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과학다반사 - 세상 읽는 눈이 유쾌해지는 생활밀착형 과학에세이
심혜진 지음 / 홍익 / 2019년 12월
평점 :
품절


일반 사람들도 과학에 흥미가 있으면 이런 경지에 이르는구나 하는 책을 발견했다. 재미도 있고 흥미도 있고 일상생활속에서 과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렇게나 많은 줄 미쳐 몰랐는데 저자 덕분에 아주 재미있는 사실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같은 학교 생활을 해도 누구는 시험만을 위해 잠깐 외우고 실생활에서는 까맣게 잊고 사는데 누구는 작은 실마리 하나에도 어떤 과학적인 비밀이 숨어있을까 하며 과학을 공부하고 참고하게 되는 것인지.. 그러니까 이렇게 책도 냈겠지만 말이다. 과학자들의 어려운 책보다 나에게는 이런 책이 훨씬 유익했고 재미있었다.


책은 정말 술술 읽힌다. 어린시절 엄마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른 적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어린 삼남매가 모여서 엄마의 이야기를 듣는 장면 나에게도 그런 기억이 떠올랐다. 잊고 있었던 무언가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평소 무감각해진 내 자신의 감정을 아련하게 되살리는 일이 된다. 저자의 어머니는 언덕같은 산을 넘어 결혼한 오라버니네로 심부름을 갈일이 생겼고 상엿소리를 들었는데 어느새 그것이 가깝게 들려왔고 갑자기 보름달이 보이다 갑자기 눈이 내리고 무서워졌는데 상여소리는 뚝 끊기고 마침 새언니가 마중나와 괜찮아졌다는 이야기에 소름이 쫙 끼쳤다. 하지만 저자는 그것에도 과학적인 비밀이 숨어있음을 알아차린다.


낮보다 밤에 소리가 어떻게 퍼지는지 우리나라의 편서풍은 보름달을 먼저 보여주고 서쪽에서 몰려오는 먹구름을 미처 알아채지 못하셨을 엄마..그리고 습기를 머금은 밤에는 소리가 어떻게 더 증폭되는지 또한 듣고자 하는 소리만 먼저 들리는 신호음 효과까지. 이 작은 에피소드 하나에 많은 과학적인 지식들을 안겨준다. 얼마전 연말에 일본여행을 갔을때 요즘 사태로 국내여행객이 줄어들었는데도 어찌나 한국말만 쏙쏙 잘 들리던지. 신호음 효과인 것이다.


우리가 어릴적 봉숭아물을 들였는데 첫눈이 올때까지 남아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속설은 그만큼 어려운 일임을 반증한단다. 보통 6`7월에 물들인 봉숭아물이 손톱이 자라는 속도를 계산해 보면 11월이면 사라지고 따뜻한 지역일수록 늦게 내렸을 터.. 그러니 첫눈이 오기전에 봉숭아물이 남아 있으려면 필사적으로 가장 늦게 봉숭아물을 들여야 했을 터.. 역시 추억을 건드린다. 이 책은 시종일관 어린시절을 회상하게 하고 재미있어서 술술 읽힌다. 모두 어릴때 처음으로 겪고 어딘가 기억속에 봉인된 일들이었고 흥미로워했던 내용들이 많아서 더욱 그렇다. 우주선, 눈 결정체, 태풍, 롤러코스터를 타면 아찔한 쾌감이 느껴졌던 일, 재채기, 감기에 걸리면 음식맛을 잘 못 느꼈던 것.. 일상 생활속의 잔잔한 과학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어서 당장이라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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