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아워 1 -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02-2013 골든아워 1
이국종 지음 / 흐름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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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교수. 중증외상센터의 수장. 2011년 여러발 소말리아 해적의 총탄을 맞는 석해균 선장을 죽음에서 건져낸 의사로 솔직히 나도 그 즈음의 뉴스를 보고서야 알게 된 인물이었다. 어쨌든 그의 이름은 이제 널리 알려졌고 중증외상외과라는 생소한 과도 그러한 센터도 우리나라에 턱없이 부족하고 예산도 부족하고 선진국의 시스템을 따라하기엔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것을 국감등에서의 이국종 교수님의 단호한 의지와 목소리로 전해듣고 안타까워했다. 그의 책은 어떨까. 책을 다 읽은 지금 묵직한 무언가가 남아있다. 답답하고 안타깝고 왜 노동자일수록 크게 다치고 사경을 헤매는데 이런 지원은 요원한 것인가 하는.. 사람의 목숨이 경중이 있을리가 없는데. 그리고 외과의사로서의 숙명과 그가 버텨낸 시간들을 너무나 나중에서야 조금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 미안하고 미안했다. 한 사람이 이렇게 묵묵히 모두와 싸우고 그들이 지켜낸 것들이 이렇게 많은데 조직에서는 돈만 까먹는 인간이라고 욕을 먹어야 했고 여기 저기 사정을 해서 겨우 해나가야 했던 그의 지난 십여년의 인생이 정말이지 대단했다. 집에서 집안일만 해도 힘들고 여기저기 불만이 많았는데 그것은 어떤 일에 정말 인생을 걸고 열심히 살아보지 못한 자의 투정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메디털 다큐 같은 프로그램을 가끔 보는데 응급실의 모습은 아비규환일때가 있다. 중증외상환자가 들어왔을때이다. 뼈가 으스러지고 살이 갈린 이런 환자는 그저 빨리 응급수술을 해야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는데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다가 아니면 수술실을 찾지 못해서 그대로 길에서 죽어갈수 있단다. 추락사고도 교통사고도 누구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중증환자를 위한 시스템이 갖춰있지 못한다면 그 누구가 될 수 있는 사고에 내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아주대학교 병원은 지방의 종합병원이지만 이 시스템을 갖춰오려고 노력했다. 그 중심엔 이국종 교수가 있다. 선배가 추천해서 들어선 길이었지만 그 길은 너무나 외롭고 험난했다. 지난 2002~2013년까지의 그의 기록이자 중증외상센터의 현실을 기록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미국에서 단기연수를 받고 돌아온 이국종 교수는 선진국에서 본 그 획기적이고 빠른 시스템과 군의 협조를 바로 보고 그 자연스러운 협작을 눈여겨 보았다. 그가 군화를 신고 헬기에 타는 모습을 보고 겉멋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본인이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일반 사병으로 해군에서 복무했었고 미국 현지에서 본 시스템으로 자연스럽게 택하는 일일 뿐인데.. 이 책을 읽으며 그의 모든 행동들이 다 이해가 되었다. 그가 때로는 큰목소리를 낼 수 밖에 없는 현실도. 그는 누구보다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다. 이 모든 전장에 모두 서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려운 환경속에서 의사의 길을 걸었고 우연히 택하게 된 중증외과의사로서의 길. 사람을 살려놓았더니 삭감되는 연봉과 그에게 돌아오는 차가운 눈초리들. 어쩌라는 것인지. 사람을 살리려는 자리에 세워놓고 모든걸 하지 말라는 것인지 정말 안타까웠다. 그가 살려낸 수많은 노동자들의 사연이 이 책에 줄을 잇고 그와 함께한 동료들의 이야기에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마지막으로 본인이 원래 가려던 전공을 가는 후배의사의 마지막날에도 어김없이 수술대에 들어간 그 의사. 그 의사는 끝내 미안해하며 이국종 교수와의 마지막 인사길에 계속 그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미안해서 쉽게 발길이 돌아서지 않은 것이다. 왜 미안해야 하는가. 후배의 지난 일년간의 수고를 기억하며 그의 앞길을 축복해주는 이국종 교수의 글을 읽으며 눈물이 절로 흘러내렸다.


이런 일을 하는 의사의 연봉이 가장 높아야 그의 가족들도 숨통이 트일 것이다. 가족에게 뵐 낯이 생길 것이다. 그대로 보람찬 이 일을 끝까지 열심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간호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센터의 의사와 간호사의 연봉을 획기적으로 올려주었으면 한다. 아덴만의 기적이라는 석해균 선장을 살리는 이야기도 정말 손에 땀을 쥐었다. 그냥 죽음의 문턱에 있었던 한 사람을 소생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긴밀하게 이송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힘을 실어 주었다. 언론에 보도되기 전에는 이국종 교수팀만이 이 힘든 일을 했을 뿐이었지만. 뒤늦게라도 많은 국민이 다같이 이 일을 주목했다는 사실이 어찌보면 중증외상센터를 알리는 길이 되었다. 하지만 그 후로도 별반 달라진게 많지 않아 보인다. 민원으로 인해 헬기 띄우는 일이며 무전기마저 제대로 되지 않는 요즘 방송에서 이국종 교수가 화를 내는 것을 보았다. 제발 빨리 달라졌으면 한다. 국민 누구나 크게 다칠 수 있는 일이다. 아주병원뿐 아니라 서울에도 지방에도 더욱 이런 센터가 활발히 이루어졌으면 한다. 이국종 교수님의 인생과 분투가 담긴 이 책을 많이들 더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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