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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윌리엄 폴 영 지음, 한은경 옮김 / 세계사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내게 '오두막' 이란 책은 구원과도 같은 책이었습니다. 무엇때문일까요. 늘 무엇에 쫓기는 듯 불안하고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윗집의 어마어마한 소음 탓으로 돌리기도 하고 말을 듣지 않는 내 아이들 때문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날이 갈수록 건강도 안 좋아지는 것 같았구요. 오두막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뭔가가 달라지겠구나..막연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되려 그것을 피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오늘은 정말 읽자. 오늘은...오늘이야말로 제대로...
오늘은 토요일이었습니다. 일년 반이 넘게 시달려온 층간소음도...참는 게 열 날이라면 열 한번째는 참지 못하고 경비실이나 관리실을 통해서 항의를 합니다. 큰 걸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그들이 내는 소음이 아래집에는 엄청난 소음이란 걸 알아줬으면 미안해해줬으면...손님이 온다면 미리 우리에게 양해를 구했으면...가뜩이나 아이도 많고 평소 목소리도 시끄럽고 뛰는 아이들인데 말입니다. 손님까지 매주 옵니다. 조용히 넘어갈때도 간혹 있지만 오늘처럼 심한 날들이 있지요. 아이 셋이 내는 소음이 뛰는 것 뿐 아니라 우당탕탕 쿵 크르르륵 뭔가를 굴리는 소리(큰 자동차 장난감이나 블럭뚜껑 아니면 아이들이 타는 승용물일수도..) 네 시간을 시달리다 보면 온갖 생각이 듭니다. 도대체 저 사람들은 분명 아래집에 사람이 있는데도 이렇게 오래 소음을 내는데 왜 말리지 않는 걸까.. 의아해하고 비난하고 그러다보면 소음이 완전히 저를 지배하게 됩니다. 제 귀는 저도 모르게 소음만을 쫓고 있습니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습니다.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소음은 오후 4시가 넘도록 끝나지 않고 도를 더해가고 천장이 무너질 것 같은 지경에 이르러도 아무도 도와줄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남편마저도 해결되는 건 없다고 참자고 입을 다뭅니다. 항의해봤자 돌아오는 건 새된 그집 아줌마의 목소리가 우리집까지 들릴 정도라 경비실에서도 혀를 내둘렀습니다. 올라가 말하길 다들 꺼립니다. 우리집에서 제발 소음들을 확인하고 얼마나 큰 소리들인지 누가 나서서 알려주면 좋으련만...나만이 크게 느끼는 걸로 이상하게 변질되는 것 같습니다. 사람이 죽고 누가 실종되고...이런 일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내 나름대로는 엄청난 고통이었습니다.
4시 반에 우리가 나가자! 분연히 일어났습니다..갑자기 시작된 한파로 날도 추웠지만 아이를 데리고 남편과 가까운 도서관으로 나섰습니다. '오두막'을 들고서요..오늘 하루종일 읽으려고 시도했지만 시도때도 없이 쿵쿵 쾅 대는 소리에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주말에 이런 소음은 경찰을 부르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낮엔 그럴수도 있지 않겠냐는 사람들은 직접 들어보면 아마 우리를 이해할 것이라 생각하며...이것조차 나만의 생각일까요.. 천장 한가운데가 무너질 것 같은 소리가 계속 나는데 말입니다. 어쨌든 그런 부글부글 분노로 떨리는 마음으로는 제대로 된 육아도 할 수 없었습니다.
도서관에서 '오두막'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곧 6시가 되고 저녁시간이 되어 남편이 가자고 합니다. 나는 이걸 다 읽고 가겠다고..오늘 같은 마음으로는 다시 집에 들어가기도 두렵다고..나를 이해한 남편은 아이들만 데리고 집에 갔습니다. 저녁도 차려주는 착한 남편입니다.
'오두막'을 다 읽었습니다. 중간중간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인입니다. 이 책은 분명 기독교도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구원이 될 수 있는 책입니다. 그래도 예수님이니 성령님이니 하는 용어를 아는 기독교인들에게 아마 더 다가갈 책이겠지만요.. 마음에 고통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현재 그 누군가는 주인공 맥처럼 가족을 잃은 '거대한 슬픔'을 지니고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 분들에게 꼭꼭 말없이 선물해 주고 싶은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난다면 나 자신에 대한 용서 그리고 타인에 대한 용서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그리하여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하나님은 그 어느때도 '나'를 비난한 적이 없다는 사실에 눈물흘리며 무너질 것입니다.
소설에서의 하나님은 요리를 좋아하는 체구가 크고 활달한 흑인여성으로 등장합니다. 그러면서 '파파' 라고 불리우지요. 예수는 중동의 호감이 가는 인물로 그려지구요 사라유라는 아시아여성은 성령입니다. 그리고 소피아가 등장하지요. 하나님이 지혜요 진리라고 하는 구약성서 잠언속에서 길에서 소리치는 바로 그 지혜의 여자.. 그들은 하나이자 셋이요 서로 농담을 하고 유쾌한 인물들로 나옵니다. 그러다가 맥을 일깨우기 위해서 진지하게 토론이나 말을 건네는 그런 역할을 합니다. 사랑하는 어린딸을 잃은 주인공의 정말이지 '거대한 슬픔'에 저절로 감정이입이 되어 하나님이 보여주시는 환상의 세계에 안락함을 느끼고 나 자신이 맥이 되는 것 같은 희한한 체험을 했습니다.
431페이지라는 두꺼운 책이지만 읽다보면 어느새 소설속의 맥이 나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지금 마음 속에 무거운 짐을 진 자, 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는 자, 타인을 참아내지 못하는 자..모두에게 구원이 될 소설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정말 놀라운 책..그 유명한 '시크릿'보다 이 소설이 훨씬 저에겐 놀라운 책입니다. 미국 아마존에서 2월 14일까지 베스트셀러 1위이며 뉴욕타임즈 38주 연속 1위라는 소식을 접할때 사람들은 누구나 다 비슷한 고통과 슬픔을 지니고 있구나..새삼 느껴집니다. 자기 혼자 읽기가 아까워서 주변 사람들에게 몇권씩 선물을 한다니 말입니다. 저도 같은 생각이 들었는데..
다 읽고 집에 왔을때...역시나 소음은 참을 수 없었지만(책에서도 정당한 분노의 감정은 괜찮은 것이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용서를 하라는 것이지요. 나에게 용서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생겼다는 것...마음이 편해졌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그리고 다시 성경이 읽고 싶어졌습니다. 그동안 손에서 놓았던 성경말씀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