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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당신들 ㅣ 베어타운 3부작 2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평점 :
프레드릭 베크만의 소설들은 오베라는 남자부터 해서 서너권은 읽은것 같다. 책이 너무나 길어서 물론 매번 재미있게 읽었지만 이번엔 살짝 지치는 감이 있어서 처음에 책을 읽는데 잘 진도가 나가질 않았다. 그리고 집안에 일이 있어서 생각이 많아져서 그런지 집중이 되지 않았는데 왠걸 백페이지만 참고 읽으니 역시 너무나 재미있다. 그 뒤로는 그냥 600페이지를 일사천리로 읽은 것 같다. 스웨덴같은 북유럽 국가들은 크리스마스 선물로 책을 선물한다고 한다. 서로 크리스마스를 축하하고 헤어져 긴긴밤을 책을 읽으며 보낸다는데.. 그래서인지 북유럽에서는 서점이 흥하고 베스트셀러가 늘 주목을 받고 이렇게 긴 책이 이해가 된다. 그리고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삶의 여러가지 태도들을 아름다운 구절로 표현하고 있어서 이번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좌우되는 삶을 살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서로 용서가 되지 않는다.51p
그는 사흘 묵은 수염과 나흘 묵은 숙취를 달고 다니는 추레한 남자들, 십대 때 인생의 정점을 찍은 남자들을 아이스링크에서 본 적이 있다. 102p
스웨덴 숲속의 한마을 베어타운. 그곳은 일년의 사분의 삼이 눈으로 덮이는 곳이다. 유월초부터 마법에 걸린 몇주 동안은 여름도 있다는 그곳. 아이스하키팀의 명성이 베어타운이라는 곳을 대신한다. 베어타운에선 성폭행 사건이 벌어졌고 가해자이자 하키팀의 주장이자 고등학생인 케빈은 이후 또다른 어떤 사건을 겪으며 반정신병자가 되어 온가족이 마을을 떠났고 하키팀의 코치인 페테르의 딸이 성폭행을 당한 당사자였기에 마을은 처절히 반으로 나뉘었다. 그들을 욕하고 비난하는 사람들. 오히려 피해자가 생존자가 되야 하는 이런 빈번한 일들..그리고 아맛과 보보는 목격자이며 두둔했다는 이유로 베어타운 마을에서 배척을 당한다. 베어타운의 숙적인 옆마을 헤드의 하키팀으로 이적해 버린 원래 베어타운의 아이들.. 서로가 끊임없이 적대하고 싸우고 반목한다. 하지만 어딘지 여지를 남긴다, 여느 책처럼 아이들이 싸움이 붙어도 얼굴을 망가뜨린다거나 장애인이 될 정도로 그렇게까지 잔인하지는 않다.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서로를 아끼는 것이다.
성폭행 당한 소녀 마야와 그의 남동생 레오. 그리고 마야의 친구 아나의 이야기까지. 그리고 베어타운 최고의 공격수이자 케빈을 사랑했던 소년 벤이의 이야기가 장대하게 펼쳐지고 각 아이들의 부모들의 이야기와 마을 곳곳의 이야기가 날줄과 씨줄처럼 엮인다. 그리고 마야가 노래하는 노래 가사까지 하나도 놓칠게 없는 그런 책이 된다. 그리고 정체불명의 사람들, 정치가 얽히는 그 순간들. 베어타운의 하키팀은 다시 창설되고 아맛과 보보 그리고 벤이와 그리고 그 '일당' 의 동생인 비다르의 골키퍼 합류.. 비다르는 아나와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고.. 하키팀은 한번은 지고 한번은 이기고.. 어딘가에선 불이 나고.. 해피엔드일까 새드엔딩일까 마음을 졸이며 읽다보면 600페이지가 넘는 긴 이야기가 종점을 향해 달려간다. 정말 재미있게 그리고 진지하게 읽었다. 역시 베크만은 대단한 스토리텔러이다. 어쩔 수 없이 다음에 나올 다음 작품도 또 읽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