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나의 빈센트 - 정여울의 반 고흐 에세이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21세기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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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은 인생에서 빈센트를 만난다는 정여울씨의 빈센트 반 고흐를 찾아 떠난 여정이자 그를 찾는 여행 그리고 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모든 것을 그린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그의 작품세계와 작품관 그리고 동생 테오와의 동기간의 우정과 부모님에 대한 트라우마와 그의 고독한 인생을 엿볼 수 있었다. 결국 그의 평전을 한권 읽은 느낌이 들었다. 고흐의 편지가 유명한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나 글을 잘 쓰는 줄은 몰랐다.


빈센트가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낸 네덜란드 준데르트와 초기 그림들을 그렸던 누에넨, 그리고 프랑스 아를 지역에서의 미술수업과 그리던 나날들, 오베르쉬르우아즈의 성당 그림으로 유명한 오베르쉬르우아즈에서의 가셰박사와의 만남과 요양 그리고 런던 내셔널갤러리에서 열다섯송이의 '해바라기' 와 '빈센트의 의자'를 보는 것으로 마지막 여정을 마치는 작가의 여정을 따라가며 읽다보면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은 지금도 론강을 바라보면 빈센트가 본 똑같은 노란색의 물결을 볼 수가 있었던 어느 다큐인지 예능방송이 기억나는데 이 책에도 그림이 고스란히 실려있다. 그리고 유명한 아를 지역의 어느 카페의 '밤의 테라스' 와 소용돌이 치는 하늘을 묘사한 '별이 빛나는 밤에'는 역시 볼수록 아름답다. 감자 먹는 사람들을 그린 누에넨에서의 생활, 가셰박사의 정원과 함께 많이 노란 밀밭 그림들..작가는 이 모든 곳들을 돌아본다. 아를의 실제 카페의 모습과 오베르의 성당이 사진까지. 성당앞에는 고흐의 그림이 그려진 푯말이 세워져 있어서 신기했다.


빈센트 반 고흐만이 보았던 여러 색채의 그림들 그래서 가난하였지만 물감이 많이 소요되었고 그 비용까지 동생 테오가 부담했고 형에게 생활비와 기타 경비를 다 부담하는 역할을 했다. 그런 테오도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으면서 점점 형 고흐에게 멀어지는 부분에서는 어쩔 수 없었지만..그래도 사후에 준데르트 고흐의 광장에 세워진 동생 테오와 어깨동무하는 조각상이나 오베르쉬르우아즈의 나란히 있는 무덤을 보면 둘의 깊은 형제애라는 아름다움이 슬프게 전달된다.



전업화가가 되기 전인 1877년에 빈센트는 이렇게 썼다.

"땅바닥은 어두운데 하늘은 아직 남아있는 태양빛으로 밝게 느껴진다. 줄지어 늘어선 집들과 탑들위로 아직 남아 있는 태양빛이 모든 창문들을 통해 샅샅이 스며들고.."

1889년과 1890년에 그린 사이프러스가 그려진 그림들에서도 그만의 독특한 선의 감각과 색채를 느낄 수 있다.

"사이프러스가 내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어. 해바라기 그림들을 그렸을 때처럼, 사이프러스로 뭔가를 시도해 보고 싶구나. 사이프러스가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것처럼 그려진 적이 아직 없다는 사실이 놀라워"

그의 눈에는 평범한 삼나무 그 이상이 보였던 것이다.


사람들이 모두 시궁창에 처박혀 있을 때도, 그 중 몇 명은 하늘의 별을 보고 있다- 오스카 와일드의 이 문장은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바로 고흐가 하늘의 별을 본 몇 명 안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사람이 죽으면 기차를 탈 수 없는 것처럼, 우리는 살아 있는 동안에는 끝내 별에 도달할 수 없겠지."

"루앙에 가려면 기차를 타야 하는 것처럼, 어떤 별에 가려면 목숨까지 걸어야 한다" 고 테오에게 편지했던 고흐의 정신은 여전히 밝게 밤하늘의 별처럼 밝게 빛난다.



"나는 닥치는 대로 무엇이든 글로 써보고 있는 중이야. 네가 나를 허랑방탕한 건달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기를 바랄 뿐이야 사실 건달들도 알고 보면 나름대로 다 엄청난 차이가 있거든. 천성적으로 게을러 터지고 개성도 없는 못나빠진 건달이 있는가 하면, 자기 의도와는 다르게 속으로는 엄청나게 하고 싶은 일이 많지만 손발이 묶여 있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는 법이란다. "


테오에게 보낸 이 편지 내용을 보면서 마음이 아려왔다. 현대 심리학저서들을 보면 이런 사람들이 아주 많다. 그는 어쩌면 이렇게도 통찰력이 있는가. 그가 가진 기쁨과 슬픔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게 다가왔다. 그림을 보는 것은 아주 큰 기쁨이었고 덤이었고 그의 인생이 엉망이 아니라 오히려 그는 하루종일 무언가를 하려했던 부지런한 사람이었다는 사실도 그러나 잘 풀리지 않았던 고독한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다. 그의 인생은 현대인의 무엇과 많이 닮아있다. 돈이 없으면 시도도 해보기 힘든 세상. 이 세상의 젊은이들도 나이들어가는 사람들도 점점 더 사람들로부터 고립되며 군중속에서도 외롭다.


그는 끊임없이 여인을 짝사랑했으나 거부당했고 고갱과의 공동체 삶을 꿈꿨으나 결국은 귀를 자르게 되었고 고갱과 헤어졌고 동생 테오의 가족과 같이 살기를 바랐으나 이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병원에 입원했을때나 아플때 간병하는 이 하나 없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죽고 나서 그의 동생 테오와 그의 부인 요한나는 편지묶음집을 내고 그림을 알리러 다녔고 그 편지와 후대 평론가들의 평가로 인해 그의 그림은 지금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니고 있게 되었다. 결국 그의 가족과 그는 그 부를 누리지 못한 채로 말이다. 정말 인생의 아이러니다. 당시 화가들과 평론가들로부터 외면을 당했던 그는 후대인 우리가 바라볼때에 그의 색채 감각은 천재적이며 누구나 인생에서 고흐를 한번쯤 만나게 된다. 한국에 전시회가 열렸을때 갔었는데 실제 작품이 생각보다 작은 것도 있었고 그 두꺼운 물감의 두께와 색감에 넋이 나가서 계속 바라보았었다. 그의 그림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건넨다. 이야기를 건다. 나 역시 나중에 다시 유럽을 갈 일이 생긴다면 고흐의 발자취를 한번 따라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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