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3년 - 레벨 1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조성자 지음, 이영림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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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소공포증>
 

이건 시크릿가든의 주원이 때문에 알게 된 질환이다. 출구 없는 공간에 갇혔을 때 병적인 공포증을 느끼는 질환인데, 주원이가 보여줬던 호흡곤란과 병적 증세는 사실 과거의 심한 트라우마에서 발생된 것이라 그 증상이 두드러지게 심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만약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갑자기 덜컹~하며 멈춘다거나, 좁은 공간에 문을 닫고 들어갔는데 다시 나올 수 없게 순간적으로 문이 열리지 않다거나 할 때 나 같은 경우는 주원이 못지 않은 공포감에 사로잡힐 것 같다. 사실 누구나 살면서 그런 경험들은 한 두번쯤 있지 않을까 싶다. 고장난 엘리베이터 안에 갇혀 본 적은 한 세네 번 된 것 같고 (엘리베이터가 층과 층 사이에 서서 멈추면 진짜 무섭다.) 화장실 문이 잠겼는데 안에서 못 나갔을 때가 한 두어번, 새벽에 핸드폰도 없이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가 열쇠로만 열리는 집 현관이 닫혀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 한 번 (이때는 동 틀때까지 밖에서 기다렸다.ㅠ.ㅠ)... 

여하튼, 전혀 좋은 기억이 아니었다. 순간적인 공포심은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일. 전혀 의도하지 않은 순간에 닥치는 당황스럽고 두려운 순간이 과연 우리에겐 어떤 의미일까. 

 

<화장실에서...>  

그러니까, 단 몇 분만 갇혀도 죽을 것 같은데, 좁은 화장실, 그것도 아주 냄새나고 더럽고 비좁은 간이 공중 화장실에 세 시간이 넘게 갇혀 있다면? 사실, 난 상상만 해도 속에서 뭔가 올라올 것 같고 머리가 어질거린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이 작은 여자 아이가 그런 일을 당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면 아예 읽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상상조차 하기 싫다. 

그런 면에서, 이 책 속 아이는 비현실적이다. 현장학습을 떠난 상아가 숲 속으로 사라진 다람쥐를 뒤쫏다가 우연히 화장실 안에 갇히게 된 사건 자체가...게다가 기절하고도 남았을 그 시간 동안 아이는 집을 나간 아빠, 아빠를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 나를 괴롭히던 친구, 쳇바퀴를 돌던 키우는 다람쥐를 생각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하나 하나 이해해 가는 시간을 보내다니... 

집을 나가면서 아빠는 3년 있다 돌아올 거라고 했다. 그래서 주인공 상아에게 3년은 정말이지 끔찍하고 긴 시간이다. 이제 1년을 기다렸을 뿐인데...마음 속 상처는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게 만들었고 늘 자기 안의 우울에 빠져 다른 이들의 입장을 돌아볼 기회가 없었던 아이다. 그런 아이가 갑자기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어느 누구도 자기 소리를 듣지 못하는 그런 공간에 갇혀 스스로의 힘으로 이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나와야 한다. 

목이 쉬도록 소리를 질러보고, 메모지를 접어 좁은 창문 밖으로 날려 보기도 하고, 화장실 문을 있는 힘껏 두두려 보기도 하지만, 모든 것이 소용이 없는 일이 되자 상아에게는 결국 혼자만이 남는다. 스스로를 도울수 있는 것도 용기를 내어 보는 것도 자신의 마음과 생각에 달렸음을 알게 되는 것. 

집을 나간 아빠를 생각하고, 개 대신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했지만 자신의 바램들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엄마를 이해하고, 자기를 괴롭히던 친구가 준 초콜렛을 먹으며 힘을 내어 보고, 쳇바퀴 돌던 다람쥐의 처지도 한 번 생각해 보고, '호랑이에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할머니의 말을 기억해 내며 꿋꿋이 도시락도 까먹는다. 아이에게 3년보다 더 길었을 그 시간. 어쩌면 최악의 상황 속에서 겪는 많은 생각과 상념들은 오히려 아이의 마음을 좀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3년...> 

판타지 같은 동화다.
너무나 동화처럼 없어진 아이를 뒤늦게 발견한 친구 덕에, 한 걸음에 딸을 찾으러 온 집 나간 아빠 덕에 동화는 뭉클한 결말로 끝이 나지만, 사실 현실에선 절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상황이다. 아주 현실적인 나는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야 해! 라고 여전히 말하고 있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어쩌면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집중하고 흥미를 가지게 되는지도... 

'화장실'이라는 외적 어려움의 상황과 '3년'이라는 물리적 심리적 어려움의 시간 속에서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생각을 집중하고, 함께 살아가는 주변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는 그 과정을 통해 어느새 마음 속 깊은 상처들을 스스로 보듬을 수 있게 된다. 흘려듣던 주변 사람들의 격려와 위로가 가장 어려운 순간에 도움이 된다는 교훈도 얻게 되고, 정말 어려운 처지에서도 정신을 바로 차리고 지혜를 발휘하여 위기 상황을 극복해 내는 주인공을 통해 아직은 겪어 보지 않은 미지의 어려움에 대한 용기와 자신감도 갖게 되는 것 같다. 마지막에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아빠가 자신을 구하러 와 주었을 때 뭉클한 감동도...

 

<그럼에도...> 

난 이런 상황은 절대 피하고 싶다. 워낙 겁이 많은 나이기도 하지만, 그리고 이 동화가 뭉클하고 감동적이기는 하지만...난 우리 아이가 이런 상황에 잠깐이라도 있었다고 생각하면 정말 내가 먼저 기절하지 않을까 싶다~고통과 고난이 없다면 정말 '최고의 깨달음과 성장'은 없는 것일까? 

답은 없지만, 그런 것도 같다. 진주는 오랜 인내의 시간과 고통의 무게를 겪어야 탄생하듯이, 인간의 성장 역시 어려움과 고난과 고통에서 진정한 빛을 내는 것을, 경험으로 지식으로 알고 있다. 피할 수 없는 인생의 과정이랄까. 신은 우리가 감당할 시험만 주신다고 하니까. 그 고난과 어려움이 그저 내가 감당할 만한 것이기를, 그 안에서 절망하여 주저앉지 않고 살아갈 희망을 얻기를, 간절히 원하면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만나는 기회가 되길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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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3-22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이들이 읽는 책 치고는 화장실 안에서 김밥 먹는 설정은 좀 그렇네요,, ^^;;
저는 한밤중에 화장실에 혼자 있으면 은근히 무섭더라구요,,ㅎㅎ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3-22 12:3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맞아요.
이상하게 가족들이 다 있어도 한 밤중에 화장실은 무서워요.
거울보는 것도...ㅎㅎㅎ

극적 전개를 위해 설정했다지만,
저런 상황은 정말 무서운 것 같아요. 특히 아이들에게는요.

마녀고양이 2011-03-23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장실에 갇혀 공포증에 시달리는 것 말고
화장실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한발짝도 나오지 않으려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요?

요즘 들어.. 저두 화장실에서 한발짝도 나오고 싶지 않아요. 그럼 안 되겠죠? ^^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3-23 17:04   좋아요 0 | URL
마고님..토닥토닥...
나오고 싶지 않은, 나오기 싫은 그 마음 이해할 것 같아요.
조금 쉬셨음 좋겠다. 몸도 마음도 말예요.
얼른 기운차리고 행복한 햇살 같은 기운이 쫙 퍼지시길 바래요.
진짜 그랬음 좋겠어요!