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 -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풀어야 할 본질적인 숙제
기시미 이치로 지음, 박진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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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미 이치로는 철학자이자 심리학자로서 일본에서 많은 책을 냈으며 그 중 여러권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특히 미움받을 용기가 100만부를 넘기고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아들러 심리학을 주로 차용한 그의 책은 현대인들의 병든 마음에 많은 위안을 주었다. 나도 그의 책을 읽고 참 좋았던 기억이 있다. 이 책 '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는 기시미 이치로가 경험한 그의 생에 있었던 부모님과 자신의 병상일지이자 간병일지이자 개인적 경험담으로 그래서 더욱 뭉클하게 다가온다. 젊은 시절 어머님이 아버지가 걱정하는 그의 진로에 대해 "우리 애가 하는 일은 다 옳다" 라는 말을 하셨다는 대목에서 나도 무조건 자녀들에게 용기를 주는 부모이자 어른이었던가 하는 반성이 들었다. 어머니의 말을 들었던 그는 그래서 더욱 지금과 같은 멋진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지 않았나싶다. 그런 어머니가 오십도 되지 않은 나이에 뇌경색을 일으켜 입원하게 되고 당시 대학원생으로서 연구자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그나마 가장 시간이 많다는 이유로 아마 어머니의 간병을 맡게 되었던 것 같다. 아버지도 여동생도 그에게 몹시 감사했을 것이다. 긴 병에 효자없다고 그도 점차 지쳐갈 즈음에 어머니는 6개월의 투병끝에 마흔아홉의 나이에 돌아가시고 만다. 그의 인생은 그 후에 크게 변했다고 한다. 그 전의 자신은 이미 어디에도 없다고..

세월이 흘러 유명해지고 있는 그에게 이번에는 아버지가 알츠하이머 증세로 투병하게 되고 며느리까지 동원되어 아버지의 간병에 또 매달리게 된다. 이 책에서는 고성과 짜증 한번 적혀 있지 않았지만 솔직히 며느리도 아들도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지만 그는 오십이 넘어 어머니처럼 심근경색으로 쓰러지게 되어 투병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시기에 아버지는 십년이나 젊어진 것처럼 기력을 회복하셨다고 한다. 아마 아들을 위해 할 일이 생기니 기적처럼 정신이 돌아오신 것이 아닐까.

친정엄마가 오이지 해줄까 뭐 해줄까 해도 이 더위에 힘드실까봐 아유 됐어요 그냥 오이지 사서 내가 무쳐먹지 뭐..하는데 이번에는 나도 엄마표 오이지가 더 맛있더라 해주세요 하니 엄마가 매우 좋아하셨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을때 힘이 나는 것이다. 내가 두 아이를 사춘기를 겪으며 힘이 들자 만사가 귀찮아서 부모님의 마음을 잠시 잊었던 것 같다. 이제 아버지는 팔순이 넘으셨다. 저자의 아버지도 여든넷에 돌아가시고 말았다. 서로 간병하고 간병받는 동안에 있었던 이야기며 서로 했던 대화들이 너무나 눈물겹다. 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라는 제목이 요즘 너무나 크게 와닿는다. 건강하실때 잘 해드려야 한다는 말이 정말 당연한 것 같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이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각오를 해야 할지도 좀 명확해진다. 내가 어렸을때 기저귀를 갈아주시고 먹여주시고 어떤 질문을 하고 또 해도 대답해 주셨을 부모님께 나도 무언가 보답을 해야하지 않을까. 그때에 너무 힘들어하지 않도록 내가 믿는 신께서 굳게 붙잡아주시기를 미리 기도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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