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린 해부학자입니다 - 기린 덕후 소녀가 기린 박사가 되기까지의 치열하고도 행복한 여정
군지 메구 지음, 이재화 옮김, 최형선 감수 / 더숲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표지부터 아주 예쁜 비교적 작은 책을 만났습니다. 기린 덕후였던 소녀가 기린을 해부하는 기린 박사가 되었다니.. 군지 메구라는 일본인의 자전적 이야기입니다. 둘째 아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이왕이면 취업하기 좋다는 이과생이 되었으면 하고 이런 것도 좋아한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어이없게도 이 책을 읽는 내내 하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청소년 시절부터 자신이 앞으로 하고 싶고 해야 할 일을 확실히 알았던 소녀의 이야기는 참 부럽고 대단했습니다.

기린 해부에 대한 이야기도 나중에 학부와 박사과정을 겪으며 세세히 나오지만 다행히 징그러운 장면은 하나도 없고 멋진 일러스트로 뼈 사진만 나와서 그 점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책입니다. 동물을 사랑하고 후에 수의사나 동물을 연구하고 싶은 자녀가 있다면 같이 읽어도 아주 좋을 책입니다. 골표본을 제작하는 방법을 자세히 알려주기도 하고 기린의 유래에 대해서 중국 일본 등 동양사의 관점에서 알려주고 기린을 좋아했던 소녀시절의 이야기를 읽노라면 이런 잔잔한 일본 영화를 보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기린이 얼마나 큰지 얼마나 무거운지 이 책을 통해서 자세히 알게 되었고 기린의 사체가 동물원에서 들어오는 날 비상이 걸리고 다른 후배와 선배들까지 다 도와준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고 그들의 세계가 참 멋지고 부럽기도 했습니다. 무언가에 이렇게 빠져서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서로를 도와줄 줄 알고 내가 받은 도움을 다음에는 다른 친구의 다른 동물의 해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이런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만의 전유물인것 같아서 아 이런 직업의 세계도 있구나 깨닫게 되었습니다.

기린학자가 되기를 꿈꾸고 해당 교수님을 만나며 동물의 사체를 처음으로 접하게 된날의 기록 그리고 어떻게 해부를 해나갔는지 동물을 해체하는 방법은 전혀 구역질 나지 않았고 피부를 벗기고 근육을 벗기고 드디어 만나게 되는 기린 내부의 세계는 특히 목과 척추 부분을 통해 기린이 어떻게 그렇게 긴목을 가지고 유연하게 나뭇잎을 따먹는지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 수 있는 비밀의 한 차원을 벗겨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신비롭기까지 했습니다. 중간중간의 짧은 이야기거리는 기린에 대한 상식을 알게 해 주는데 동물원에서 기린 종을 구분하는 방법이라던지 기린의 뿔은 몇개일까 같은 재밌는 읽을거리를 줍니다. 한 젊은 기린학자의 기린에 대한 연구와 기린에 대한 이야기는 비슷비슷한 책의 홍수속에서 아주 좋은 독서의 경험을 주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