.

 

이 책은 대충 줄거리를 알고 본다고 해도 상관없다. 그림과 글의 아름다운 만남..직접 보고 감동을 느껴보았으면 좋겠다.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라고나 할까..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이 더 이 맛을 알 것 같다. 참 오랜만에 좋은 그림책을 보고 고요함을 느낀다. 그리고 커피..커피를 마시러 성큼성큼 전기포트로 있는 데로 가고 있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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