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칸트인가 - 인류 정신사를 완전히 뒤바꾼 코페르니쿠스적 전회 서가명강 시리즈 5
김상환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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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왜 칸트인가. 이 책은 칸트의 어려운 철학서 순수이성비판같은 3대 비판서를 현대식으로 분석해주고 서울대 명강의를 집에서 읽는 것으로 큰 만족을 주는 책이었다. 정말 이제야 칸트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게 된 기분이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은 태양이 지구를 돈다라는 천동설에서 지구가 태양주위를 돈다는 지동설로 완전히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말한다. 서양철학사를 넘어 인류정신사에서 칸트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칸트의 인식론은 현대 사상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고 본다. 칸트 이전의 대상(사물)중심의 철학에서 주체 중심의 철학으로 바뀐 것이 가장 큰 코페르니쿠스적인 발상이라는 것이다.


직관없는 개념은 공허하고,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 - 순수이성비판 초판 51쪽.


직관을 통해 수용된 내용들은 아직 잡다할 뿐인데 가령 벽돌을 만든다면 흙을 물에 적시는 것은 감성적인 직관이며 이제 지성이란 틀을 사용하여 제대로 된 벽돌을 만드는 것이 바로 능동적으로 형식을 부여하는 지성인데 지성에 내재하는 선험적 범주(개념)들이 바로 작은 틀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에서 10가지의 범주에 두가지를 더해 지성의 12범주를 만든 칸트는 도식화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우리의 머리속에서 어떤 개념을 배웠을때 도식화하는 것이야말로 그 하나의 개념을 이해하고 한권의 책을 다 소화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칸트는 1724년에 태어나 1804년 80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는데 현대로 따지면 엄청난 장수를 한 것이지만 한평생 잔병치레를 했다고 한다. 칸트는 중요 논문을 발표한 후 46세의 나이에 정교수가 되었는데 대학이라는 강단에서 생애 중요한 저작을 쏟아내고 강의함으로서 '강단 철학'의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단다. 칸트 이전의 철학자들은 교수가 아니었으며 귀족이거나 귀족의 후원을 받아 대학 바깥에서 활동한 인물들이 주였는데 스피노자와 데카르트, 홉스, 로크, 흄 같은 인물이 그렇다고 한다. 반면 칸트 이후에 피히테, 셸링, 헤겔같은 철학자들이 칸트의 계보를 이어갔다고 한다.


실천이성비판은 칸트의 윤리 혁명이라 부를 수 있는 엄청난 저작으로서 덕 윤리에서 의무의 윤리로 근대 윤리학을 열었다. 고대 윤리학에서는 선은 그냥 좋은것이라기 보다는 이상적으로 좋은 것이라는 개념이었다. 칸트는 법을 윤리학 전체의 태양처럼 놓았고 선은 종속적인 위치에 둠으로서 선과 법의 관계를 전도시켰다. 도덕법칙은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구속력을 가지고 그런 의미에서 의무라고 불린다. 칸트는 근대적인 삶이 요구하는 이런 의무의 윤리학을 가장 먼저 완결된 형태로 제시한 철학자이기도 하다. 고대의 이상적인 인간보다는 이상적인 법칙이 궁극의 물음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 책으로 읽으니 이제야 칸트에 대해서 조금은 알 것 같다. 칸트가 생각한 법칙은 또 개인의 자율적인 의지에서 나온다고 보았다. 인격의 존엄성을 부각한 것 같아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물음으로 또한 수렴된다. 순수 자발성의 능력을 초월론적 자유라 보았을때 현대의 내가 생각하고 있는 윤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칸트는 판단력비판에서 미학적 관점도 완전히 바꾸었다. 미학적 판단의 즐거움이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하는데 칸트의 저작을 읽다보면 세상이 왠지 일목요연해 보이고 바로 이거야! 라는 깨달음을 얻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데 작가의 즐거움을 믿고 칸트의 저서를 하나씩 읽어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가란 무엇인가 미와 숭고 그리고 자유는 무엇인가 지적인 즐거움을 누리고 싶어진다. 역시 서울대 명강의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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