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명원 화실 비룡소 창작그림책 35
이수지 글 그림 / 비룡소 / 200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비룡소회원인지라 매달 한번씩 소식지가 온다.

저번달 비룡소의 소식지에선 눈에 띄는 신간이 있었다.

바로 <나의 명원 화실>.

그림책을 만들고 그린 이수지씨는 솔직히 잘 모르는 작가였다. 

스위스의 가장 아름다운 책,

뉴욕 타임스 우수 그림책 선정작가라는 문구가 먼저 눈에 띄였음을 고백한다.

<파도>라는 글없는 그림책으로 이런 상을 거머쥐었다고 한다.

소식지에서 이수지 작가가 직접 쓴 글이 마음에 와닿았다.

작가가 말한 가슴이 따금따금해 지는 그림책이란 무엇일까.

이 책 <나의 명원 화실>을 통해서 어린 독자들이 그런 경험을 하길 바란다고 쓴 글에서

꼭 한번 이 책을 읽고 과연 그 느낌이 어떤 것인가 나도 느끼고 딸아이에게도 느끼게 하고 싶었다.

 

드디어 받아 읽어 본 <나의 명원 화실>.. 일곱살부터라는 연령도 친절히 기재되어 있는 것처럼

글밥도 조금 있는 책이었고 책이 담고 있는 마음을 느끼기에 이 나이가 정말 적당하다고 생각된다.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딸아이도 너무나 감동적으로 읽었다고 한다.

 

선이 굵은 수묵화를 보는 듯한 그림체.. 처음 보는 순간부터 뭔가 마음을 끈다.

그 선 굵은 그림 속에서 아이는 아이답게, 파이프를 문 진짜 화가는 진짜 화가처럼..

그리고 이젤이나 여드름난 소년이나 기타 화실에서 보이는 잡다한 풍경들..

이 모두 제대로 담겨 있는 그림에 흠뻑 빠졌다..

 

이 책이 이수지씨의 어린 시절의 경험이 들어 간 책이라서 그런지

그림이 굉장히 친근하게 다가온다.

 

어린 시절부터 곧잘 그림을 잘 그린다는 소리를 들었던 어린 소녀..

그런 것도 시시해지려는 찰라,

상가 삼층에 자리잡은 명원 화실이라는 간판에 눈길이 꽂힌 소녀..

엄마를 졸라 진짜 화가를 만나고 싶어 다니기 시작한 화실은 과연..진짜 화가가 있었다.

아무때나 와도 되나요? 밤에 와도 되나요? 매일 와도 되나요?

화가는 지그시 바라보며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한다.

자기가 잘 그린 다는 걸 잘 아는 소녀..다 그린 후에 으쓱으쓱하지만

화가는 아무말도 없이 바라보다 쓱 들어갈 뿐이었다.

내일은 몇 시에 올거니? 그날 한 말의 전부..

 

다음날은 연필로 바가지를 그려보라고 하였다.

여름내내 이것저것을 연필로 그려본 소녀..

진짜 화가는 바가지와 해바라기와 수도꼭지와 포도송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얼마나 그릴 것이 많은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세상을 뚫어지도록 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아마도 소녀는 이 시기에 이미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리라.

 

시종 담담하게 읽혀지는 이 그림책...하지만 다 읽어가기가 너무나 아까울 정도였다.

읽는 동안 아련한 과거의 추억들이 나도 하나둘씩 떠올라 향기까지 맡는 듯했다.

 

그 뒤로도 화실 식구들은 밖으로 나가 바깥 풍경을 그려보기도 하고.

'테레빈유' 라는 것으로 그림을 그리는 여드름난 소년, 입시를 준비한다는..

언제나 말없이 독려하는 화가선생님...

 

늘 그곳에 서 있을 것만 같았던 명원 화실은..

소녀가 바빠짐에 따라 매일 가던 것이 며칠에 한번이 되었고 어느 순간 몇달을 가지 못했다가..

어느 날 다시 한번 가려고 하는 순간...그 자리에 없음을 깨닫게 된다.

 

다 읽고 책을 덮고 난 뒤..정말 가슴이 따금따금하다는 것이 어떤 것이지 알 것 같았다.

 

내 딸은 아직 이런 느낌까지는 모르는 듯 했다. 하지만 어른에게도 치유되는 그림책이

있음을 행복하게 느낀다. 이것이 내가 그림책을 좋아하는 이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