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의 문화사 - 매너라는 형식 뒤에 숨겨진 짧고 유쾌한 역사
아리 투루넨.마르쿠스 파르타넨 지음, 이지윤 옮김 / 지식너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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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사람이 쓴 유럽의 매너의 문화사. 유럽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답게 아주 흥미롭게 풀어놓는다. 예전부터 유럽사나 문화사에 관심이 많아서 더욱 재미있게 읽었다. 왠지 유럽이나 미국의 식탁테이블 예절이나 상류사회의 초대문화등을 영화나 다큐로라도 보게 되면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는데 나중에 이런 경험을 하게 될때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나보다. 그럴 기회도 없건만.. 하지만 우리가 아는 이런 매너가 과연 언제부터 정착이 된 것이며 과거에도 통용되는 것이었을까 하는 의문에 명쾌하게 답이 되는 책이었다.


지금은 서양식에 포크와 나이프와 숟가락이 당연히 필요하지만 그렇게 된 것은 16세기가 되어서야 가능했다는 것. 예전에 기사들도 들고 다니는 칼로 먹거나 그냥 손가락으로 먹었다는 사실. 그리고 냅킨이 있음에도 냅킨에 나이프나 포크를 닦으면 안되었고 자신의 입술로 다 닦아야 했다니! 지금같으면 더 예의없다고 하는 행동을 말이다. 중세시대나 그 이전의 시대에서는 지금과 전혀 다른 위생관이 통용되고 있었기에 책을 읽으며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정말 루이 14세 같은 왕은 신하들이나 사람들 앞에서 화려한 변기에 앉아서 대화를 나누었다고 하니..19세기나 되어 상하수도관이 설비되어 18세기 이전에는 배변에 관해서는 정말 관대했던 것 같다. 그들도 인간이었기에 냄새를 맡을 수 있었겠지만 현재의 사람들보다 비위에 강했던 건 사실인가 보다. 물이 귀했기에 어쩌다 씻어도 손과 입 정도였지 아랫도리는 씻지 않았다니 세상에 이런일이다. 그래서 배변을 할 곳이 없어서 귀족의 집의 정원마저도 으슥한 곳은 질퍽이기 일쑤였다고 한다.


당시의 인사법도 처음에는 단순했다가 나중에는 모자를 벗었다 썼다 하는 규정이나 횟수를 세세하게 적용시켰다는데 오히려 1995년의 영국에서 새로 선출된 의회 의원들이 처음 모인 자리에서 어떤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모자를 쓰고 있다고 의장에게 혼이 났다는데 사실 17세기만 해도 의원들은 실내에서 모자를 쓰고 앉아 있었어야 했으며 이는 귀족과 엘리트의 특권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시대에 따라 전혀 달랐던 매너의 규정이니 어느 것이 백퍼센트 맞다고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촌스러운 것은 아닐까.


프랑스에서는 볼키스는 해도 포옹은 아주 가까운 지인이나 가족과만 한다니 함부로 포옹을 시도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볼키스도 예전에는 몇번을 해야하는지도 논란이었다고 하니.. 유럽의 역사를 아시아나 다른 민족들이 보았을때는 또 반대로 야만이라고 했다고 하니 정말 유럽인들 중심의 매너는 사실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지 전세계적으로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이밖에도 부부사이의 성적관계도 욕정이 있으면 안되었다고 하거나 예전 초기의 기사들은 기사도매너의 상징이 아니라 오히려 여자들에게 폭력적이었다는 역설적인 이야기도 흥미로왔다.


당시 물이 깨끗하지 않아서 맥주를 많이 마셔서 우리가 아는 수도원 등에서 많이 마시고 고주망태도 많았다고 하니..지금은 성직자가 그렇게 술을 먹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데 말이다. 이처럼 매너라는 형식 뒤에 숨겨진 속내나 역사속에 숨겨진 의도들을 잘 파악하는 것도 아주 재미있는 일이다. 악수나 모자를 벗는것이나 절을 하는 것도 사실은 우리 인간이 동물임을 벗어날 수 없는 본성인 것이다. 유인원 사이에서도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악수는 내손에 무기가 없다는 의미였으며 모자를 벗는 행위도 사실 투구를 꼭 써야 하는 고대나 중세에서 벗는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숨길것도 없고 복종한다는 의미였으므로 모자에 대한 매너도 다양한 의미를 품고 있다. 중세에는 고양이를 잡아다 학대하고 화형에 처하기도 하는등 요즘의 반려동물이라는 인지도 부족하였고 사악한 동물로 여겼나보다. 공개처형등 시민들에게 경각심과 구경거리로 만족하게 했던 행위들도 점차 사람들이 잔인한 행위라며 싫어하게 되면서 사라졌다는 것은 기억할 만한 일이다. 이처럼 똑똑하고 어이없고 유쾌한 매너사를 들여다 보면서 즐거운 독서를 하였다. 이곳에 쓴 것은 책의 구석구석의 아주 일부분이고 책을 읽으면 정말 다양한 매너의 문화사를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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