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의 바닥
앤디 앤드루스 지음, 김은경 옮김 / 홍익 / 201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전세계적으로 수백만부가 팔린 '폰더씨의 위대한 하루'의 작가 앤디 앤드루스의 신작인 '수영장의 바닥'. 역시 노작가의 야심찬 신간답게 가독성이 좋았고 높이 다르게 날아오르기 위해 수영장의 바닥 깊은데서 솟구치는 삶의 비법을 소개해 주고 있다. 저자인 앤디는 어린 시절 부모의 이끌림으로 여름내내 수영장에서 살았는데 친구들도 같은 신세였다. 역시 생존수영을 가르쳐주는 서구답게 몇십년전에도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워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암튼 그들은 수영장에서 수영하며 놀다 지쳐 돌핀 게임이라는 누가 더 높이 솟구치는가 하는 게임을 하기 시작했는데 항상 아론이라는 친구가 챔피언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케빈 퍼킨스가 우승을 하고 말았는데 그때 그 아이는 수영장의 바닥까지 깊이 잠수해서 바닥에서부터 솟구쳐서 그 누구보다 높이 날아올랐다. 아무도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던 때에 말이다. 당연히 아론이 항의했지만 그러지 말라는 규칙은 없었다며 아이들은 케빈을 새로운 우승자로 인정한다. 앤디 앤드루스는 세월이 흘러 갑자기 이 생각이 났고 이 책을 쓰게 된 것 같다. 삶을 살다보면 삶의 지혜를 터득할때가 있는데 바로 어린시절에 있었던 바로 그 사건이 그 불을 지핀것이다. 케빈 퍼킨스와는 지금도 절친으로 부부모임을 할 정도라고 하는데 아직도 이 얘기를 하면 부인들은 백번을 들었는데도 늘 즐겁게 떠든다며 웃는다고 한다.


앤디가 이 책을 통해 내내 하고 싶은 말은 수영장의 바닥까지 가보았는지 우리를 옭아매는 어떤 말과 행동에 사로잡혀 우리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기회를 못 살리는 것은 아닌지 틀을 깨고 한번 도전해 보라고 그곳으로 내려가라고 한다. 그곳은 한계가 아닌 잠재력이 숨은 곳이며 표준의 틀에서 벗어나 생각을 하라고 말이다. 앤디는 자신의 말을 제대로 설득하기 위해 이 책에서도 놀라운 실험을 한다. 생각해 보니 이 책은 머리말이 없이 바로 본문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 사실을 잊고 있었는데 머리말에는 사실상 책을 쓰게 된 이유나 중요한 사상이 숨어 있는 법인데 독자들은 머리말을 거의 읽지 않는다는 통계가 있다고 한다. 이에 앤디는 자신의 머리말을 읽게 하기 위해서 중간에 배치하는 솔직함 기발함을 보여준다. 정말 너무나 신선했다. 말만 번지르르한 작가가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정말 대단했다.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에서 미국의 20대 초반의 밥 비먼이 세운 멀리뛰기 기록은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올림픽 역사상 세가지 중요한 기록중 하나라고 한다. 이를 '비머네스크'라고까지 부른다. 누군가 상상을 뛰어넘는 업적을 이뤘다는 뜻으로 영어권에서 쓰이고 있다고 한다. 아무도 이 미국인 친구가 그런 기록을 세우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당시 기록은 8.37미터가 최고 기록이었는데 비먼이 뛴 기록은 무려 8.90미터였으며 그뒤로 23년이 지나야 깨지는 기록이었다. 먼저 뛴 미국의 랠프 보스턴이 너무나 긴장한 비먼이 뛰기 직전에 귀에 속삭인 말 때문이라는 것이다. 네 몸은 깃털처럼 가볍고 네 마음엔 날개가 달려있어. 마음껏 뛰라면서 발구름판 2인치 앞에서 미리 뛰면 2피트 더 멀리 착지하게 될 거라는 그의 조언에 실제로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월트 디즈니가 말하는 쥐를 탄생시켰을때 다들 이상하게 생각했지 그렇게 유명한 만화사의 중요한 인물이 될지 몰랐다. 토마토를 제일 처음 먹기 시작한 것은 1820년이며 미국의 육군 소령 로버트 존슨이 시도했던 것이라고 한다. 그 밖에도 원시인들중에 어떤 독을 발랐을때 동물에 치명적이고 사람이 먹을때는 괜찮은지 어떤 약초를 어떤 비율로 할때 좋은지 인간은 남들이 해보지 않은 길로 가서 직관적으로 알아챈 사람들이 있으며 그들 덕분에 인류사의 중요한 일들이 해결되어 온 것이다. 이렇게 보이진 않지만 명백한 것들에 대한 앤디의 이 책에서 마치 친한 사람들에게 말하듯이 전해주는 메세지들은 용기를 북돋아준다. 남들과 똑같지 않은 그 무엇을 보게 하고 긴장을 풀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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