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 슈필라움의 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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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운씨를 처음 본 것은 무한도전이었던가 남자의 자격이었던가 예능 프로에서였다. 이경규씨와 같이 있던 생각이 나는걸 보니 남자의 자격이었나보다. 입담도 재미있고 그 뒤로 방송에서 종종 본 그는 말을 잘하고 장난스럽게 생기고 심한 곱슬머리의 장발로 기억에 남았다. 보니까 책도 많이 출간했고 독일유학을 다녀온 인문학자였다. 책은 방송이미지와 좀 달랐다. 천상 인문학자구나 하는 생각이 난다. 문화심리학자라고 한다. 그러더니 일본으로 유학을 갔다. 고양이를 그리고 화가가 되었다. 원래 그쪽에도 소양이 있었다고 한다. 하나만 하기도 힘든데 여러가지를 다 잘하는 그를 보면 천재같기도 하다. 이번 책은 일본에서의 유학생활도 끝내고 여수에 정착하여 바닷가 마을에서 그림을 그리고 책을 보관할 작업실을 구하는 내용이며 그에게 있어서 공간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인문학적인 성찰이 드러난다.


슈필라움은 독일어로 슈필은 놀이이며 라움은 공간인데 이것은 딱 우리말로 해석이 안되는 독일만의 감성을 내포한 단어라고 한다. 그에게 있어서 바닷가 작업실은 그런 슈필라움이다. 이 공간을 얻기까지 여러가지 우여곡절을 겪은 이야기며 건축을 하는 이야기들이 뭔가 나도 같이 참여하는 듯하고 비용이 들고 쫄리는듯한 느낌까지 든다. 잘 되었으면 좋겠고 그가 가지고 있는 책이 5톤 트럭으로 실려져 오면서 그 공간의 한 벽을 채울때는 나 역시 기뻤다. 그런 책이 한트럭 더 있단다. 그래서 그 공간의 다른벽도 책장으로 꾸려질 예정이라는데 거의 거대한 저택에 천장까지 가득한 그런 거실의 도서관인 것이다. 그 많은 책을 얻기 위해 해외로 여행을 할 정도라니.. 그 많은 책이 어디에 꽂혀 있는지 대충 알며 그 내용도 대충 알고 있단다. 그래서 이 많은 책을 가지고 또 한권의 멋진 저작물을 내놓을 생각이란다. 그 편집을 김정운은 에디톨로지라고 부른다. 다음 책은 어떤 인문학적인 재료로 어떤 글로 나올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거의 알베르토 망구엘급의 '독서의 역사'나 '서재를 떠나며' 같은 저작이 나올것 같다. 심리학을 전공하고 문화심리학을 글로서 잘 풀어냈던 그는 원래 건축과 그림에 관심이 있었다니..이 책에서 아낌없이 느낄 수 있었다. 그의 그림을 볼 수 있는 것도 덤이다. 아직 완성은 안되었지만 바닷가 작업실도 살짝 엿볼 수 있었는데 한 벽면의 거대한 책장이 정말 느낌있었다. 책장 사이에 오갈수 있는 난간까지 설치했다. 인생이 바뀌려면 공간이 바뀌어야 한다는 인용글과 곳곳의 인용문들이 멋지고 그가 즐겨 듣는 클래식까지.. 독서는 나만의 사생활인 것 같다. 사생활을 담은 공간이 필요하다는 그의 글처럼. 이 책을 읽는 독서 시간도 그래서 참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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