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수천개의 학교에서 필독서로 선정한 우리 시대의 위대한 고전이라는 흑인이 된 백인 이야기 '블랙 라이크 미' 과연 어떤 책일까..궁금했다. TV에서 보여 주는 '인간극장'이라던가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프로젝트 런어웨이' 같은 리얼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취향을 가진 나에게 딱 맞는 책이 아닐까 너무나 가벼운 생각이지만 어짜피 인생은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연속이 아닌가.. 헌데 내 마음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읽는 내내 불편한 심기로 40년전의 책인데도 불안함을 느끼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느끼는 인종차별이 있기는 했었지만 그토록 속으로는 썩어들어가는 고목처럼 내부적인 혹은 암묵적인 인종차별이 있었을 줄이야.. 40년전의 미국은 마치 남북전쟁시대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인종차별이 심했었다. 1959년의 미국은 흑과 백 두 인종끼리의 불편한 심리전이자 까놓고 차별하기까지 했던 그러나 대부분의 백인들은 드러내놓고 하지는 않았던 인종차별의 질풍노도같은 시기였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는 순간부터 느끼게 되었다. 백인인 존 하워드 그리핀은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깨달은 바가 있어서 흑인으로 분해서 흑인들의 세계로 들어가서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으로 여러 사람과 만나서 대화를, 인터뷰를 (물론 상대방은 인터뷰인 줄은 전혀 몰랐겠지만)글을 써보고자 했다. 특수한 자외선을 쪼고 특수피부염색약을 바르고 머리카락을 밀고 나자 중년의 대머리 흑인아저씨가 되었다. 누가 봐도 흑인이 된 것이다. 그런데 흑인중에서는 갈색이 왠지 모르게 고급스런 대우를 받는데 바로 그런 모습의 흑인이 된 것이다. 흑인치고는 깔끔한 차림새에 지식인 분위기가 풍기는 흑인으로 흑인들의 세계에서는 환대를 받는다. 그러나 완벽한 흑인이 되고 나자 흑인 '존'은 끊임없이 걸어야만 하는 신세가 되었다. 오줌이 마려워도 목이 말라도 그 즉시 해결할 수 있는 곳은 미국남부에서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흑인카페'라고 정해놓은 흑인들만 가는 카페에서만 잠시 쉴 수 있었던 것이다. 도로에서 지친 몸을 쉬기 위해 잠시 앉아 있기만 해도 경찰들의 심문이 이어졌다. 무슨 일이냐고.. 마치 무슨 일이라도 저지를 사람 취급을 했던 것이다. 흑인은 언제라도 음흉한 일들을 꾸밀 사람들이라는 듯이.. 그래도 대부분의 남부에서 길을 물어보았을때 정중하게 길을 가르쳐 주는 백인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그 뿐.. 그 이상 친절을 베푸는 사람도 목마른 흑인에게 물을 주는 사람도 없었다. 소변이 마려운 흑인에게 쓰지도 않는 간이화장실을 이용하게 하는 것에는 모두 단호히 'NO!' 라고 말했다. 그것이 현실인 것이다. 같은 미국의 시민이었던 존 하워드 마저도 이 정도의 차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흑인이 된 바로 그 순간부터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배려도 휴식도 가질 수 없게 된다. 1960년대 미국에서의 흑인..그것도 여성으로 태어났다고 생각하면 끔직하다. 존을 태워줬던 백인들은 대부분 친절을 가장한 변태들이였던 것이다. 흑인들은 세지 않냐는 둥.. 부인도 백인과 놀아나지 않았냐는 둥..자신의 집이나 사무실에 취직하려는 대부분의 흑인 여성들은 자신과 잠자리를 해야만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는 둥.. 너무나 참담했던 과거의 미국은...지금이라고 별 다를까? 겉으로는 흑인과 친구로 지내고 성공한 흑인들의 사례도 많으며 (윌 스미스 같은 특급배우들..) 성공한 변호사등 상류층 인사들도 많아졌고 흑인대통령까지 뽑혔지만 아직도 갈 길이 먼 것으로 느껴진다. 불과 40년전의 망령들이 그렇게 쉽게 없어질 수 있을까... 지금도 미국드라마등을 보면 흑인을 비롯해서 유색인종들이 일으키는 갱단의 이야기가 빠짐없이 등장한다. 백인을 위협하고 인질로 잡는 범인 중에는 흑인들이 월등히 많다. 그리고 할렘에서 사는 수많은 흑인들은 성공한 흑인이 되고 싶어하지만 현실속에서는 마약쟁이와 갱단으로서의 삶 말고는 딱힌 할 것이 없다. 백인은 말한다. 너희들은 왜 그렇게 사냐고. 왜 그렇게 변변치 못하냐고..그러나 그들이 모든 것을 영위한 세계에서는 흑인들이 발 붙일 곳이 없다. 우리도 노숙자들에게 그러지 않았을까. 왜 그렇게밖에 못 사냐고.. 출발부터 달랐던 그들의 인생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달라지지 않았던 것을 우리는 알 수 있을까..그들이라고 왜 벗어나고 싶지 않았을 것인가..사회약자에 대한 사회 전반의 시선과 제도가 달라져야 할 것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왜 몰랐을까.. '블랙 라이크 미' 는 40년전의 미국에서의 인종편견, 인종차별을 말하는 책이지만 나에게 정말 많은 깨달음을 준 책이다. 그 수많은 일화들..가슴을 치게 만든다. 이 책을 모르고 넘어갔다면...차라리 마음이 편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것은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라는, 달리 말하면 '공평하지 않은 사람은 인간이라고 할 수 없다.' 는 플라톤의 인용문이 지금도 메아리친다. 여러분도 '블랙 라이크 미' 를 알기 전과 안 후의 삶은 아마도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