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 : 삶의 군더더기를 버리는 시간 배철현 인문에세이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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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운 것을 찾는 시간. 카르페 디엠. 지금 이 순간을 잡아라. 배철현님의 심연을 읽고 나서 수련을 읽었는데 두 번 다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된다. 정신없이 핸드폰으로 항상 확인하고 검색하고 인스타의 바다속에서 헤매다가 이렇게 오랜만에 책을 들면 내가 흘려버린 시간들이 생각난다. 수련. 나다운 것이 무엇일까 흘려버린 시간속에서 나의 정체성을 찾고 오롯이 내가 나를 생각하는 시간을 따로 만들어야 일종의 중독된 시간의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의 처음에 나오는 <지금>이라는 단어는 매우 중요했다. 과거와 미래가 하나되는 시간이라는 부제속에 셈족어와 고전문헌학을 전공한 이 답게 라틴어로 카르페 디엠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고 있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님은 '카르페 디엠! 이 날을 잡아라. 너희들의 삶을 비범하게 만들어라' 라고 한다. 학창시절의 우리는 다같이 빛나는 존재였고 나자신에 집중하는 시기였다. 남을 부러워하고 질투하는 것들이 그렇게 심하지 않다. 바로 누군가가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최고로 아름답다는 말에 쉽게 매료된다고 한다.그럴때 내 마음속에서 흘러나오는 침묵의 소리를 듣는 것을 바로 비범한 상태라고 저자는 표현하고 있다. 비범한 자는 바로 자신만의 빛을 소중히 여기는 자인 것이다.


호라티우스는 그 빛을 '디엠'이라고 표현했는데 낮이나 빛이라는 뜻이며 같은 어원에서 '데우스'는 신을 의미하는 단어가 되었다. '카르페'는 고대부터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특히 잘 포착하는 바로 그때를 말한다. 씨를 뿌리고 수확하는 때, 과일을 고당도로 키우고 따는 시기를 정확하게 아는 그때 바로 그 순간을 포착하라는 말이다. 전우주적으로 무슨 일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어느 때가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이 시기를 그냥 흘려보내고 있다. 스맛폰이라는 신 문물의 기계로 인해 말이다. 오늘부터 핸드폰을 들여다 보는 시간을 정해서 보기로 해본다. 그렇지 않으면 청소할 시간도 밥을 해야할 시간도 잊게 한다. 해외에서는 수영장에 바로 옆에 자녀가 물에 빠지고 있는데도 스맛폰 삼매경에 빠져 아이를 구할 시기를 놓친 부모의 이야기도 간간히 나온다. 자신이 이것에 빠져있다면 이것도 중독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암튼 수련을 읽다 보면 잊고 있었던 무엇인가를 찾게 된다. 마치 요가와 명상을 하는 기분이랄까. 지금, 좌정, 방석, 신념, 배역, 기도, 비겁, 단순, 욕심, 식탐, 자만, 분노, 시기, 귀향, 동지, 추상, 방향, 자유, 감각, 평안, 일치, 침묵, 패기 등 소제목만 읽어도 나에게 필요한 단어들이 많이 보인다. 각 장에서는 이 키워드로 라틴어 등 고대어를 풀어 내며 저자만의 깊은 명상같은 글들을 보여준다. 책을 읽으며 편안함을 느끼는 시간이 참 오랜만인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아껴읽는 기분이 들고 즐거운 기분이 든다. 스맛폰을 내려놓고 예전에 느꼈던 순수한 시간, 순수한 기쁨을 누려보는 현대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나를 포함하여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렇게 하다보면 금방 십년이라는 세월이 잘 자각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훅 지나간다. 이 책의 에필로그처럼 지금, 바로 이 순간을 낚아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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