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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하나 ㅣ 그림책 도서관 45
알랭 알버그 글, 부루스 잉그만 그림, 손미나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주니어 김영사의 그림책도서관 시리즈 중에서 <연필 하나>는 정말 재미있고 신선한 그림책이었다.
글쓴이는 알랭 알버그라는 다소 생소한 인물이다. 영국에서는 유명한 그림책작가라고 소개되어 있다.
그린이 부루스 잉그만도 많은 상을 받은 영국의 그림책 일러스트레이터라고 한다. 역시 나에겐 생소하다.
하지만, 표지에서 보이듯이 자유스러워 보이는 그림체가 너무나 시원하고 마음에 들었다.
내용은 어떨까? 10살과 다섯살이 된 우리 아이들에게 잘 맞는 책일까?
오히려 다섯살이 된 아들에게는 좀 어려운 책이었지만 열살된 딸내미나 나같은 어른도
재미있게 읽었다. 열살된 딸에게는 상상의 날개를, 어른인 나에게는 어떤 철학적인 느낌도 주는 책이었다.
오로지 세상엔 연필 하나만 있었다.
외로운 연필 하나는 오랫동안 누워있다가 조금씩 일어나더니 잠시 몸을 떠는가 싶더니
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이것이 이 책의 시작인 셈이다.
소년을 하나 그렸다. 이름을 알려달라고 하자 연필 하나는 '반조'라는 이름을 주었다.
강아지도 한 마리 그렸다. '부루스' 라는 이름을 주었다. 눈치챘겠지만 그린이가 바로 부루스이다.
'마일드' 란 고양이도 그렸다. 부루스는 마일드를 쫓아다녔고 반조는 강아지 부루스를 쫓아다녔다.
이들이 놀 수 있는 건물도 그렸다. 외로운 반조를 위해 가족들도 그렸다. 엄마, 아빠, 여동생, 할아버지
사촌들, 삼촌까지.. 강아지에게도 친구와 공을 그려주었고 고양이에게도 새끼고양이들을 그려주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주 즐겁고 행복한 나날들이었다.
그런데 세상일이란게 그렇다. 불평불만이 생겨난 것이다.
모든 것이 흑백이란게 갑갑했던 것이다.
연필 하나도 외로웠기 때문에 그림 붓을 하나 그렸다. 그림 붓도 이름을 달라고 했다.
'키티'라는 예쁜 이름을 얻게 된 그림 붓은 하나 하나 예쁘게 색칠을 해서 생명을 불어넣었다.
모두들 다시 행복해졌다.
색이 입혀진 예쁜 집과 밖의 공원등 모든 것이 아름다웠고 평화로웠다.
어느 날 반조가 차던 공이 창문을 깨뜨리자 강아지는 창문으로 나가버렸고
나무위에 올라간 새끼고양이는 내려올 줄을 모르자 고양이 마일드는 투덜거렸고..
엄마는 우스꽝스러운 모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아빠는 큰 귀가 마음에 안 들었고
이밖에도 블라블라..
연필 하나는 또 고심하다가 몸을 살짝 떨다가 '지우개'를 만들어 낸다.
조금씩 고쳐서 모든 이의 마음을 풀어주던 지우개는 갑자기 폭주하게 되면서
모든 것을 지워버리려고 한다. 연필 하나는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해 낼까?
마지막까지 읽고 나자 잔잔히 시작한 그림책이 크고 작은 소동을 겪게 되면서
시행착오를 거쳐나가는 모습들이 인간사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
흑백의 연필이 그려나가는 세계..그리고 그림붓이 색칠해나가는 종이..
아이들은 아 이렇게 그림을 그릴 수 있구나 이렇게 완성해 나가는 구나..
어렴풋이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내 딸아이처럼 연필로
세밀하게 밑그림을 그리고 큼지막하게 그리지 않는 아이에게 이렇게 연필 하나
그림책처럼 그려보라고 권해보고 싶다.
오랜만에 참 좋은 그림책을 만났다.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