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아이드 수잔
줄리아 히벌린 지음, 유소영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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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도 다 지났지만 코로나로 답답한 이 시기에 책이라도 읽을라치면 잘 들어오지 않아서 책이라도 읽고 싶었는데. 마침 스릴러나 추리소설을 읽고 싶었는데 내 손에 들어온 블랙아이드수잔. 금잔디화를 닮은 민들레같기도 한 이 꽃이 검은 눈이 박힌 것처럼 블랙아이드수잔이라고 한단다. 겉표지도 매력적이지만 내용은 더욱 매력적이었다. 줄리아 히벌린의 이름을 기억해 둬야겠다 싶다. 섬세한 문장들과 심리묘사들 함축적인 일기장의 대사들 두 소녀의 비밀스러운 어떤 속내가 이 책을 관통한다.

이제는 소녀시절의 납치와 연쇄살인범의 구덩이에서 살아온 테사가 현재의 시점에서 말을 하고 테렐 다시 굿윈의 재심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 테사를 찾아오고 그를 구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1995년 범죄 당시의 기억을 지워버리고 눈이 안 보이게 된 테시의 목소리가 교차되어 기술된다. 테시였던 자기처럼 십대의 소녀인 찰리를 키우고 있는 어느덧 중년이 된 테사는 사실 테렐이 진범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었지만 때를 놓치고 말았던 것이다. 화성연쇄살인의 이춘재의 범죄가 밝혀진 이후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분이 우리나라에도 있었다. 22세의 나이에 고문앞에서 허위자백으로 이십년의 세월을 감옥에서 보낸 그분이 떠오르며 빨리 테렐이 사형수의 신분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조애나와 빌 그리고 안젤라같은 사람들의 마음과 한마음이 되었다.

그것과는 별개로 테사의 과거 즉 테시의 사건이 반항어린 십대 소녀의 목소리로 교차되며 기술되어지는 부분이 아주 특별하고 잔혹한 묘사에 치중하지 않은 심리적 상태와 묘한 반발심 그리고 대치상황이 그려지며 저자의 내공이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단짝인 리디아와의 묘사는 사실 테시가 범죄를 당하고 자신이 만들어 낸 허상일까 싶었는데 실제로 초등 2학년부터 단짝인 소녀 리디아는 존재한다. 누군가 자꾸 현재의 테사에게 블랙아이드수잔을 몰래 심어놓고 사라지고 있고 블랙아이드수잔에 얽힌 시가 적힌 유리병이 꽃밑에서 발견되었다. 치매 할머니인 에피와의 에피소드들도 따뜻하고 빌과의 로맨스도 살짝 첨가되어 후반으로 치달아 가면서 드디어 사건의 본질과 범인의 정체가 점점 드러나게 된다. 이 책은 나름의 반전이 있으므로 전혀 범인에 대한 스포는 하지 않았다.

정말 흥미롭게 읽었고 끝까지 치밀함과 세심함과 아름다운 문장들을 놓치지 않았다. 영화로도 제작이 된다고 한다. 줄리아 히벌린의 다른 작품들도 번역이 되어서 소개되면 꼭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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