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끝에서 나눈 대화 - 귄터 그라스, 파트릭 모디아노, 임레 케르테스… 인생에 대한 거장들의 대답
이리스 라디쉬 지음, 염정용 옮김 / 에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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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이리스 라디쉬는 1959년생 우리나라 나이로 61세인 독일의 대표적인 주간신문이자 진보적 지식인이 주요 독자층인<차이트> 지 문예부 편집자이고 2013년부터는 문예란 집필을 맡고 있고 공영방송이 제작하는 책 프로그램인 <문학클럽> 사회자이기도 하다. 그녀가 지은 카뮈에 대한 평전은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하는 등 글쓰기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른 작가가 쓴 책이라 더욱 신뢰가 가고 눈길을 끌었다. 한 시대가 저물어 가는 이 시대에 유명한 작가들의 생전에 한 인터뷰가 심금을 울린다. 바로 그 인터뷰를 모은 책이 이 책이다. 쥘리앵 그린, 귄터 그라스, 임레 케르테스, 파트릭 모디아노 등 유럽 문학의 거장들과 나눈 고별의 대화록이다. 지금 살아있는 사람도 있지만 이미 죽음을 맞이한 거장들도 있다. 그런 분이 남긴 인터뷰는 뭔가 더욱 큰 심금을 울리게 된다. 죽음을 감지하고 한 말 같기도 하고 회환이기도 하고 말이다.


기본적으로 글을 무척 잘 쓴 거장들을 인터뷰 한 것이어서인지 인터뷰 자체가 하나의 문학작품같다. 내가 노년에 이르러 내 인생을 비추어 본다면 나는 어떤 말들을 할 수 있을까. 그닥 치열하게 살아내지 못해서 별 할말이 없을 것 같아서 이 책을 읽으며 다짐을 해본다. 하루라도 허투로 흘려보내는 날이 있지 않도록 노력하자고.


인터뷰를 할 때의 배경과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까지 자세한 묘사가 마치 소설을 읽는 느낌도 주며 색다른 르포르타쥬를 읽는 것 같은 감명을 받았다. 그냥 신문의 인터뷰 같지도 않고 아까 썼듯이 하나의 작품이 되는 책이다. 유럽 문학의 거장 19인들과 한 이야기들은 참 진솔하며 지적인 성찰이 가득했다. 신앙에 대한 질문, 세상은 우연이 많았다는 대답, 우리는 아무것도 체험하지 못할 때도 무언가 체험했다는 이야기.. 인터뷰 자체가 철학적인 질문과 대답으로 가득해지며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관찰력이 뛰어나고 누군가의 삶을 작품에 잘 녹여낸 그들이 전해주는 메세지들은 참으로 다양하고 배움직한 것들이었다. 삶의 끝에서 나눈 대화를 차를 한잔 마시며 읽는 오후한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 임레 케르테스의 운명이라는 책은 나도 가지고 있었는데 아우슈비츠를 겪은 그의 인터뷰는 더욱 애잔했다. 파킨슨병에 걸린 그를 만난 2013년의 여름의 인터뷰는 그의 작품으로 인해 매번 어떤 이벤트의 중심이 되는 것이 불편하곤 했다고 한다. 자기의 의도와 다르게 홀로코스트 관련 행사에 계속 초대되고 회자된다면 그것도 힘든 일일 것임을 그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진솔한 이야기들은 언제나 감동을 자아낸다. 나에겐 이 책도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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