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 서울대학교 최고의 ‘죽음’ 강의 서가명강 시리즈 1
유성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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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출신의 법의학자이자 병리의사인 유성호님이 강연을 하고 그 강연들의 내용을, 어릴적부터 책을 즐겨 읽던 인문학적 소양으로 이번 책이 나왔는데 글을 잘 쓰셔서 놀랐다. 평소 그것이 알고싶다 에서의 억울한 죽음이나 이상한 죽음의 법의학적 소견에 관심이 많던지라 이 책이 나오자마자 읽어보았는데 생각도 못한 소득이었다. 법의학을 꿈꾸는 의사지망생이 읽어도 정말 좋을 책이지만 일반인들이 읽어도 죽음에 관한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책이었다.


일단 사망에 있어서 사체에 대한 조사행위를 해야 할때 검시를 하는 의사가 있고 검시에는 검안과 부검이 있다고 한다. 검안은 눈으로 보는 것이고 부검은 사체를 해부하여 죽음의 원인에 대해 샅샅이 조사해 보는 행위라고 한다. 유성호 교수는 예전에는 일주일에 며칠이나 검시를 했지만 지금은 월요일에만 서너건을 조사한다고 한다. 그래서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는 다소 섬뜩한 제목이 되었단다. 무섭지 않을까 꿈에 나오지 않을까 일반인으로서는 생각만 해도 두렵지만 법의학의사로서 그의 사명감과 사체에 대한 의무감과 안스러움은 전혀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오히려 한번도 이 길에 들어선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하시니 정말 존경스러웠다. 우리나라에는 딱 40명의 법의학의사가 있어서 학회에 가도 한 버스를 타지 않는다고 한다. 사고가 나서 한꺼번에 죽는 경우가 생기면 안된다고 하는 농담아닌 진담을 하신다.


우리가 익히 아는 유명한 사건들에도 유성호 교수는 많은 활약을 하셨다. 스승인 이윤성 교수님과 함께. 문경 십자가 사건 같은 것은 기이한 사건이라 다들 자살이 아닐것이라고 하지만 이미 법의학자들은 너무나 확연한 자살로 판명하였는데 어디서 잘못된 소문이 도는지 모르겠다고 하신다. 윤일병 구타사망사건같은 안타까운 사건도 있고, 아동학대로 인한 영아사망사건등도 너무나 안타깝다. 이런 여러가지 담당한 사건들을 어떻게 조사하고 결론이 나게 되었는지 법의학을 꿈꾸는 사람들은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충분히 엿볼 수 있게 한다. 2장에서는 우리는 왜 죽는가 라는 죽음 자체에 대한 인문학적 의견을 쏟아내신다. 우리나라의 노인자살률과 젊은여성 자살률이 갈수록 늘고 있는데 왜 그런지, 그리고 자살을 한번 방지하면 두번째 시도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는 사실도 알려주신다. 그리고 존엄한 인간으로서의 죽음에 대한 생각들을 던져준다.


3장에서는 준비된 죽음에 관한 여러 단상을 보여주는데 마하바라타의 이제야 깨달았다. 삶이 쏜살같이 지나가는것을 이라는 문구나 삶은 즐거운 소풍이라는 천상병 시인의 싯구나 조조의 유언같은 이야기들은 삶의 자연스러운 마지막이라는 의미에서의 죽음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준다. 죽음이 현생의 탈출구로서의 죽음인 것이 가장 안타깝고 현재를 잘 살다가 죽음을 기억하는(메멘토 모리) 그래서 죽음을 미리 대비하는 것이 가장 좋은 죽음임을 그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 2045년에는 영생을 살 방법이 개발된다는 특이점이 온다의 저자 레이 커즈와일의 이야기는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4,50대들은 배운 세대들이고 슬슬 생의 후반을 준비해야 하는 세대이다. 이런 책도 미리 읽어서 연명의료계획서 같은 것을 작성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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