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답게 산다는 것 - 다산 정약용이 생각한 인간의 도리, 그리고 법과 정의에 관한 이야기
정약용 지음, 오세진 옮김 / 홍익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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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 선생이 남긴 저서들이 많은데 당대의 천재인 것 같다. 그가 얼마나 대단한지 정약용 선생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도 곧잘 나올만큼 우리에게는 다빈치적인 사람인 것 같다. 많은 저술 가운데에서도 흠흠신서가 아주 특별한데 조선시대의 살인사건에 대한 고찰을 해볼 수 있는 책이다. 조선시대는 유교사상이 강해서 전혀 살인사건이 날 것 같지 않지만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한지 아비가 자식을 자식이 아비를 혹은 며느리가.. 등등 오히려 신분사회와 폐쇄사회에서 쌓이고 쌓인 감정이 격하게 튀어나오는 모습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마치 조선시대의 과학수사대나 법정스릴러물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정조대왕의 지혜로운 판결을 정약용이 다시 첨부함으로서 왕을 찬양하고 왕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오세진 편역(한자로 쓰여진 책이기 때문에 편역이 필요)자님의 짧은 글이 덧붙여져서 또 읽을만 하다.


굉장히 많은 사례가 등장해서 놀라운데 뒤로 갈수록 더 괴팍해지기도 하고 묻지마 살인도 있으며 정약용 선생이 수사관처럼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우선 다양한 사례가 등장하는데 김은애라는 18세 여성이 사소한 앙심을 품고 몇년간이나 자신의 뒤에서 험담을 하고 다니는 중매쟁이같은 노파를 죽인 사건이 등장하는데 정조대왕은 오히려 몇년간이나 몸가짐을 잘했던 규수가 음탕하다는 무고에 시달렸다며 김은애를 동정하며 용서를 한 사례도 등장하고, 동네 사람인 김후선과 치고받고 싸우다가 죽인 치걸이라는 사람이 김후선의 자식이 모른척 넘어가는 댓가로 금품을 주었고 14년이 지나 다시 요구를 하는데 응하지 않자 그 아들이 당장 관아로 찾아가 아버지를 죽인 사람이 바로 저 치걸이라고 일러바치자 둘이 다 잡혀들어갔고 정조대왕은 아버지의 원수를 갚지 못할망정 아버지를 죽인 사람과 흥정을 한 아들에게 큰 벌을 내리고 치걸은 유배를 보냈다는 결론은 조선시대다웠다.


요즘 시대와는 많이 다른 유교사상에 의한 관점에서의 판결은 현대법전의 무미건조함보다는 인륜지대사라는 인륜을 다시 생각케 하는 당시의 판결이 더 인간적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튼 뒤로 갈수록 흥미진진한 사건도 등장하여 다산 정약용 선생이 어떻게 활약을 할지 어떤 뒷얘기들이 숨어 있을지 읽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 당시의 풍속도 들여다 볼 수 있고 역시 그때에도 있었던 고부갈등이며 재산다툼이며 돈에 얽힌 사건들이 지금과도 많이 다르지 않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관례를 치를 수 있는 나이를 15세로 보고 15세 아래는 아이로 보아 미성년자에게는 사형을 구형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아이들끼리 소위에서 장난을 치고 놀다가 떨어져 죽은 한 아이의 아버지가 너무 분통이 나서 상대 아이를 신고했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역시 부성의 마음은 또한 지금과 다르지 않다. 사건 사고는 인류의 역사상 되풀이 되고 있는 현상인 것 같다. 인간답게 산다는 것 제목 그대로 너무 잘 지어진 책이며 잘 읽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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